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경 展

 

 

dancers in the red garden 2_80x119cm_combined media on Korean tradiotional paper

 

 

갤러리 이즈

 

2010. 6. 23(수) ▶ 2010. 6. 29(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00-5 | 02-736-6669

 

www.galleryis.com

 

 

dancing with what we lost_90x217cm_combined media on Korean tradional paper

 

 

정체성의 탐구로서의 조형 언어

박철화(중앙대학교 예술대 교수)

 

표상이든, 표현이든, 형식이든, 아니면 제도로든 예술작품의 비밀을 해명하려는 많은 개념 틀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에 대한 보편적 설득력을 갖는 답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비밀에 대한 해답이 없다는 사실은 얼핏 불행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행복한 대목이기도 하다. 해답이 없는 모호함을 운명처럼 껴안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불행이겠으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비밀을 찾아 새로운 모색을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는 행복일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여행에 비유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존재와 세계의 새로운 모습을 찾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이는 인간의 노력, 그 영혼의 여행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예술, 즉 현대예술(modern art)은 '새로움‘의 창조를 자신의 존재이유로 삼고 있다. 대혁명 이전 구체제 속에서의 예술이 세계를 장식하는 기술(ars 또는 techne)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현대예술은 기존의 세계와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낡은 세계를 떠나 새로운 세계를 찾아나서는 모험이었다. 물론 그것은 많은 경우 단절로서의 결별이면서 동시에 끌어 안음으로서의 감싸기였다. 하지만 어쨌든 낡은 인습의 굴레를 벗어나, 굳어진 감각과 인식을 거부하며 새로운 삶과 세계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일은 현대예술에 주어진 과제이자 특권이었다. 새로워야 하기에 떠나는 것이다. 그 점을 독일의 대 문호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get lifted_21x30cm_paper collage on painted paper

 

 

정문경은 일찍이 자신의 작업을 ‘길’이라는 테마로 설명한 적이 있다. “이전의 작업에서 수없이 덧칠된 물감을 지워내고 그 비워진 공간에 길의 흔적을 남기며, 무언가를 그리고, 다시 닦아내고 하는 것은 불확실한 삶의 길을 형상화 한 것이다. 이번 작품들에선 절대가치를 향하여 맴돌고 있는 나의 길을 주제로 담아보았다.” 사실 작가가 마주하고 있는 종이 혹은 캔버스란 자신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며, 그 위를 오가는 선과 색은 그 영혼의 얼굴, 즉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몸짓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정체성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존재는 자연이 그러하듯 변하는 것이며, 생명으로서의 움직임을 갖는다. 예술이 매 순간 길을 떠나는 여행이 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나는 ‘지금의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분명한 나’란 죽음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으며, 생명으로서의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나’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가장 멀리까지 확장되고, 가장 높이까지 승화될 자아(自我)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mother's garden_64x48cm_combined media on Korean traditional paper

 

 

정문경의 작업은 그런 변화와 생성의 여정을 보여준다. 한국화를 전공하고서도 20대에 일찌감치 뉴욕에 가서 서양화를 공부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몇 번씩 작업과 생활의 근거지를 옮겨가며 계속해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종이와 캔버스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와 색과 기법을 통해 그의 작업은 동양과 서양, 예술과 현실, 전통과 실험, 구축과 해체의 과제를 아우른다. 때로는 덧붙이고 또 때로는 지워내면서 그는 어느 순간 드러나는 이미지를 탐구하는데, 그 이미지란 바로 자아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그 자아는 고정된 것도 단일한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자아란 친숙하면서도 낯선 그 무엇이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얼굴이 달라지는,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미끄러져 달아나는, ‘미지(未知)’의 복합적 생성이 바로 자아다. 정문경이 자신의 작업을 ‘Journey to the Unknown’이라는 부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친숙한 ‘지금의 나’를 떠나는 부정(否定)을 통해서만 미지의 ‘진정한 나’를 만날 생성의 가능성을 얻는 것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정과 생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영혼의 얼굴을 찾는 일이야말로 예술로서의 여행이다.

