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보따리를 펼치며

 

 

양단저고리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전북 진안)

 

2010. 4. 10(토) ▶ 2010. 5. 30(일)

전북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 191-1 | 011-683-2730

www.jungmiso.net

 

 

명찰

 

 

 시어머님의 보따리를 펼치며

 -이 전시는 안소민씨의 시어머님 보따리 펼쳐보기이다-

   

안소민씨를 만난 것은 2년전 개인전을 열었을 때 인터넷 기자로 취재를 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때는 그렇게 잠시 만나고 해어졌다. 그러던 것이 작년에 그네가 다시 취재를 왔는데 함께 사는 시어머님의 보따리 이야기를 넌지시 해주었다.

처녀시절부터 장롱 속 깊이 간직한 시어머님의 보물들을 한 번 보지 않겠냐고 은근히 유혹을 했다. 흥미가 동했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지만 주위에서 그런 물건들을 보관해온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낡고 부질없는 것으로 치부해서 늘 정리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다. 그녀의 시어머님(박춘옥. 74세)은 뭐 볼게 있냐고 사양하셨지만 오륙십년 혹은 100년도 넘은 기억의 조각들이 보따리 보따리 풀려져 나왔다.

 

 

밥멍덕

 

 

시어머님이 시집오기 전에 친정어머니가 챙겨준 헝겊보따리며 버선 본, 결혼 전 양화점을 하던 남편이 보내온 연애편지, 큰아들의 초등학교 성적표와 받아쓰기 시험지, 뜨개질해서 입힌 자녀들의 모자며 양말, 눈 오던 겨울밤 친정어머니와 함께 만든 색색의 골무 등이 정갈하게 모두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곱 살 때 황해도 백산온천에 살고 있는 둘째 고모 댁(고모부가 장만영 시인)을 찾아갔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부터 사진관의 배경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만경강 풍경에서는 처녀시절 친구들과 뱃놀이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근현대를 사는 우리 어머니들의 삶의 역사가 이 보따리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한사코 볼 것 없다고 다시 묶으려는 어머니의 보따리를 나는 자꾸 잡아당겼다. 우리 한 번 펼쳐봅시다. 아주 자질구레해서 남 앞에 내놓기 남세스러운 이야기가 별 조각이 되어 추억의 은하수를 만든다고 어머니를 부추겼다. 보따리 속의 이야기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사연이 담긴 씨줄 날줄이 교차한 세월로 짜인 직물이다.

* 안소민씨는 현제 전주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mbc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 중인데 두 아이의 엄마로서 시부모님과 10여년을 함께 오순도순 살고 있다.

* 박춘옥(일명 현주)씨의 친정 큰 고모부가 신석정시인이며 둘째 고모부가 장만영시인으로 당대 한국의 유명한 시인 두 분과 인연이 깊은 집안이었다.

                                                                                                              기획  김지연

 

 

백동화로

 

 

시어머님은 참 부자이시다.

어머님 칠십 평생의 시간과 추억을 잘 보여주는 사진과 편지, 소소한 물건들이 어머님의 추억의 잔고를 넉넉하게 해주고 있다. 여기에 ‘칠십년’이라는 이자까지 붙어 그 추억은 어머님 뿐 아니라 아들 딸, 손주들까지 나누어주고도 남을 정도다.

어머님이 소중히 돌보며 아끼던 물건들을 모아보았다. 모두 어머님의 손때가 진하게 배어있는 것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흑백사진, 초등학교 때 집안 어르신에게 받았던 선물, 여학교 시절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놓은 자수, 시집올 때 친정어머니께서 해주었던 한복, 남편과 주고받았던 연애편지, 큰 아들이 받아온 시험지, 아이들에게 만들어주었던 옷가지 등이다.

일터에서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며 남편의 밥그릇을 아랫목에 덥히는 밥멍덕. 이를 보는 시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어머님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분들은 당신 삶의 언저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 될 테지만 ‘햇반’을 먹으며 자란 세대에게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그 시대의 삶의 숨결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유산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님 한 개인의 역사이지만 좀 더 확대해보면 그것은 한 시대의 문화와 삶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들이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 빠른 것, 편한 것으로 갈아타려는 이 21세기에 어머님의 이런 진득한 고집은 불편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고집으로 인해 우리에게도 저런 삶과 저러한 시대가 있었구나 한번 돌이켜볼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 될 지도 모른다.

                                                                                                                     진행 안소민(셋째 며느리)

 

 

보따리

 
 

 

 
 

vol.20100410-시어머님의 보따리를 펼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