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展

 

- 2009 한국구상대제전 -

 

 

한가람 미술관

 

2009.5.22(금) ▶ 2009.5.29(금)

오프닝 : 2009. 5.22(금) 오전 11:00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700 | 02-580-1641~6

 

 

pine tree lies in the moon_Oil on Canvas_227.3×191.8cm_2009

 

 

자생종 소나무로부터

‘비움’의 달까지 어우르는 어떤 차원으로…

 

 심상용 | 미술사학 박사, 동덕여대교수

 

김영수의 소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치솟은 종류의 것이 아니다. 기개, 품격, 고결 등은 그의 소나무들에겐 어울리지 않는 수사들이다. 그의 소나무가 (만일) 조금이라도 ‘덜’ 고상해 보이는 종류의 것이라면, 역설적이게도 그 이유는 그것들이 훨씬 더 소나무답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들은 훨씬 덜 미적일 수도 있는데, 아마도 그것은 그것들이 훨씬 더 서민적인 풍채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의 하나같이 제각각으로 굽고 뒤틀리고 휘어져 있는 그것들의 몸뚱이들을 보시라!  피부는 그다지 섬세하다곤 할 수 없는 각질을 뒤집어쓰고 있다. 하늘을 향하는 기상도 그다지 볼품있는 것이라곤 할 수 없다. 한껏 한쪽으로 기울다 겨우 다시 위로 고개를 쳐들고, 힘겹게 오르다간 다시 이내 좌우로 뒤틀리기가 예사다. 그렇게 김영수의 소나무들은 조금도 특별한 품종의 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반도의 어느 곳, 어느 동네 어귀에서건 쉽게 발견되는 자생종이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 그것들에선 삶의 향이 물씬 배어난다. 어떤 흔들림도 없이 올곧게 하늘로 치솟은 금강송의, 그 범접할 수 없는 기개가 감탄을 자아낸다면, 뒤틀림 속에서도 지속되어 왔을 지난한 상승은 깊은 감동으로 마음을 두드린다. 휘어진 몸통은 그것이 치렀을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이다. 뒤틀린 가지는 그것들이 전개했을 숱한 저항의 기록이다. 그 각각의 부위들, 방향을 트는 각 지점들에선 생명의 약동, 힘겨운 생존을 지탱해온 존엄한 약력이 감지된다. 굳이 예민한 은유를 대동하지 않더라도, 풍상을 겪어온 이 서사야 말로 삶의 또 다른 유형화라는 사실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으랴. 상처의 미학이랄까, 아니면 아픔의 연대기랄까! 소나무를 그리는 작가들이 여럿 있지만, 김영수의 것이 유별하게 친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pine tree lies in the moon_Oil on Canvas_116.8×54cm_2008

 

 

 임의로 뻗은 굴곡진 가지들은 그만큼 우리들의 삶을 닮아있다. 삶의 메타포로서 그것들은 이번에는 달(月)과 만남으로써 특별히 한국의 오랜 정서와 더욱 긴밀하게 연대된 것으로 나아간다. 소나무의 꿈틀거림과 그 예민하게 뾰족한 잎새들을 그릴 때의 치밀한 묘사와는 달리, 달은 단지 윤곽으로만 피력되는 거대한 여백, 커다란 공허로 존재한다. 묘사된 소나무가 온 몸으로 시간의 이야기를 전하고 기억의 담론을 털어놓는 동안, 달은 어떤 서술적 자취와도 연관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한다. 소나무들이 실존과 일상의 뉘앙스를 가득 머금은 유려한 산문체라면, 달은 생략의 언어로 기록해 나간 일종의 상징시에 비유될 수 있다.

 이 새로운 차원의 개입으로 인해 김영수의 회화는 사실의 섬세한 묘사와 추상성을 함께 아우르는 폭 너른 것이 된다. 사실로부터 사실의 부재에 이르는, 치밀한 묘사에서 묘사의 거세에 이르는, 리얼리티에서 추상에 이르는, 언어의 조밀한 구사에서 생략과 부재의 담화에 이르는 스팩트럼이 이 김영수의 회화공간에서 하나의 가능성으로 조용히 타진되고 있다.

 

 

pine tree lies in the moon_Oil on Canvas_130×60cm_2009

 

 

 이 스팩트럼, 폭의 미학으로부터 두 가지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첫째는 이로 인해 김영수의 회화공간이 소통에 있어 더 ‘수용적’인 차원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1970년대 이후 일련의 포토 리얼리즘(photo realism)적 경향의 이미지들이 입증해 왔듯, 과도한 사실 묘사는 자칫 초대의 공간에 빗장을 지르고, 대화의 가능성을 폐기하는 쪽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치밀하게 묘사된 소나무와 비움과 부재로 처리된 달의 공존으로 인해 전적으로 자기충족적인 묘사의 자폐성이 훨씬 덜 지배적인 요인이 되는 까닭이다.

