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웅택 초대展

 

채집일기 1일  91x91cm Mixed media on canvas 2009

 

 

리더스 갤러리 수

 

2009. 9. 30(수) ▶ 2009. 10. 6(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98번지 | 02_733_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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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일기 2일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09

 

 

색의 중화, 그리고 목록화된 추억에 대한 단상

 

채집일기 연작으로 전시되는 이번 초대전은 작가가 오랜 기간 연구해오던 공간 분할과 절제된 감성의 서사적 분출에 더하여 기억의 수집, 보존에 무게를 두고 작업한 결과물로서, 그리기라는 전통적 회화 기법 뿐 아니라 콜라주, 스크래치 등 심웅택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절묘하게 엉키고 섞인 기법들로 약간의 착시를 유발하는 작업들이다.

'채집일기 1일'에서는 대비가 강한 반대색상을 두려움 없이 배치시킨 후 그 위에 머릿 속에 이미 떠오른 이미지 대로 옅은 농도의 하늘, 흰색 물감을 치밀하게 '음각'하여 올린다. 마치 옅은 한지를 한 겹 그림에 붙였다가 뜯어낸 듯한 이 색의 중화 과정을 단순히 그린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그의 그림이 여러 색으로 판을 짜서 한 종이에 차례로 모아찍는 다색판화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색상과 형태의 판을 모아 찍는 만큼 핀트가 얼마나 잘 맞느냐가 관건인데, 작가의 그림은 약간 핀트가 어긋난 다색판화 같다. 하지만 여기서 핀트가 어긋났다는 것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성이 도드라진다는 의미이나 사실 그 자연성은 작가에 의해 꼼꼼히 연구되고 의도된 결과일 것이다. 이렇게 틀을 완성한 후 붓을 있는대로 헝클어 캔버스를 수평을 횡단하는 저명도, 고채도의 물감 흔적을 남김으로서 작품에 깊이를 더하고 임펙트를 준다. 마지막 마무리로서 카오스 그 중간에 척하니 얌전한 형상의 암.수술을 그려놓아 '나는 꽃이오' 하니 날뛰던 색의 충돌도, 혼돈 자체이던 형태도 모두 일순간 제자리를 찾고 얌전해지는 마법을 작가가 부리고 그 과정 또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채집일기 3일  45.5x53cm Mixed media on canvas 2009

 

 

 

채집일기에 등장한 나뭇잎 몇 장과 나뭇가지들은 아웃라인만 보전되어 있을 뿐 온전한 형상이 아닌 뜯기고 부풀고 잎맥은 그 태초의 아름다움을 상실한 박제된 기억의 순간이다. 한여름 싱그러이 빛을 받으며 푸름을 뽐내었을 잎을 작가가 시샘 또는 동경하여 추억의 한 전리품으로 갈무리 했는지, 어느 가을 속절없이 이지러져갈 것이 안쓰러워 책 한 귀퉁이에 고이 끼워놓았던 단풍인지, 혹은 화실 창문가에 살포시 떨어진 잎이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단지 일기로 남기고 싶었을 기억의 편린이리라 짐작할 뿐.

단색 혹은 색동의 수직.수평 분할 선들은 공간을 분할하고 추억을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혹은 수집품을 레이블을 붙여 목록화 하는 작업 같기도 하다. 떠돌던 이야기들이 심작가가 경계지은 분할 선 안에서 의미를 갖고 마치 보호 받는 듯 색의 경계에 둘러싸인 잎들은 생명을 찾아 우리에게 속살속살 이야기한다.

갤러리 수 큐레이터 김나영

 

 

채집일기 4일  65.1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09

 

 

채집일기 5일  45.5x53cm Mixed media on canvas 2009

 

 

채집일기 6일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09

 

 

채집일기 7일  91x91cm Mixed media on canvas 2009

 

 

채집일기 8일  112x112cm Mixed media on canvas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