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왈종

 

 

제주생활의 중도_60.5x72.5cm_장지위에혼합_2010

 

 

노화랑

 

2010. 4. 14(수) ▶ 2010. 4. 27(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03 | 02-732-3558

www.rhogallery.com

 

 

제주생활의 중도_91x117cm_장지위에혼합_2010

 

 

1990년 미술대학 교수 자리를 훌쩍 버리고 혼자 서귀포로 들어간 작가. 바다의 호통이 무서워 많은 시간과 힘든 노동을 필요로 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가 ‘이왈종’ 선생입니다. 구속에서 벗어나면서 어려운 예술을 버린 대신에, 바다의 자유를 얻고 생활의 영혼이 담긴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이왈종 선생입니다. 20년이 되었으니 이제 자연인이 되었다고 해도 좋을 작가 바로 ‘이왈종’입니다. 그의 개인전이 4월 14일(수)부터 4월 27일(화)까지 ‘노화랑’에서 개최됩니다.

 그는 일찍 남들이 용기없어 못하는 행동으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게으른 창작생활을 하면서도, 어느 작가보다 더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색을 칠하는 것만이 아니라, 색을 칠하고, 긁어내고 다시 표면을 입히면서 마티에르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그의 작품 속에는 그래서 현대라는 시간이 만든 ‘불안’이 없습니다. 세간의 온갖 욕망이나 허황된 권위도 그의 작품에서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서귀포에 들어온 지 얼마 안가서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단순 무모한 결정이었는지 깨달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육체를 노동으로 이끌면서 만든 결과로 자연과 함께하는 작품이 등장하였고 이것은 자신의 예술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두꺼운 장지에 아크릴 물감, 종이로 부조로 만들거나 목재를 직접 자르고 파내서 채색하여 만든 것 등, 다양합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선생은 ‘이왈종은 평면회화에 머물지 않고 부조, 목조, 도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자기세계를 펼쳐나간다. 특히 근래에 와서 그가 집중적으로 구현하는 장르는 목조라 할 수 있다. 나무를 깎아 갖가지 형상을 아로새기는 목각의 조각은 우리의 전통적인 목각조각과 연계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그 내용에 있어선 그 독자의 영상체계로 채워져 있다.’라고 이번 전시를 평하고 있습니다.

이왈종 선생이 그리는 작품 소재는 서귀포 생활에서 얻어진 것들로 관람자를 매우 편안하게 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 제목이 ‘생활의 중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가 추구하고 있는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격의 없는 색의 운영과 형태 그리고 여러 시점이 뒤섞여 화면을 활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근심과 불안이 전혀 없는 편안한 이웃의 일상처럼, 친근하면서도 자신에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자신의 감성을 충실하게 표현한 그의 작품은 많은 감상자들에게 따듯한 마음을 갖게 할 것입니다.

서귀포의 자연 속에서 그림의 원초적인 감정에 몰입하여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구축하고 발전을 멈추지 않는 이왈종 선생의 노화랑 초대전에 여러 기자분의 많은 관심과 도움 부탁드립니다.

 

 

제주생활의중도_10x15cm_순금(99.9%)20돈,판금위에채색_2010

 

 

이왈종, 서귀포의 환상

 

제주 서귀포는 이왈종에 있어선 생활의 공간이자 동시에 영감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의 작품 어디에고 서귀포 특유의 공간적 특징들이 명멸하는가 하면 그 공간은 어느 듯 환상의 여울로 넘쳐난다.

서귀포란 현실의 공간이 무릉도원과 같은 낙원의 공간으로 오버랩되면서 현실과 환상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의 작품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 듯 현실은 저만큼 물러나고 열락의 세계에 자적하고 있음을 깨닿게 된다. 예술의 힘은 현실을, 하잘 것 없는 일상을 무르익어가는 환상의 세계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의 화면에는 흔히 보는 나지막한 집이 등장하고 집 뒤로는 장독대가, 마당가엔 수선이나 민들레가 피어있다. 그 속에 개나 사슴이 등장하고 집 앞에는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다. 활짝 열린 방안에 드러누워 책을 읽고 있는 남정네가 타고 온 것이 분명하다. 그가 막 골프장에서 돌아왔거나 아니면 골프장으로 나갈때를 기다리는 듯 집벽에는 골프채와 골프가방이 기대어 있다. 바삐 뒤뜰의 장독대로 가고 있는 여인의 동작으로 보아선 점심이라도 준비할 태세가 역연하다.

