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 초대

 

- Unfolded -

 

Unfolded 31021_400x390x385mm_Stainless Steel

 

 

장은선 갤러리

 

2010. 2. 3(수) ▶ 2010. 2. 12(금)

Opening : 2010. 2. 3(수) PM 4:00~6:00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66-11 | 02-730-3533

 

www.galleryjang.com

 

 

Unfolded 31022_500x300x600mm_Stainless Steel

 

 

Unfolded

이윤석

 

‘Unfolded’는 작품의 안과 밖을 휘돌며 2010년 개인전을 여는 저의 ‘as-is’를 가장 근거리에서 표현하는 테마입니다.

최근 수년 간 집중해 온 컴퓨터 설계를 통한 조형미의 탐구는 수십 장의 각진 철판을 정밀한 설계에 따른 레이저 절단 가공을 거쳐 장시간 시행착오를 통해 유선형의 완전한 입체를 완성하는 데까지 저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는, 본격적 작품 활동의 처음 무렵, 굵은 철사의 물성과 제작 과정 중의 감각적 상호작용을 통해 유기적 흐름의 미학을 추구하던 데서 나아가, 구조를 내 것으로 앞서 주도하고 싶은 작가로서의 욕심을 실현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을 기획과 계산의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한 결과입니다.

이 지점에서 문득, 입체의 완전성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는 여유가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實在’와 ‘素材’의 중간에서 느껴지는 긴장의 풍성한 느낌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입체를 면으로 분절하고 그를 평면으로 펼친(unfolded) 후 최소한의 객체들로 다시 입체를 구성하는 제작방식의 결과물인 2.5 차원의 입체는,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미완에서 완성으로의 진행을 암시하며 독자적인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러한 암시는 최근 부쩍 다음 단계로의 진 일보에 목말라하는 저의 상황과도 통해 있습니다. 구조를 통제하고 계산하는 데서 더 자유롭고 새로운 영역으로 전개되어(unfolded) 의미 있는 소통을 완성하는 데에 이르고자 합니다.

이러한 通過儀禮로 이번 전시를 자리매김 해 보려 합니다.     

 

 

Unfolded 31023_400x232x337mm_Stainless Steel

 

 

흐름에서 구조로, 다시 흐름을 내포하는 구조로

 

                                                                                                                               이선영 미술평론가

이윤석은 조형에 대한 진지한 의식과 강도 높은 노동이 투입되는 작업들로, 90년대 주역이었던 신세대 특유의 가볍고 발랄한 문화적 풍토와 거리가 먼 스타일을 보여준다. 본래 건축학 지망생이었던 그는 조각을 전공하게 되면서도 치밀한 구조적 분석과 방법론을 유지했던 것이다. 조각가로서의 이력을 시작한 이래 이윤석은 주로 금속 조각에 주력하는데, 이에 대해 그는 가공 후 바로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과,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구조적인 작품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소재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04년 열린 국내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굵은 철사를 용접해 이어나가 덩어리를 만드는 작업은, 일본에서 석.박사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내내 해왔던 것들을 집약한 것이다. 이 전시에서 그는 금속선을 용접하여 굴곡진 면을 만들고, 그것이 복잡한 흐름으로 뒤엉킨 작품, 그리고 연속적인 질량체가 굳어져 만들어진 구조로 이루어진 작품 등을 발표하였다. 그 이후에도 흐름(流)이나 주(宙)라는 주제는 2000년대 중후반까지 변주되고 지속한다.

첫 전시에서 이윤석은 집요한 노동의 축적에 의해 완성된 소용돌이치며 유동하는 유기적 흐름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자연의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만물은 끝없이 흐른다.’는 고대의 자연철학을 떠오르게 하는데, 불확정적인 방향성을 가진 거센 흐름은 모든 형상을 탄생시키는 잠재 에너지를 품고 있다. 이 원초적 물질은 주거지 등의 구조로 약호화 되기도 한다. 미셸 세르가 「헤르메스 HermesⅣ:Distribution」에서 말하듯이, 끝없이 소용돌이치는 흐름은 에너지의 형태로 현존하는 자연이자 연속적인 형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 근본적인 소용돌이가 없다면 어떤 것도 실재하지 않으며, 형성되지 않는다.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주름진 굴곡 면에 새겨 있는 것은 소용돌이치는 시간이다. 여기에서 시간은 단선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요동치며 흐르며, 난류처럼 휘몰아치는 흐름은 끝없는 구성요소들의 변동하기 때문에 일정한 체계를 이루지 않고 여러 합류점을 만든다.