 

 

she_21x30cm_combind media

 

 

그의 최근 작업은 콜라주다. 그런데 이 콜라주의 재료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이다. 자신의 일상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겨 말하자면, 우리의 자아란 일상을 떠날 수 없으며, 설령 일상을 떠났다 하더라도, 위대한 신화의 여행이 모두 그러하듯 결국 일상으로 돌아온다. 물론 보다 더 성숙한 자아로서 돌아온다는 것이 그 안에는 전제되어 있다. 정문경의 콜라주는 그런 여행의 성격을 갖는다. 일상의 사물을 붙이고 떼어내며 이동시킴으로써, 자신의 친숙한 자아를 떼어내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일. 정문경이 자신의 콜라주를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라는 말로 정리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적확(的確)하고 예리하다.

따라서 그의 콜라주는 일상에 대한 사랑의 제의라 할 수 있다. 친숙한 자아와 결별하면서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란 그 일상과 ‘함께 다시 태어나기’ 위한 실존의 모험이다. 그 모험이 없다면 자아에게 일상이란 감옥일 뿐이며, 우리의 자아는 그 모험을 통해서만 생성의 가능성으로서 ‘유동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진정한 떠남은 새로운 자아로 태어나 다시 돌아오는 사랑이며, 여행은 사랑의 에너지가 충만하다는 점에서 즐거운 축제다. 정문경의 최근 작품에 ‘Dance’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작업 자체가 축제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흥미로운 것은 드로잉 작업이다. 거기에는 한국화의 색채와 운필(運筆), 현대적 용어로 바꾸자면 ‘브러쉬 스토로크(brush stroke)’가 들어있다. 한국화에서 장지에 색을 올리고, 지우고, 선을 긋는 일은 서양화의 콜라주에서 붙이고, 떼어내고, 이동하는 일과 본질적으로 같은 속성을 지닌다. 정문경의 드로잉은 그런 점에서 한국화와 서양화를 기법의 차원에서 이어주는 징검다리이며, 동시에 그의 자아 탐구가 일관된 것임을 보여주는 궤적이다. 얼핏 분방하게 보일 수도 있는 그의 ‘유동적 자유’는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작가로서의 생명력의 표현인 것이다. ‘존재의 춤’이라 부를 수 있을 이 조형 언어의 축제가 기꺼이 우리를 부르는 것은 그래서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

 

 

table dance (sky blue)_78.5x42cm_combined media on Korean traditional paper

 

 

 

 

■ 정문경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졸업 (석사, 한국) | 뉴욕주립대학 회화과 졸업 (학사, 미국) | 중앙대학교 회화과 2년 수료

 

개인전  | 2010  제 8회 개인전, 갤러리 이즈, 서울, 한국 | 2009  제 7회 개인전, 짤스부르그, 오스트리아 | 제 6회 개인전, 인천, 한국 | 2008  제 5회 개인전, FT ART 갤러리(초대전), 로스앤젤레스, 미국 | 2004  제 4회 개인전, 예술의 전당, 서울, 한국 | 1999  제 3회 개인전, 갤러리 가산(초대전), 서울, 한국 | 제 2회 개인전, 예술의 전당, 서울, 한국 | 1997  제 1회 개인전, 사비나 갤러리, 서울, 한국

 

3인전  | 2004  제 3회 LA ARTCORE(초대전), 로스앤젤레스, 미국 | 1995  제 2회 관훈미술관, 서울, 한국 | 1994  제 1회 관훈미술관, 서울, 한국

 

