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령 展

 

'In-Between Double'

 

 

"Untitled" from the series In-Between Double 1/10_24x36inch_Digital C-print_2009

 

 

갤러리 룩스

 

2010. 6. 9(수) ▶ 2010. 6. 15(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www.gallerylux.net

 

 

"Untitled" from the series In-Between Double 1/10_24x36inch_Digital C-print_2009

 

 

Press release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이 숨쉬고 거리를 활보하고 관계를 갖고 감정을 교류하는, 그래서 그  구석 구석은 사람들의 발자국과 기억과 사랑의 흔적이 남는 곳이다. 또한 도시에는 꿈과 좌절이 있고 삶과 죽음이 있다. 대도시의 구조물과 사람과 구조물의 관계 등 도시 안에서 창조되는 인공의 형상은 많은 미술가들의 영감이 되어 왔다. 아마 도시와 그 도시인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에너지, 혹은 인간의 존재감과 외로움이 이 형태들을 통해 상징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사진은 도시의 무수한 신비감과 아름다움, 동시에 적막함과 고독감을 포착해 내는 도구가 되어 왔다. 사진가이자 필름 제작자였던 Paul Strand 는 ‘월스트리트’에서 건물이 자아내는 독특한 추상 형상을 화면에 담았으며, Bernd & Hilla Becher는 건물 위에 세워진 수통만을 집중적으로 화면에 담기도 했다. 한인 미술가인 김미루는 본인 스스로 누드로 분하여 버려진 건물과 폐허된 공간을 누비며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없는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마치 깊은 심리의 내면이나 잠재의식 속을 걸어 다니는 듯한 분위기로 연출 하여 도심의 또다른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민혜령은 뉴욕시의 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이 도시인들은 바로 작가 스스로의 자화상이자 다른 사람들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는 기쁨과 절망, 사랑과 이별, 활력과 지침, 평화와 갈등, 행복과 고독 등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 살아 숨쉬는 도시 곳곳을 끊임없이 탐험한다.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지하철을 오르내리며, 건물위에서 길 아래로 내려다 보며, 혹은 광장에 앉아서 쉼없는 사람들의 오가는 움직임 속에서 그들의 행동과 표정을 관찰한다. 그리고 연령, 성별, 직업 등이 무수하기 이를데 없는 다양한 사람들의 독특한 상황을 순간적으로 카메라 앵글에 포착한다. 즉 거리에는 여행자, 거주자, 노동자, 어린이, 어른 등 무수한 종류의 인간 유형이 있는데 민혜령은 관찰자로서 특정 상황이나 배경 속에 벌어지는 그들의 본질적인 행동을 포착하는 것이다.

 

 

"Untitled" from the series In-Between Double 1/10_24x36inch_Digital C-print_2009

 

 

보다 특징적으로 민혜령은 도시인의 실존적 고독감을 포착하는 경향이 강한데 정적인 인물과 움직이는 인물의 대조, 관계나 존재성이 분리된 격자 구조 등의 구성적 방법을 통해 화면에 나타나는 주도적인 인물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러한 인물은 무력감으로 남아 있지 않고 주변의 움직이는 사물 혹은 또다른 인물의 움직임으로 인해 고정되거나 정체된 이미지를 벗어난다. 그 순간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이며 인생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라는 의미가 표현되는 것 같다. 그래서 돌아가는 전동차길, 자전거, 회전하는 롤로코스터 등 일상에서 발견되는 역동의 이미지가 종종 등장한다. 우리의 삶은 소용돌이와 격정 속에서 관계가 만들어내고 그 관계속에서 스스로가 존재하는 것이다.

