김병일 展

 

'나비야! 독도가자!'

장애인의 애국하는 방법에 관한 모색전

 

 

나비야 독도가자_45.5x53.0cm_혼합재료 위 채색

 

 

울릉군 독도박물관 특별전시실

 

2010. 09. 28(화) ▶ 2010. 10. 04(월)

경북 울진군 울릉읍 도동2리 581-1

 

 

* 주최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주관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한국화가 김병일

* 후원 :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나비야 독도가자2_72.8x60.6cm_혼합재료 위 채색

 

 

나비야 독도 가자 !

 

                                                      서현호 (시인 화가)

 

낮달이 길을 세우면

순한 배들이 하늘에 돛을 올리고

외롭고 고독한 섬, 독도로 간다

 

동해 깊은 물을 건너려는 나비는

두려움이 없다

너무 먼 곳인 이유마저 자유가 되는 아득한 희망으로

나비는 독도로 간다

 

먹장구름 몰려와

절망처럼 파닥이는 날개 짓이지만

떠나온 시간 앞에 눈부신 돛

벼랑길에 세워진 외롭고 지친 시간 보내본 적 없는 生이란 얼마나

뼈아픈 虛無인가를 알기에

오늘도 나비는 독도에 간다

 

알 수 없는 길의 平和

처절한 간절함으로 아프게 요동치는 날개 끝의 가난한 욕심

오늘 같이 내 눈물 동해를 적시는 날이면

나비야 외로운 섬 독도에 가자

나랑 더불어 나비야 독도 가자

 

 

이끔과끌림의 변주곡_72.8x53.0cm_장지위에 수간 채색

 

 

서경과 서사를 넘나드는 시대적 정신의 표현

 

 

서현호 (화가, 시인)

 

우리는 흔히 그림을 감상 할 때 한 편의 시를 떠올리기도 하고, 어느 시 한 편을 접하면서 형상화 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며 읽어내는 경우가 있다. 이것만 봐도 어쩌면 시와 그림과는 아주 밀접한 어떤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쉽게 헤아려 지는 것이다. 시적 묘사가 그 표현 대상에 대한 중심적인 인상이나 인지를 형상화 해내는 언어 행위라면 그림에서의 묘사는 대상에 대한 자기감정을 자기만의 기호인 선과 색, 구성과 공간 등의 개념을 도입해 소통을 도모한다는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다수의 그림이나 시에서는 표현 하려는 대상을 형상화 해 나갈 때 당연히 그 표현의 방법에 있어 주관적, 개관적 양상을 동시에 나타내면서 작가의 의식과 감각의 최적화를 모색하며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이뤄 가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그림에 내포 된 회화성 속에는 당연히 그 작가가 표현 해 내려는 대상의 특성에 따라 시에서와 같은 서경, 서사, 심상의 구분법을 차용 한다 해서 별 낯설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념_53.0x45.5cm_혼합재료 위 채색

 

 

이번 전시에서 내보여진 김병일의 작품은 그 표면적인 면에서 분명 서경의 풍경화적 요소를 엿 볼 수 있다.

 

화선지 위에 수묵과 진채를 써서 전통의 실경산수 화법을 벗어났다고 하지만 화폭 위에 표현 되어진 독도는 분명 그 실경의 서경적 분위기를 벗어나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의 이번 그림을 단순한 분류로서의 서경을 다뤘다고는 말 할 수 없다는 게 이번 전시에서 내보여준 김병일 그림의 한 특색이기도 하다.

그가 바라다보는 독도 풍경은 단순한 경치나 풍치 이상의 서경이 내포 돼 있음을 쉽게 알 수 있겠는데 이는 작가가 바라다보는 풍경 속에 대상을 바라다보는 작가의 시대적 배경과 서사적 이야기가 덧붙여 있음이 이번 전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일의 <나비야 독도가자>는 작가가 독도라는 대상을 마주 하면서 동시에 그가 마주한 현실적 인식 또는 반성적 인식을 자연스럽게 미적 차원으로 끌어내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현실 속 대한민국 질곡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독도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지각능력으로 인지 할 수 있는 풍경 만으로서가 아닌 작가의 관념적 인식이 동시에 반응하면서 그 상징의 한 열쇠이기도 한 <나비떼>를 동원하여 아름다운 서경과 쓸쓸한 서사를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구도로 진행해 간 것이다.