단체전 | 2010  한일 현대미술의 단면전, 일본 아시아박물관, 도쿄, 일본 | 한일 여류 작가전, 한국문화원, 도쿄, 일본 | 중앙대 예술대학 교강사 전시회, 서라벌홀, 중앙대학교, 안성, 한국 | 2009  용의 비늘 전, 예술의 전당, 서울, 한국 | 자연 사람 미술의 어울림 전, 포천, 한국 | 중앙현대미술대전,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 여성이 본 한국미술, 세종문화회관, 서울, 한국 | 역사를 간직한 바다 전, 부산, 한국 | 중앙대 예술대학 교강사 전시회, 서라벌홀, 중앙대학교, 안성, 한국 | 한국미술대표작가전(mbc미국개국기념), 아틀란타, 미국 | 2008  WORLDWIDE NEW YEAR SHOW,갤러리 웨스턴, 로스앤젤레스, 미국 | REPRESENTATION, 갤러리 아이앰, 로스앤젤레스, 미국 | 83rd ANNUAL SHOW, 브랜드아트갤러리, 글렌대일, 미국 | WPW SHOW, 앨에이아트코어 브루어리아넥스, 로스앤젤레스, 미국 | 2007  “TWENTY” THE YEAR-END ART SHOW, 에프티아트 갤러리, 로스앤젤레스, 미국 | WPW AT VIVA, 셔먼옥스, 미국 | 2006  “SPRIT OF KOREA, 한국문화원, 로스앤젤레스, 미국 | 2005  PSA SHOW, “EIGHTIETH  ANNIVERSARY”, 로스앤젤레스, 미국 | PSA FALL EXHIBITION, FINE ARTISTS FACTORY, 파사디나, 미국 | 2004  한국화 여성 작가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한국 | 지의 물성전, 종로갤러리, 서울, 한국 | 부병전, 서울, 한국 | 2003  PASADENA SOCIETY OF ARTISTS, 모던아트갤러리, 로스앤젤레스, 미국“LANDSCAPE MINDSCAPE,” 마운틴뷰 메모리얼 갤러리, 알타디나, 미국 | “ONE GREAT NATION,” 비바 갤러리, 놀스릿지, 미국 | “INVENTIVE MIXED MEDIA EXHIBITION,” 파사디나, 미국 | 2002  “MULTICULTURAL LANGUAGE OF ART” 랭커쉼아트센터, 놀스헐리우드, 미국“AN AFFAIR WITH COLOR” 비바 갤러리, 놀스릿지, 미국 | “STUCK ON COLLAGE” V 비바 갤러리, 놀스릿지, 미국 | “FALL COLLAGE SHOW” VI 비바 갤러리, 놀스릿지, 미국 | “NATURE―GOD’S ART WORK AND OURS, 알케이디아, 미국 | 2001  “COLLAGE MARCHES ON,” 비바 갤러리, 놀스릿지, 미국 | “AFTER THE FIRST EIGHTY YEARS,” 올랜도갤러리, 미국 | 1999  사월의 소품전, 갤러리 아라리오, 양평, 한국 | 다름속의 동질전, 서울, 한국 | 자연과 바람의 이야기전, 양평, 한국 | THE FIRST MORNING EXHIBITION, 서울, 한국 | 국제선면전, 서울, 한국 | 새로운 삶의 천년화를 위한 준비전, 서울, 한국 | 국제선면전, 도쿄, 일본 | INTERNATIONAL IMPACT ART FESTIVAL ' 99, 도쿄, 일본

 

수상  | 2003  AWARD OF MERIT:  “INVENTIVE MIXED MEDIA EXHIBITION,” | FINE ARTS FACTORY, 파사디나, 미국 | HONORABLE MENTION: “LANDSCAPE MINDSCAPE,” 알타디나, 미국 | HONORABLE MENTION: “PSA” MODERN ART GALLERY, 로스앤젤레스, 미국 | 2002  HONORABLE MENTION: “STUCK ON COLLAGE” VIVA GALLERY, 놀스릿지, 미국 | HONORABLE MENTION: “MULTICULTURAL LANGUAGE OF ART” | LANKERSHIM ART CENTER, 놀스헐리우드,  미국 | 2001  HONORABLE MENTION: “COLLAGE MARCHES ON” VIVA GALLERY, 놀스릿지, 미국

 

경력  | 2009.3~  중앙대학교 강사 | 2010.3~  인천대학교 강사

 

현재  | 1992~  한국미술협회 회원 | 2001~  COLLAGE ARTISTS OF AMERICA 회원, 미국 | 2001~  WOMEN PAINTER WEST회원, 미국 | 2002~  PASADENA SOCIETY OF ARTISTS회원, 미국 | 2004~  한국화 여성 작가회 회원 | 2009~  분당 작가회 회원

 

 

vol.20100623-정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