 

 

제주생활의중도_150x221cm_장지에혼합_2010

 

 

집 뒤의 꽃나무는 아우성치듯 꽃을 피어 올리는가 하면 어느듯 시간은 잠간 멈춘 듯 적요하기 그지 없다. 저쪽 너머로 고깃배는 물위로 미끄러져가고 하늘에는 새와 물고기가 동시에 날고 있다. 동백 꽃나무 속엔 활짝 핀 동백사이로 집과 사슴과 새와 골프치는 남녀가 비집고 나온다. 흥부의 박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금은보화와 같이 우리 눈을 환하게 열리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이왈종의 화면엔 골프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골프가 그의 생활속에 들어왔음을 반영한다. 골프채는 언제나 집벽에 기대어 있고 집앞에는 골프장으로 가거나 골프장에서 돌아온 듯 승용차가 세워져 있다. 열락의 공간속에, 화사한 꽃들의 잔치가 펼쳐지고 있는 공간속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골프치는 남녀의 모습은 현실이 환상으로, 환상이 현실로 부단히 교차하는 긴장된 장면을 연출시킨다. 때로는 장난감같이 탱크가 그려지기도 하는데 그 이유를 물었더니 골프가 일종의 전투요, 골프장이 전장이라고 대답한다. 골프를 통해 사람끼리의 미묘한 심리전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탱크나 자동차 같은 문명의 이기가 염염한 꽃밭속에 등장하는 이 엉뚱한 발상과 거리낌 없는 상황의 설정은 그의 화면이 지니는 초현실적 맥락을 더욱 고양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가하면 호랑이띠를 나타내는 세화가 등장하고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비보이의 춤이 그려진다. 올해는 경인년, 호랑이띠다. 호랑이 가운데서도 희귀하다는 백호란다. 백호가 꽃으로 뒤덮힌 산등성이에 우뚝 서고 호랑이 등에는 까치 한 마리가 지저귄다.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하는 호작도는 민화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호랑이를 산신으로 하고 까치는 산신의 메시지를 인간마을에 전하는 전령이라는 해석의 민화는 그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치기어린 표현이 주는 소박한 정감이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밀함을 더해주고 있다. 이왈종의 호작도는 그러한 민화의 주제를 자기스타일로 재해석해놓았다. 깊은 산골이 아닌 바다가 배경인 제주의 꽃밭에 우뚝 서있는 모습이라든가 소나무 가지에 앉아 지저귀던 까치가 호랑이 등에 올라앉은 모습이 더욱 해학적이다. 바다에는 고깃배 한척, 상공엔 붉은 해가 떠있다.

 

 

제주생활의중도_43x9.5x9.5cm_테라코타향로위에 채색_2010

 

 

한손으로 물구나무선 모양을 한 청년의 찢어진 청바지와 허름한 티셔츠 그 너머로 열중한 구경꾼들, TV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한 장면이다. 이렇게 현실로 가까이 왔다가도 골프장으로 가면 다시금 활달하게 골프치는 모습의 여인의 뒤편으로 꽃과 새와 물고기와 바다가 하나로 어우러져 아련한 몽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이왈종은 평면회화에 머물지 않고 부조, 목조, 도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자기세계를 펼쳐나간다. 특히 근래에 와서 그가 집중적으로 구현하는 장르는 목조라 할 수 있다. 나무를 깎아 갖가지 형상을 아로새기는 목각의 조각은 우리의 전통적인 목각조각과 연계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그 내용에 있어선 그 독자의 영상체계로 채워져 있다. 골프치는 사람, 집, 꽃, 물고기, 새 등 그의 평면 회화에 등장하는 것들이다. 평면이 보다 추상적이라면, 입체는 보다 현실적이다. 구체적인 매스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목각조각은 마치 피어오르는 불꽃같은 형상을 띠면서 더욱 밝은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데 조형적 즐거움과 매력이 있다.

                                                                                      오광수 (미술평론가)

 
 

 

 
 

vol.20100414-이왈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