여러 힘 사이의 투쟁에 의해 형성된 듯한 작품 형태는 원소(素)나 주거지(宙) 같은 가장 기본적인 구조물도 조금 더 점성이 강한 액체에 불과함을 예시하고 있다. 2004년의 류(流) 시리즈에서는 질 들뢰즈의 「주름」에 나오는 말처럼 ‘점에서 점으로가 아니라, 주름에서 주름으로’ 나아간다. 이윤석의 작품에서 소용돌이는 단독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으며, 새로운 소용돌이들이 항상 앞선 소용돌이들 사이로 끼어든다. 변곡 자체가 소용돌이가 되어 요동친다. 연속체는 미로를 이루며 직선에 의해 표상될 수 없다. 그의 작품에서 직선은 곡률로 뒤섞여 있다. 그것은 변화하면서 연속적인 방식으로 주조되며, 곡률, 또는 변곡의 무한한 계열을 이루는 것이다.

 

 

Unfolded 31024_340x340x410mm_Stainless Steel

 

 

2007년 국내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은 액체가 아니라, 그것을 헤치고 나아가는 방주의 모티브로 변화한다. 같은 해 전시되고, 모란 조각 대상을 받은 거대한 배의 형상은 무모해 보이는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내실 있는 상징주의를 갖춘다. 여기에서 기둥들과 배는 신성한 공간을 축조하는 구성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이윤석의 모든 작업은 컴퓨터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절단도에 의해 레이저 커팅 된 금속판의 조립과 용접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반복되는 구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구성단위들이 조합되고 조밀한 텍스추어를 형성한다. 알, 구, 방주 등 작품의 주요 모티브는 고풍스러운 신화적 상상력이나 자아의 심리학 등과 연관되지만, 형식적으로는 현대의 기술과학의 방법론이 관철되어 있다. 도면을 바탕으로 구축된 3차원 모형은 우주나 세계에 대한 조직적 모델로 제시된다. 그것은 ‘플라톤 이래 서구 철학의 근간을 이루었던 건축에의 의지’(일본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와 가까운 것이지만, 이 건축적 의지가 궁극적으로 하나의 토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신의 토대가 부재함을 드러낸다는 역설이 나타난다.

 2008년 초에 열린 최근의 전시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떠나는 이전 전시의 연장에서, 타자를 적극적으로 품에 안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타공된 스테인리스 절편을 몇 겹으로 조립하는 스타일의 작품은 여전히 크고 육중하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조립될 구조적 단위들에 새겨진 문양들은 유선형의 작품 외관에 상응하는 유기적 흐름이 내재해 있다. 흐르는 물방울이나 유동하는 세포 내 구조물을 연상시키는 곡선들은 엄격한 기하학을 완화한다.

기본단위들이 호를 이루며 배열된 작품들은 보다 개방적인 구조를 가지는데, 그것은 작품 제목 중의 하나인 <품>처럼 타자를 감싸 안는 공간을 만든다. 에둘러진 절편들은 시계처럼 시간의 흐름을 공간화하며, 트임의 형식을 가지는 이윤석의 작품에서 이러한 원천들은 무시간적인 정적이 아니라, 바깥과의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으로 분주하다. 그것은 안과 밖, 성과 속이 교류하는 세계상(世界像)을 압축하고 있다. 중심을 에워싸는 기본 구조는 성(聖)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신성한 공간의 건조에 해당한다. 이 공간을 향한 향수는 곧 ‘낙원에 대한 향수’로, ‘세계의 중심, 실재의 한가운데에 있고픈 욕망’(엘리아데, Mircea Eliade)이다. 겹겹의 층위를 따라 대우주로 반향 되는 소우주의 이미지는, 일상으로부터 이상향에 이르는 모든 구축물이 우주 창생의 반복과 복제라는 것을 예시한다.

