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준 개인展

 

- Your Stage -

 

이진준_Your Stage_혼합재료_설치_2009_갤러리박영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2009. 11. 6(금) ▶ 2009. 11. 27(화)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 720-5789, 5728

 

www.suncontemporary.com

 

 

이진준_Your Stage_혼합재료_설치_2009_갤러리박영

 

 

대학에서 조소를 공부한 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은 분명 조각적인 베이스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한 가지 장르에 머물지 않고 사진, 미디어 설치, 비디오, 실험극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하는 활동상을 보여준다. 조각이 고민하는 공간과 구조의 문제 그리고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그의 다양한 작품 형식 속에  비물질적인 형태로 남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이유는 매체의 형식보다는 개념을 중시하기 때문인데,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형식을 찾으려는 고민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형식의 일관성보다는 내용과 시점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이진준 작가가 고수하고 있는 작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전부 작가를 둘러싼 주변의 작용들에 대한 관심에서 나오는데, 작가는 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최종적인 결과와 근본원인들의 상관관계가 궁금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초기작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이 등자하기도 하는데 이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의무를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속한 사회에 대한 호기심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한 것이었으며 예술가인 작가도 그 구조적인 상관관계 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눈감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자 했다고 한다.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그 모든 보이지 않는 힘과 구속에 대해 은유하고 시각화시키는 것을 즐긴다.

특히 최근 LED 조명을 이용한 미디어 설치 작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번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의 < Your Stage> 전 역시 LED를 사용한 미디어 설치 작업이 1층 전시장 전체를 채우게 될 것이며, 다소 추상적이고 개념적일 수 있는 1층의 작업을 보다 내러티브적으로 풀어주게 될 비디오 작업이 지하 전시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진준_Your Stage_혼합재료_설치_2009_갤러리박영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거울이 아닌 유리창을 통해 보는 것과 유사하게 여기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사람이 우연히 상점의 쇼윈도우를 통해 유리창 안쪽에 진열된 상품을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상황을 갤러리라는 전시 장소에 만들어낸다.  관람객은 유리창 너머에 설치되어 빛나는 LED 조명과 작은 오브제들을 보기 위해 작품 앞에서는 순간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 그리고 자신 뒤로 펼쳐지는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환경에 들어서게 된다. 이때 보는 이 각자의 관심사와 집중도에 따라 작품만을 볼 수 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도 있고 자신 뒤로 펼쳐진 풍경을 볼 수도 있으며 또한 각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모든 것들은 한꺼번에 다 볼 수도 있다. 무엇을 보든, 무엇을 느끼든 작가가 연출한 이러한 상황에서 각자가 보는 것은 자신이 심리적으로 보고 싶은 것일 뿐이며, 이때의 상황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의미가 고정된 작품이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당신의 무대 , ‘Your Stage’가 된다. 유리라는 얇고 부서지기 쉬운 경계막을 통해 유리창 안과 밖 그리고 작품과 작품이 설치된 공간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적인 환경은 서로 분명히 경계 지워져 있지만 동시에 서로를 관통하며 하나가 되기도 하고 무엇이 부분이고 전체인지에 대한 구분조차 모호해지는 상황이 된다.

2004년 “스페이스C Art Wall -유약한 선“ 전을 필두로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이래, 아르코 임대프로젝트, 대안공간 루프에서의 상황극 ‘무ㄹ반고기반’ 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었던 이진준은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체하는 □은 모색전 ‘I AM AN ARTIST'에 초대되면서 보다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의 개인전과 맞물려 현재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한 City Net Asia 2009 전에도 초대되어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작업과 더불어 미술관 공간 자체를 이용한 site specific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으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기획한 <한국미술사+화가의 초상>전에도 비디오영상설치작품이 선보이게 된다. 또한 상암동 DMC (Digital Media City)에 세워질 미디어 조형물이 11월 중순이면 완공되어 개인전이 진행되는 11월 동안 다양한 형태로 이진준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준_Your Stage_혼합재료_설치_2009_서울시립미술관

 

 

이진준의 [Your Stage]와 상상적 연기의 공간

 

김원방(홍익대 교수)

 

