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이경하 2인 展

 

- We’re not there -

 

 

박상희_팩토리 점프_72.7x116cm_oil on canvas_2009

 

 

이언 갤러리

 

2010. 6. 10(목) ▶ 2010. 6. 30(수)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37 | 02-725-6777

 

 

박상희_a pole jumper_89.4x130.3cm_oil and acrylic on canvas_2010

 

 

갤러리 VIOL이 2010년 6월 전시부터 EON gallery로 명칭을 변경하고 종로구 팔판동 137번지로 이전해서 하는 첫 전시로 박상희 이경하 이인전을 준비했습니다.

 박상희 이경하 두 작가 모두 신세대의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며 신선한 감각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사각의 캔버스 너머 영원히 이어질 듯한 공간 속에 보편적인 우리의 삶의 편린들을 대비시켜 소통되지 못함에 대한 좌절감, 세상에 존재하는 대립적 이분법에 대한 무기력 등을 표현하고 있다.

 

박상희 작업노트

나의 작품 주제는 현대 일상에서 나타나는 무감각적 현상(現狀)의 회화적 재현이다. 일상의 무감각적 현상이란 현대사회의 특징적인 삶의 단편으로, 반복적인 삶 속에서 발전하지 않은 채 능동적인 감정표현도 없이 마비됨을 뜻하다. 이러한 무감각적 일상은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적 감수성을 내재한 삶의 또 다른 단편으로, 개인주의의 확장된 영역이다. 나는 이러한 삶의 모습을 관찰자라는 형태로 타인의 삶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때 관찰자의 입장으로서 타인의 삶에 대해 방관자적인 위치에서 마비된 일상 속에 내재된 내면적 세계를 회화라는 전통적인 장르를 통해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작품에 나타나는 인간상은 현대인들의 대변인이다. 현대인들은 스스로의 삶에 덤덤해지면서 자기중심적인 행동과 사고를 하게 되며 삶은 갈수록 반복적이고 무의미해져 타인의 삶이나 사회에는 점점 무관심해진다. 나의 작품 속에서는 이루어야 할 도덕적, 사회적 목적의식을 잃은 채 반복적이며 무기력한 삶 속에서 스스로 고립된 현대인들이 냉소적인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들을 통해 마비된 일상을 그려내고자 하며, 마치 사회에서 단절된 듯한 인간의 고립된 양상을 관찰자적 입장을 통해 고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우울한 감성의 원인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결국 일상의 무의미함으로 연결 지어진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적인 정서가 배제되고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은 곧 무감각적인 감수성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 같은 현대문화적 현상은 물질문명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로 인간 정신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며, 동시에 그러한 변화 혹은 변혁에 따른 인간의 정서는 새롭게 의미가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면모에 있어 일상이 부여하는 무기력 혹은 무감각적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경하_make a camp on a wasteland_145x145cm_charcoal& oil on canvas_2010

 

 

이경하 작업노트

저의 작업은 공간과 대상을 이질적인 재료로 표현하여 한 화면 안에 배치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공간은 목탄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올려지는 대상은 유화로 표현합니다.

저에게서 공간은 영원한 것, 끝없이 확장되는 것, 규정되지 않은 속성의 것, 정신적이고 이상적인 상태의 재현으로 표현됩니다. 거기에 반하여 공간 위에 올려지는 대상들은 유한한 것, 인공적인 것, 규정되는 속성의 것,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것입니다.

공간은 자연적인 공간으로 하늘, 대지, 바다, 바람을 표현하려 하고 있으며 보다 무한하고 확장되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하여 완결되지 않는 속성으로서의 드로잉의 방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목탄을 사용하여 풀밭을 표현할 때에 정확한 풀들의 움직임이나 상태를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풀밭’이라는 것의 외양을 표현하려 하되 끝없이 반복하여 선을 긋고 지우며 하는 와중에 작은 세부의 묘사들이 크게 확장되어 넓은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저의 이러한 배경의 공간이 캔버스의 크기를 넘어서는 확장된 영역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은 구체적인 풀밭이 아니라 미세하고 작은 묘사들이 이루어 내는 추상적인 공간입니다. 제가 표현한 바다, 나무, 구름, 풀밭 모두 이러한 의도로 표현되었습니다.

반면에 이러한 공간을 구성해놓은 후에 올라가는 대상의 이미지들은 보다 인공적이고 규정적인 것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원색을 많이 사용하고, 매끈한 공산품 같은 느낌을 주려 의도하였습니다.

삶에서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물질과 비물질, 영속과 유한 등 끊임없이 많은 대립의 순간들을 경험하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 자체가 양 극단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양 극의 대립적인 순간들을 캔버스 안에 배경과 대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화면 안에 대립적인 것들을 배치하였을 때에 바라보는 이의 눈에서 이 대립이 중화되고 그 중화되는 순간이 삶이 놓여있는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경하_pick out a location_145x145cm_charcoal& oil on canvas_2010

 

 

 

 

 

vol.20100610-박상희.이경하 2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