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경 展

 

' TAILORED MEMORY '

 

 

TAILORED MEMORY_지름60cm_oil on wooden panel_2008

 

 

노암갤러리

 

2010. 5. 26(수) ▶ 2010. 6. 1(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33 | 02-720-2235

 

www.noamgallery.com

 

 

TAILORED MEMORY_지름60cm_oil on wooden panel_2008

 

 

우리는 종종 일상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오거나 새롭게 지각된 무언가가 촉매제가 되어, 작가의 마음 기저에 흐르던 관심사와 만나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장진경은 어느 날 작업실 한 켠에 있는 서예 연습지 위의 한자에 주목했고, 한자(언어)들이 소쉬르가 정의한 랑그(langue) 즉,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는 사회적 약속체계를 벗어났을 때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영어나 한글만큼 친숙하지 않고 상형 문자에서 유래한 한자가 작가에게는 의미가 아닌 조형적으로 인식된 것에서 일련의 작업이 시작된다.

 

 

TAILORED MEMORY_지름41cm_oil on wooden panel_2010

 

 

언어란 ‘의미하는 것(기의)’와 ‘의미되는 것(기표)’로 구성되며 이 둘의 관계가 자의적이란 사실 위에서 작가는 마음껏 한자를 흔들어 해체시키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한자라는 일종의 언어기호를 해체시킨 결과물이 추상적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장진경의 추상적 화면은 주체의 내면이 구체적 형상 없이 표현되었던 과거 19세기 추상화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개념적으로는 기호를 풀어 해체시켰으나 형식적으로는 단단한 추상적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장진경은 여러 겹의 한지를 쌓아올리면서 화면을 완성시켜나가며, 캔버스 또한 절대성의 상징적 형태인 원과 정사각의 프레임을 사용하는 작업방식을 취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체된 문자기호들은 견고하게 화면에 다시 자리 잡는다. 성실하게 쌓아 올려가면서 동시에 의미를 해체시키는 역설적인 방법은 문자 자체가 의미를 빠져나와 조형화되는데 성공적으로 기여한다.

 

 

TAILORED MEMORY_지름41cm_oil on wooden panel_2010

 

 

문자, 더 정확히는 언어기호에 관한 작가의 시선은 기존작업에서 언급한 ‘대화’라는 주제와도 닿아있다. 작가는 관객과 작품 간의 관계뿐 아니라 색채, 형상, 구성, 설치 등 그녀만의 조형언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대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독립된 이미지들을 캔버스의 두께를 달리해 높낮이를 만들거나 마주보게 설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면을 이루는 여러 층(layer)의 선과 색도 대화를 나눠야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작업 밑바탕에서 이뤄지는 오랜 시간과 수공 적 노력을 과정자체로 즐길 뿐 화면에서 보상받고자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이미지 안에서 애써 지난한 작업과정을 드러내는 대신 풍부한 색과 붓 터치는 단단한 밀도로 작품 안에 스며든다.

 

이런 우직한 작업태도로 ‘소통’이란 주제로 모아지고 있는 작가의 오랜 관심사를 어떻게 조형적으로 실험하고 표현하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습관적인 우리의 일상이 장진경의 작품을 통해 환기되는 소중한 경험 또한 기대해 본다. /김 某(작가)

 

 

TAILORED MEMORY_지름17cm_mixed mediums_2010

 

 

 

 

 

vol.20100526-장진경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