 사실과 추상의 스팩트럼이 허용하는 두 번 째 의미는 그의 회화공간이 훨씬 더 넓은 세계에 관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김영수의 회화는 이전의 소재주의, 또는 일종의 장르화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고무적인 단초를 가지게 된 것이다. 김영수의 회화가 단지 보다 전통을 환기시키는 의고주의와 소재주의의 딱딱한 각질을 스스로 벗겨내면서, 더 열린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세계의 주된 담론은 대상과 사물의 시각적 분석을 넘어, 소나무와 달의 상관성, 곧 사물과 사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내적, 추상적 추구까지를 포용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영수의 회화는 이제 땅과 대지의 설화로 그치는 대신, 하늘과 상상의 담화로까지 서서히 발을 옮기려 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의 회화는 현실과 현실 너머를 하나로 매듭지으려는, 어떤 통찰의 차원을 획득해 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pine tree lies in the moon_Oil on Canvas_116.8×54cm_2009

 

 

 이 위성의 개입으로 인해, 작가의 소나무들이 과도한 상징의 부담을 덜어내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흥미롭다. 그것들은 휘엉청 밝은 보름달 아래서 사물 본연의 위상을 회복한다. 일테면 그것들은 더욱 고유하게 한 그루의 소나무로서-한그루의 소나무가 존재하는 방식 이상으로서가 아니라-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소나무에 타자적으로 부여되었던 의미론적 과부하가 조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사물에 그것을 넘어서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결국은 사물왜곡의 일환일 뿐이다. 하나의 사물이 가장 그것다운 차원으로 복귀하는 것은 그래서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김영수는 탁월한 묘사력과 자신의 고유한 서정성을 이정표 삼아 어제와는 다른 회화와 그리기의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마도 그가 도착하는 그곳은 한 개, 또는 몇 개의 사물들이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만 갇힌 채 하나의 심오한 융합에 도달하지 못하는 그런 세계는 분명 아닐 것이다. 그가 지금 걷고 있는 여정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이유가 이러하다. 그의 앞날의 성취가 세계의 요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연대성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pine tree lies in the moon_Oil on Canvas_73.8×33cm_2009

 

 

pine tree lies in the moon_Oil on Canvas_65×100cm_2008

 

 

 

 

 
 

김영수 Kim, Young-soo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 개인전 7회 2009-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2008-우언 갤러리 개관 초대전 (우언 갤러리) | 2007-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 2006-인사 갤러리 | 2005-코엑스

2004-한전 프라자 갤러리 | 2003-구올담 갤러리 초대전 | 2007~2009 한국 구상 대제전(에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 2009  한.중 예술 교류전-관음당 화랑거리 아트페어 | 2008  한-중동 ‘한국의 미’ 특별전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 | 국민일보 현대미술 초대전 (세종문화회관) | 現-展 현대미술 조망 전 (율 갤러리) | 아름다운 동행 전(인사 아트 프라자 갤러리) | 월드 아티스트 페스티벌 2008전(세종문화회관) | 4284.93km전(경기 제2청사) | 색다른 색 전(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 김포 미술제(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 한-일 회화제 3th (율 갤러리) | 예동전 (세종문화회관) | 2007  자연, 사람, 미술의 어울림 전(포천 반월 아트 홀) | 한, 일 국제회화 교류 전(인사 아트센터) | DMZ-평화 전(경기도 제2청사) | 색다른 색 전(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 한여름 밤 추억 만들기(김포 걸포공원) | 2006  색다른 색 전(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 한, 일 국제회화 교류 전(고베시, 효고 예술문화 아트 홀) | 2005  미술관 만들기-동막 마을 프로젝트(김포) | 색다른 색 전(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 DMZ-평화 전(의정부 예술의 전당) | 그 힘찬 날개 전(경기도 제2청사) | 흙과 생명의 만남(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 독도 아리랑 전(제주 중앙 갤러리) | 봄의 향연 전(방제화랑) | 공평아트센터기획 現-展 100인선(공평아트센터) | 현대미술관건립추진 초대전(선화랑) | 미술세계 신년기획 現-展(공평아트센터) | 2004  제주 국제 자유미술제(갤러리 제주 아트, L,A 갤러리 아스토) | 유명작가 150인 초대전(롯데화랑) | 색다른 색 전(김포 시민회관 전시실) | 행복한 날 행복한 색-연말연시 선물 전(드림 갤러리) | 2003  김포, 의정부 미술협회 교류전(김포 시민회관,의정부 예술의전당) | 2002   Flag Art Festival-새 천년 염원전(월드컵 공원) | 2001  작은 실천 좋은 그림전(롯데월드 화랑) | 죽산 예술제 (안성 웃는돌) | 월드컵 전람회 (여의도 공원) | 2000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 탄광촌 미술관-황금박쥐 표류기전(강원도 정선) | 꽃들에게 희망을전(영등포 문예회관) | 가는 천년 오는 천년전(공평 아트 센터) | 김포 미술제(김포시청), 외 단체전 30여회

현: 서울예술고등학교 출강, 한국미협, 김포지부회, 경기북부작가회, 현전 회원

작품소장:오사카한국영사관.자마이카한국대사관.홍성지방법원.부평구청.김포시청.(주)금호하드웨어. (주)영일ONC 등.

 
 

vol. 20090522-김영수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