이진준은 최근 몇 년간 영상, 설치, 행위, 연극 등 다양한 매체들을 아우르는 작업과 독특한 작업주제로 주목 받아온 작가이다. 미술시장의 붐에 현혹되어 몇몇 오락적 특징들에 치중한 쇼 윈도우용 스타일을 급조하고, 이것의 반복적 노출이 작가로서의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믿는 최근의 많은 젊은 작가들과는 다르게, 이진준은 분명 그러한 세태로부터 거리를 취하면서 작가로서의 토대를 쌓는 일, 즉 자기 작업의 거시적 주제와 방법론의 토대를 확립하는 일에 전념해 왔다. 여기서는 이번 이진준의 전시작인 <Your Stage>(당신의 무대, 2009)에 대해서 간략한 논평을 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아마도 그의 중심적 관심사의 한 단면을 엿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작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은, 쇼나 연극의 무대를 연상시키는 현란하고도 몽상적인 조명, 거울로 채워져 무한히 복제, 확장되는 공간, 그리고 중심에 설치되어 마치 주인공의 공연을 위한 무대처럼 보이는 스테인레스 스틸 오브제, 이 3가지 요소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관객에게는 대략 다음과 같은 심리적 경험을 유도해 낸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의 꿈, 환상, 백일몽의 시각화라고 할 수 있다.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은 마치 쇼윈도우처럼 대형 유리창을 통해 관객의 실제공간과 유리되고 있으며, 이는 작품 전체를 개인의 상상적이고 심리적인 무대로 만들어 낸다. 이것은 현실 속의 공간, 즉 주체와 타자들 간의 대화와 사회적 관계가 실행되는 공간이 아니라, 주체 혼자서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환상(fantasy)의 공간’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백일몽과 같은 환상을 ‘주체가 자신의 욕망이 멈춤 없이 연기를 지속하는 무대’로 정의한 바 있다. 특히 프로이트가, 꿈, 환상, 백일몽이 무대의 구조를 통해 보여지며, 주체는 이 무대에서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주인공 및 관객의 이중적 역할을 한다고 기술한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진준_Your Stage_혼합재료_설치_2009_통의동 보안여관

 

 

<Your Stage>는 중앙에 번쩍이는 무대(혹은 탁자)를 배치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바로 그러한 자신의 상상적 연기, 즉 주인공이면서 주인공으로서 보여지는 욕망의 연기를 수행하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결국 ‘주체의 욕망 충족을 위한 환상’, 그리고 ‘그러한 욕망 충족의 불가능성’ 이라는 모순된 상황으로 이루어지는 환상의 특징을 잘 드러내 준다. 그것은 더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잠재해 있는 나르시시즘적 정신병리에 관련된다. '자아'(ego)라는 것은 자신이 상상적으로 꾸며낸 시각적 언어적 이미지, 즉 이마고(imago)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이라는 점, 그리고 나르시시즘에 수반되는 주체의 고통은 바로 그러한 상상적으로 구축된 자기의 모습과 실제적 자기의 모습 간의 불일치, 그리고 이 불일치의 드러남으로 인한 고통이라는 점을 이 작품은 그 최면적 공간을 통해 경험하게 준다.

그렇지 않아도 이진준은 2007년 개인전 등을 통해 흥미로운 연극 퍼포먼스를 보여준 바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연극적으로 구성된 자아, 자아의 분열 등의 문제를 탐구하였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볼 때, <Your Stage>는 관객에게 단지 최면적 빛과 공간이 자아내는 시각적 쾌락을 주기 위한 테마파크 같은 작품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환상적 쾌락이 지닌 불가능성의 문제를 드러내고, 실제의 공간(즉 타자들과의 언어적 상징적 교환이 이루어지는 현실공간)과 환상적 공간 사이의 고통스런 간극을 드러내는 것이며, 관객은 바로 이러한 변증법을 경유한 후 자리를 뜨게 되는 것이다.

 

 

이진준_Your Stage_혼합재료_설치_2009_통의동 보안여관

 

 

이진준_Your Stage_혼합재료_설치_2009_통의동 보안여관

 

 

 
 

 

 
 

vol. 20091106-이진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