민혜령의 사진에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도시인의 중첩된 시각을 방법론적으로도 적용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방식과도 같다. 우리가 걷고 있다고 가정하자. 상점의 유리에서 반사되는 나의 이미지와 배경의 이미지가 보인다. 또한 상점 속의 물건이 보인다. 동시에 나의 생각 속에는 이를 보며 연상되는 이미지와 그에 대한 나의 감정들이 중첩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억, 감정, 상상, 현실이 만나는 이 순간적인 시점. 바로 민혜령은 사진으로서 이 만남의 시점을 이루고자 한다. 타자와 자아를 교류시키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작업. 이를 위해 민혜령은 자신이 찍어 온 수백개의 이미지들을 연결하고 중첩시켜 독특한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 때로는 고독한 인물 옆에 물방울이 중첩되어 우수와 슬픔의 마음이 형성되고 전차를 기다리는 여행객의 피로한 뒷모습과 전차 위 우거진 숲이 결합되어 도심의 일상에서부터 탈출하고자하는 인물의, 혹은 작가의 마음이 표현된다. 도시인의 시각은 층층히 이루어진다. 나의 본성도 겹겹이 만들어진다. 민혜령의 사진에는 무슨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장면은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그 감정이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생의 순간 순간은 무수한 연기와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삶은 찰나의 중첩이다. 작가의 과거의 시각과 기억과 중첩, 찰나의 우연한 만남, 이를 통해 카메라의 고정된 순간이 새로운 순간으로 재구성된다.

 

전 뉴욕 한국문화원 큐레이터 황유진

 

 

"Untitled" from the series In-Between Double 1/10_24x36inch_Digital C-print_2009

 

 

In-between Double

 

내게 사진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다.

‘카메라’라는 기계로 세상에 숨겨진 비밀을 들여다본다.

내가 카메라로 세상 사람들을 바라볼 때 카메라는 음성으로 변환되지 않는 번역기가 된다.  그러므로 내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제3의 언어가 담겨 있다.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혹은 마음이 모두에게 드러난다면 살아가는 일이 더 가벼워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마음속의 꼴을 감추며 살아간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작은 상상 박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피사체의 감정을 끌어낸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사진가의 추측에 불과하다. 마음이 마음을 떠나면 그 어떤 도구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보여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다만, 가장 가깝고도 비슷한 색으로 표현될 뿐이다. 그러니 나의 사진은 사실은 피사체의 몸을 빌려 내 감정을 대입시킨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Untitled" from the series In-Between Double 1/10_24x36inch_Digital C-print_2009

 

 

나의 삶을 침범하는 생각에는 두 가지의 모습이 있다. 하나는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끌고 다니는 생각의 끈 일 테고, 또 다른 하나는 기대치 않은 짧은 순간에 스치는 생각의 편린일 것이다. 떨쳐내지 못하는 생각들로 새벽을 맞기도 하고, 길을 걷다 스치는 냄새에, 한 구절의 노랫소리에 잊고 있던 수년 전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기도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처럼 주인공이 마들렌 쿠키를 에 찍다가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것과 같다.

본 작업에서는 이런 두 가지 생각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자 했다.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나의 렌즈 안에서 뛰놀며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다. 나는 그 이야기를, 그 냄새를, 그 소리를 관찰하고 읽으며 사진에 담아낸다. 그런 일상의 삶 속에 녹아들어간 생각들을 카메라가 읽고 있다고 믿고, 구체적인 상상의 세계를 피사체 위에 덧입히는 작업을 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다 건널목의 신호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그녀가 문득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고 느껴졌고, 코니 아일랜드의 색바랜 관람차와 목마, 수족관을 쳐다보는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그녀의 어린시절을 대입시켰다.

디지털 다중 노출의 이미지들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이미지들은 피사체들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 내 머릿속에 그려진, 적어도 나의 시선이 머물렀던 순간의 모습들이다. 타이틀인 In-between Double은 물리적인 사진 레이어의 중첩과 생각의 겹, 피사체와 나의 중복이 모두 포함된다.

 

 

"Untitled" from the series In-Between Double 1/10_24x36inch_Digital C-print_2009

 

 

 

 

■ 민혜령

 

 School of Visual Arts_Digital Photography MPS(Master of Professional Studies) |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_Photography  AAS | 한양대학교_독어독문학과 BA. 광고홍보학과 BA. Minor

 

개인전  | 2010  In-between Double (갤러리 룩스)

 

그룹전  | 2009  SVA Surface Tension (NY) | 2007  FIT Photography Exhibit (NY) | 2006  FIT Fashion Stories (NY) | 2002  제 1회 한일학생 교류 사진전 | NeoMode Photo Art Institute & Nippon Photography Institute (세종문화회관) | 1996-2001  H.Y. Focus 정기전시회 _ 한양 대학교 (예총 화랑, 유네스코 회관, 남산 시립 도서관)

 

 

vol.20100609-민혜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