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사진들 展

 

전시작가 : 김홍석, 문미영, 손준호, 이준

 

 

김홍석_청색배경앞 자화상_90x100cm_C- Print_2009

 

 

갤러리 룩스

 

2010. 6. 18(금) ▶ 2010. 7. 5(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www.gallerylux.net

 

 

문미영_Meat-in_40x50cm_C- Print_2009

 

 

달라진 사진들

 

사진사적 의미에서 지금의 젊은 한국사진들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사진을 베이스로 한 작가들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울 만큼 사진의 용도는 널리 확장되고 있다는 점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한 몫을 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진의 기록성이 무너진 점이 가장 큰 변화의 요인라고 할 수 있다.

사진 매체의 기록성은 이제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린 지금 사진작가의 정의는 무엇일까?

예술사진가, 즉 예술을 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가 정도가 아닐까? 매체야 어찌되었던 작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용이하게 해주는 가장 적합한 매체가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존 시스템이니 디지털이니 퀄러티니 하는 것은 적어도 예술 사진에서는 필요하면 쓰는 정도가 되었고 필수가 아닌 선택의 항목이 되어버렸다.

사진, 여기에 네 명의 작가가 있다. 작은 것을 크게 찍기도 하고 죽은 것을 먹는 것으로 만들거나 마우스로 그리기도 한다. 또한 연출하여 기록한 사진이 포토샾처럼 보이게 하는 희안한 재주를 가진 작가들이다.

달라진 사진들은 이 작가들이 사진의 외형적 모습만큼이나 작가적 태도와 관심들도 다르다. 서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할진데 무엇이 달라졌다는 것인가? 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여기서 말하는 달라진 것은 소위 요즈음 신인작가들의 작품 제작의 의도에 있다. 이들의 사진은 기록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예술로서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달라졌고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통해 취미 생활을 하듯 사진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손준호_Alice In Wonderland Syndrome #1_150x100cm_Pigment print_2009

 

 

그 중 이준의 작품을 보면 미니어처 분경을 통해 과거 근대사진의 풍경사진을 재현 한다. 언뜻보면 자연풍경의 찬미 같은 흑백의 풍경사진으로 보이지만 가짜로 만든 분경임을 알게 되면 그 재미는 세세한 관찰로 이어지고 이것을 만든 사람의 태도를 말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가 붙인 ‘별경(別憬)’은 새로운 깨달음을 통한 기운생동(氣韻生動)이다. 그는 가짜 풍경이라도 만들어 자연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반영하는 사진적 태도를 취함으로으로써 자신만의 풍경인 ’별경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는 현대인이 갖는 기운생동의 욕망이 아파트안 거실까지 차지한 대자연의 ‘축경(縮景)’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김홍석의 작업에서 보여주는 컴퓨터의 활용은 소스가 된 사진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체한다. 소위 사진에서 리터칭이란 일종의 지우기인데 가령 안드리아스 구르스키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와 같이 불요한 한 전기줄이나 건물 같은 것을 제거하여 시각적 효과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여러장의 사진을 합성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지우는 것에서 나아가 그는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면서 붓과는 다른 새로운 그림그리기를 통해 달라진 회화와 사진 사이를 실험 한다. 그의 자화상 시리즈는 회화 베이스였던 자신의 예술의 지향점이 어디인가를 고민하며 시도한 흔적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손준호의 사진은 현대사진의 전형적인 방법론인 연출된 구성 사진을 통한 작업으로 평범한 이미지로 보이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작가의 노력은 오히려 더욱 사진적이다. 다시 말해 우연성에 기인하긴 하지만 애초에 작가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이 나올 때까지 반복적인 촬영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이다. 그런데 그 이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컴퓨터로 합성하거나 지운것 같이 초현실적이다. 가령 화면상 교묘하게 피해간 겹침이나 완벽한 화면구성 그리고 현실과는 약간 다른 채도 높은 색감들... 마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처럼 잘 짜여진 화면 구성들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합성이 아닌 스트레이트 한 사진적 방법을 자신이 말하고자했던 상상속의 동화 같은 풍경에 작가만의 독특한 방법과 노력으로 재미있는 시각적 감각을 드러낸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LiJun_별경(別憬)_40x50cm_Pigment Print_2009

 

 

문미영의 작품이 시선을 끄는 것은 우선 엽기적이라는데 있다. 엽기란 ‘비정상적이고 기괴한 일이나 사물에 흥미를 느끼고 찾아다니는 것’을 말하는데 시각적으로 문미영의 작품과 많이 닮아 있다. 이름 모를 새끼 괴물이 음식 속에 들어 있지만 맛있게 먹는 사람이 등장하는 모습이나 길거리에서 차에 치어 죽은 동물들을 만들어 찍는다. 언뜻 보면 엽기적이며 비정상의 생각들 같지만 냉정을 찾고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닭대가리를 갈아서 만든 햄버거인지 부추로 살짝 덮은 보신탕 같은 것은 시각적으로 위장되어 있을 뿐 엽기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시각화하면 엽기가 되는 이상한 세상을 보여주는 문미영의 작업에서 현대인들은 얼마나 시각적 마술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상 네 명의 작들은 분명 서로 다른 예술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것이 공통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이자 작가선정의 맥락이다. 한 20여년 전 사진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전시를 기획하던 시기는 작가적 태도의 집단성이 있었고 목에 핏대를 세우던 사람들이 말하는 사진의 기록성은 누가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던 사진의 기록성은 포토샾이 맡았고 퀄러티는 출력실과 액자집이 다 알아서 하는 세상에 사진의 역사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이 네 명의 작가가 유의미 한 것은 사진의 역사가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새롭다는 점이다.

구성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강사)

 

 

 

 

 

vol.20100618-달라진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