 

그림 속에 펼쳐진 동해 바다의 깊은 색은 비극적 아픔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끈질기고 비장하게 이어 온 우리 역사의 처절한 저항과 항구를 동시에 표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현실적 아픔의 역사를 비극적 순수의 아름다운 힘으로 치환하여 비극의 한으로서가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로 자연스런 사유의 이동 통로를 마련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림에 나타난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나비군>의 이동, 그것도 거친 파도와 깊은 물결을 가르는 그 여린 날개 짓을 통해 생명력 있는 민족적 서사를 역설적으로 대변 해 준다는 걸 알아차린 후에야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김병일의 서경적 풍경을  서사적 배경과 함께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더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아! 독도_53.0x72.8cm_혼합재료 위 채색

 

 

이번 그림의 또 하나의 특징은 <나비>에도 있다.

 

한 마리의 나비는 '달관'과 '초월'로 읽혀질 수 있다. 그러나 <나비야 독도가자>에서의 나비는 <나비군>으로 나타난다. 이는 작가의 현실인식이 단순히 초월적 인식 접근으로서가 아니라 보다 처연하고 비장한 불가피한 결의로서의 조건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고 본다. <나비야....>에서의 나비는 '연약'과 '초월' 혹은 '절대적 평화'로서의 상징처럼 소극적 조건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보다 적극적이고 결연한 힘의 상징처럼 보여진다.

 

김병일의 그림에서 '나비'와 '독도'는 혹독한 현실의 저변을 각박하기 그지없는 부정적 조건으로만 몰아가지 않고 오히려 사랑과 부드러운 힘의 상징으로 화하고 있다. 언뜻 초월과 달관의 세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작가가 처한 당대의 현실 문제를 회피하지 않은 감성적 현실인식을 형상화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나비야...>에서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날개짓하는 무수한 나비 떼의 날개짓은 눈부신 사랑의 확신이자 부드러운 힘의 승리를 예감하게 만든다. 거기엔 우리 현실의 삶과 역사 속 민초들의 나약한 듯하면서도 역사의 큰 줄기를 이끌어 온 당당한 주체로서의 힘과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하다.

 

 

둘레의 행진_90.9x116.7cm_혼합재료 위 채색

 

 

순수를 표방하는 예술가라해서 현실의 고통과 몰인식을 정당화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김병일의 전시는 현실에 일정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초연한 거리'를 핑계로 결코 뒷심 구린 형상만을 내보이는 작가는 아니란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김병일의 작품전의 또 한 성과는 사실적 풍경과 그 후경에 아우라를 이루며 나타난 주제들에 대해 감상자로부터 보다 깊은 음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만드는 근래 화단의 한 풍경을 개척한 것으로 읽힌다는 점도 무시 될 수 없는 성과 중 하나라고 봐진다.

 

그림의 구도나 색깔을 떠나 한 작가의 시대적 배경과 작가정신에 공감해 보면서 <나비야....>를 감상하는 즐거움 또한 이번 전시의 특징은 아닐까 여긴다.

 

마지막으로 내가 아는 화가 김병일은 대단히 성실한 예술가이자 생활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사유의 깊이는 세월이 갈수록 결코 헛돌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그런 연유로 그 사유 너머로 펼쳐질 작품 세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실험 정신이 어떻게 변화 발전하며 나아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울러 거듭 될 그의 작업적 성취와 성공을 기원하며 건투를 빈다.

 

 

순례자의 노래_90.9x116.7cm_혼합재료 위 채색

 

 

나의 작품은 지극히 단순한 명재로부터 시작 될 때가 많다.