 

 

Unfolded 31025_350x250x410mm_Stainless Steel

 

 

이윤석의 작품이 이 같은 종교적 상징주의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그의 작품에 어떤 구체적인 서사가 새겨져 있어서가 아니라, 형식적 장치 그 자체에서 힘입은 바 크다. 여기에서 형식은 장식이 아니라, 의미를 발생시키는 섬세한 장치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강한 한 점을 중심으로 조직화된 중심 집중적 체계(centric system)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체계에서 중심은 힘들이 발생하고 수렴되는 역동적인 자리가 된다. 원은 타원으로 변형되기도 하는데, 배가 그러하다. <모선>(2007)의 최근 버전인 <주(宙)>(2008)가 가지는 타원형 구조는 하나의 중심이 아닌, 두 개의 중심을 탑재하면서 항해, 또는 비상의 이미지로 도약한다. 이윤석의 작품의 중심이었던 자아의 동일성은 ‘흐름’(2004)에서 ‘구조와 해체’(2007)로의 여정을 거쳐 타자를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길지 않은 기간에 간단치 않은 재료를 사용하여 새로운 작품들을 쏟아냈던 이윤석은 과도한 노동에 지쳤는지, 앞으로 가볍고 가변성이 풍부한 재료를 사용하여 좀 더 복잡한 형태를 우아하게 표현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지구력을 과시하며 노동 집약적인 작품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조각가 이윤석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환경조각을 전공하고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교 대학원과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총 9회의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1995년 서울현대조각공모전을 시작으로 제4회 아사히 외국인 미술전 최우수상(일본), 대한민국 미술대전, POSCO Steel Art Award 등 10여 회에 달하는 공모전에 수상하였고, 2007년 모란조각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현재 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윤 석 (Lee, Yoon-seok)

1996  서울 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졸업 | 1999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교 대학원 조각과/碩士 | 2003  일본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 미술연구과 /博士

개인전-  2010  Metal Art Museum 일본/치바,  장은선 갤러리/서울 | 2008  갤러리 우덕/서울,  Gallery SEIHO 일본/동경 | 2007  모란갤러리/서울,  Gallery Natsuka 일본/동경 | 2005  Metal Art Museum 일본/치바 | 2004  금호미술관/서울 | 2001  Gallery 檜 일본/동경 | 2000  Gallery 일본/동경, Gallery 檜 일본/동경 | 1998  Gallery 椿 일본/동경

그룹전-  2009  현대공간회 정기전,  미사리 환경조각전,  모란조각공원 초대전 ’반응하는 조각’,  시립조각회전,  성남 야외 조각전 | 2008  현대미술조망展 아트스페이스 율,  점.선.면 광화문 야외조각전,  서울국제 현대미술축제,  현대공간회 40주년 기념전 ‘조각과 바다’  | 2007  공간을 치다(Line in Space) 경기도 미술관 개관기념 초대전,  후쿠오카 국제 아트 페스티벌(NAFF) (일본),  Hard & Soft 展 갤러리 우덕 | 2006  광화문 아트 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제 17회 시립조각회전  | 2005  일본 특수철강연맹 초청 금속작가 그룹전 (일본),  제 16회 시립조각회전 | 2004  서울시립대학교 조형관 개관 기념전,  제 15회 시립 조각회전,  국립극장 기획 '극장을 찾는 사람들' 국립극장 | 2003  동경예술대학박사과정 연구발표展 (일본),  제 14회 시립조각회전 | 2002  4인의 젊은 금속조각가전 (일본),  日比谷(히비야)스트리트미술super-tight2002 (일본) | 2001  토리데市 Street Art Stage Project (일본) | 1999  동경예술대학교-서울대학교 국제 교류회전 (일본),  3인展 Gallery Q (일본) | 1998  시즈오카 야외미술전 (일본),  논문 국내외 입시미술의 동향과 분석(공동)

수상-  2008  KAJIMA 조각전 (동상/일본) | 2008  오이타 아시아 조각전 (분고오노상/일본) | 2007  모란조각 대상전 (대상) | 2007  Toyamura 국제 조각 비엔날레 (입상/일본) | 2006  제1회 포스코Steel Art Award (입상) | 2005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특선) | 2002  제56회 二紀展 동경도 미술관 (입선/일본) | 2000  제4회 아사히 외국인 미술전 (최우수상/일본) | 1999  제4회 후가쿠 비엔날레 시즈오카현 현립미술관 (입선/일본) | 1999  미토시립미술관 아시아 현대미술 교우회전 (미토시교육장상/일본) | 1998  제3회 아사히 외국인 미술전 (장려상/일본) | 1998  제34회 동경도미술관 아시아 현대미술전 (후지TV특별상/일본) | 1995  제10회 서울 현대조각 공모전 (입선)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조교수 | 대한민국 미술협회 회원 | 시립조각회 회원 | 한국기초조형학회 회원 | 고양시 심의 의원

 

 
 

vol.20100203-이윤석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