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희

 

“바느질된 욕망의 기호”

 

빼어날數(수)-시계02_119x65.5cm_PVC폼,인조가죽 위 손바느질_2009

 

 

세오 갤러리

 

2009. 11. 5(목) ▶ 2009. 11. 26(목)

서울시 서초구 서초1동 1666-12 꿈을 꾸는 세오빌딩 | 02-583-5612

 

www.seogallery.com 

 

 

빼어날數(수)-시계07_137.5x120cm_PVC폼,인조가죽 위 손바느질_2009

 

 

바느질된 욕망의 기호

김미진(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 홍익대 미술대학원부교수)

 

갑작스럽게, 길에 커브, 선회해야 할 지점이 나타난다. 어디론가, 현실의 장면 즉 게임의 규칙, 모든사람이 의지할 수 있었던 견교한 기둥이 있었던 장면이 사라졌다. (장 보드리야르)    

 

송영희는 캔버스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신 가죽과 바느질을 사용하여 표현한다.

붉은 맑은 고딕위에 체스판 무늬의 천 조각과 시계, 숫자와 손이 등장하는 <빼어날 數>시리즈는 작가만의 이 세계를 보는 기호로 상징되어 조합되어 구성된 작업들이다.

텅 빈 빨간 배경은 욕망의 현실세계를 상징하며 숫자판 없는 시계와 체스판에 흩트려져 있는 숫자는 의미 없이 존재한다. 법칙과 규율의 체스판은 마치 천 처럼 주변의 환경에 의해 휘날린다. 그녀가 선택한 이미지들은 명과 암의 이분법만 존재하는 아주 단순한 형태로 기계화에 의한 극도의 상징을 의미하고 있다. 이것은 빼어날 秀 와 셈 數의 의미를 덧붙여 <빼어날 數>라는 반어적이며 이중적 의미를 가진 제목과도 연결된다.   

인조 가죽위에 강한 명암을 드러내며 이미지를 드러내는 형태는 감성이 아주 메말라 보여  소통을 가로 막는 벽처럼 느껴진다. 송영희는 바느질의 행위를 통해 자신을 이 세계와 소통하려하나 그 역시 강한 물성에 빨려 들어가 버린다. 촘촘히 규칙적인 땀새는 물성에 맞서기보다  더욱 드러내는 역할을 하여 작품은 마치 생산품처럼 보이게 된다. 또 다른 작업 <시계>에서는 많은 수가 엉켜 있거나 흘러내리며 시계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바느질은 작업에 대한 아날로그와 여성성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자신의 행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마치 보드리야르의 주장처럼 여기에서는 대상의 세계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 이 세계는 점점 더 인간이 만들어 내는 사물과 대상을 닮아가며 스스로 주체에 대한 환상과 세계를 변화시키거나 통제하려는 시도는 소용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시계>에서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욕망을 갖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가는 바쁜 현대인들의 시간을 텅 빈 흰색 맑은 고딕위에 많은 숫자를 가진 알아 볼 수 없는 시계로 표현하였다. 이 작업들은 수작업이 들어있지만 물성이 강하게 드러나  문명의 종말을 말하는 것처럼 아무런 미적 가치조차 가지지 못하는 절망감을 준다. 다른 작업 <즐거운 落>시리즈는 아직 감성적 표현이 남아 있다. <머리>는 흰 가죽 맑은 고딕위에 양 갈래의 머리를 잡고 비명을 지르는 젊은 여성과 화투에서 나온 국화꽃이 있고, <소음>에는 장미꽃과 소리로 상징되는 기호들 그리고 귀를 막고 괴로운 표정을 짓는 젊은 여성이 있다. 이 작업들에 등장하는 여성은 작가자신으로 이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의 대표적 역할을 상징한다. 작가는 현실적 눈높이를 가리는 도구로 안경을 쓰며 가벼운 물질의 세계를 쫓는 외부세계에 대해 머리를 뜯거나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르며 안간힘을 쓰며 저항하고 있다. 화투에서 나온 꽃은 너무나 당당하게 물성을 드러내며 그 존재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 작업들은 또 다른 사회학적 해석을 가져온다. <머리>를 잡고 있는 손과 귀를 막는 손은 작가의 육체에서 연결된 것인지 다른 자의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것은 타자에 의해 귀 막음과 머리채의 잡힘이란 사회에서의 왕따를 당하는 인물도 암시하고 있다. 송영희는 아직 이 작업에서는 이 사회에 대한 희망과 회복을 제시하고 있다. 조형 면에서도 머리 부분의 흰 색실로 된 유동적 인선들의 표현과 실루엣의 자연스러운 부분에서 과거 아날로그적 감성이 존재하며 의미를 부드럽게 드러낸다. 송영희는 가죽과 PVC스펀지, 바느질이라는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어 발달하는 기계문명과 함께 점점 더 허상을 쫓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실험하며 작업하고 있는 젊은 작가다. 송영희는 앞으로 개념과 형상의 감각을 더 응용하고 탐구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 기대되는 작가다.       

 

 

빼어날數(수)-체스01_146x120cm_PVC폼,인조가죽_위_손바느질_2009

 

 

빼어날數(수)-체스02_146x120cm_PVC폼,인조가죽_위_손바느질_2009

 

 

즐거울落(락)-머리땋기_210x110cm_PVC폼, 양가죽 위 손바느질_2008

 

 

즐거울落(락)-풍선_110x170cm_PVC폼,양가죽 위 손바느질_2008

 

 

 
 

■ 송영희

2005  동국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09  세오영아티스트 송영희개인전 (세오갤러리, 서울) -11월 전시예정 | 2007  송영희-착할 線 (학고재,서울)

단체전

2009  개관5주년기념 ’Salmons of KiMi' (키미아트, 서울) / 2009  오월은 푸르구나 (전북도립미술관, 전북) | 2008  KIMI For You- Them (키미아트, 서울) / 2008  아시아 탑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뉴오타니호텔, 도쿄) / 2008  아시아프- When we first met (구서울역, 서울) / 2008  시간여행 (아트파크,서울) / 2008  Nothing to Something (삼성생명휴먼센터, 용인) / 2008  4art갤러리 개관초대전 (포아트, 성남) / 2008  Everyday Art (성곡미술관.서울) | 2007  2007 팀퓨리뷰 아트쇼 (갤러리인데코,서울) | 2006  미디어 아트 초대전 (단원미술관,안산) / 2006  신진작가발굴 후원프로그램 (아트앤피플) | 2005  팀퓨리뷰 제4회 시사회 전 (팀퓨리뷰,서울) / 2005  공간의 생산-대학미술협의회 기획전 (갤러리175,서울) / 2005  New space project idea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 2005  크리스마스 아흔아홉가지 이야기 (광화랑,서울)

수상

2009  제8회 한성백제 미술대상전 우수상(예송미술관, 서울) | 2008  소마드로잉센터 제3기 아카이브 등록작가 (소마드로잉센터, 서울) | 2005  중앙미술대전 27회 선정작가 (예술의전당,서울) | 2004  삼성생명 디지털 파인아트대회 대상(삼성생명본사,서울) | 2004  광주비엔날레 디지털 사진전 장려상

기금  2007  문예진흥기금 신진예술가 지원프로그램

소장  2009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vol.20091105-송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