 

백범일지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얼굴이 못생겼으니 마음이라도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이런 지극히 단순한 생각이 그 어른으로 하여금 독립을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투쟁하며, 약한 자에게는 너그럽고, 강한 자에게는 대쪽같이 강한 성품의 위대한 지도자로 만들어 나가는 걸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다. 지극히 단순한 생각이지만 그 생각이 초지일관한 신념을 가지고 발전해 나가면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

 

2000년 2월 9일..  한참 일본사람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인 양 호적을 옮겨 놓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얼마나 화가 났던지 그날로 우리 다섯 식구의 호적을 독도로 옮겨 놓았다.

 

나에게는 늘 이런 마음이 있다. 난 장애인으로서 군대도 못 갔지만 내가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목숨 걸고 해야겠다.  

 

독도.. 비록 외로운 작은 섬이지만 이 독도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자존심과 명예가 달려있다. 만일 독도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도 지켜 내지 못할 것이다. 일본의 방위백서에 독도가 그들의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고 또 교과서에 독도가 자기 땅이라주장하며 2세들을 가르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한 독도는 지금 전쟁 중이다. 독도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온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독도환타지_90.9x116.7cm_장지위에 수간 채색

 

 

사랑과 관심을 독도로 모으는 일..

 

이일이 마치 내가 해야만 하는 사명과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단순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나비야 독도가자!’ 연작이 탄생한 것이다.

 

연약한 나비지만 독도로 향하는 나비들은 연약하지 않다. 그것은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신념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폭풍우와 거센 파도에도 겁내지 않는다.  한 마리는 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열 마리 백 마리 천 마리의 나비는 더 이상 연약한 나비가 아니다. 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엄청난 힘과 영향력을 갖게 된다.

 

독도로 향하는 나의 나비는 정원에서 노니는 연약한 나비가 아니다. 거친바다를 건너야 하는 서슬 파란 신념에 찬 용사적인 나비들이다. 그래서 생김새도 여느 나비와는 다르다.  이 나비는 나의 마음이며 또 나라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마음이다. 모든 나비들이 같은 마음 같은 방향으로 전진 전진만 한다. 비바람 몰아쳐도 포기하지 않고 날아든다. 파도에 휩쓸려 물속에 수장되면서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이런 나비들이 수없이 독도로 날아들 때에 독도는 절대로 외로운 홀로섬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섬, 관심 받는 섬이 될 것이라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독도는 절대로 일본 땅이 아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다.

 

2010년 9월  독도박물관 전시를 앞두고..

 

 

* 이 전시는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개최되는 것입니다.

 

 
 

■ 김병일

 

홍대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10 장애인의 애국하는 방법에 관한 모색전 (독도박물관)(부제: 나비야 독도가자!) | 2010 산 구름 소품전 (서울창작스튜디오갤러리) | 2009 춤추는자연과 존재의 소중함전 (부부전)(밀알미술관) | 2008 제2회 드로잉 개인전 (서울창작스튜디오갤러리) | 2008 제1회 드로잉 개인전 (단원미술관)

 

그룹전  | 2010. 8  제 5회 연꽃그림 페스티벌 (시흥 관곡지) | 2010. 7  서울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 3기작가 연합전 (서울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 겔러리) | 2010. 7  장애인 미술가의 희망축제 한마당 (서울, 제주 순회전시) | 2010. 7  품스 전 | 2010. 6  제11회 광진미술협회전 (나루미술관) | 2010. 5  제3회 “장애차별철폐를 위한 萬 __ 畵 __ 展” (평등을 위한 모색 전)(서울, 목포, 부산, 천안 순회전) | 2010. 5  국제 드로잉 아트페어 (단원미술관) | 2010. 5  한일 누드크로키 교류전 (이로하니 갤러리) | 그 외 40여회 전시

 

공모전 다수입상 | 2009오픈크로키 대회 대상을 비롯 미술, 사진, 비디오영상부문 다수 수상경력

 

현재  | 한국미술협회 회원 | 한국장애인미술협회 회원 | 서울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 4기 입주작가 | 드로잉그룹<자연과인간> 부회장 | 독도향우회회원 | 독도수호대대원

 

 

 
 

vol.20100928-김병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