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영 展

 

- 황실(皇室)의 품위-영원한 아름다움 -

The Dignity of the Imperial Household - Eternal Beauty

 

황실의 품위'비(妃)' 2009-24 132x163cm 금박,동박,수간채색,먹,도침장지,2009

 

 

동덕아트 갤러리

 

2009. 5. 6(수) ▶ 2009. 5. 12(화)

초대일시 : 2009. 5. 6(수) 5:30pm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  B1  | 02_732_6458

 

https://www.gallerydongduk.com

 

 

황실의 품위'비(妃)' 2009-25 163x132cm 금박,동박,수간채색,먹,도침장지,2009

 

 

황실(皇室)의 품위-영원한 아름다움

 

서수영

조선의 황실 문화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움은 예술의 초시간(超時間)과 인생의 유한함에 대한 극명한 대비를 보여 주고 있다. 본 작업은 인간의 유한함과 超時間의 바람이 가장 극적으로 만나는 절대 권력 집단의 인물과 유물에서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고찰하는 것으로 출발하였고, 이를 통하여 궁극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왕실과 같이 권력을 가진 개인과 집단에 있어 인간과 권력의 유한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는 예술품의 소재와 주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超時間과 광휘를 상징하는 금이 소재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왕실 곳곳에 무병장수와 불로장생, 부귀영화를 나타내는 내용이 오랜 기간 동안 각 장르의 예술품에 존재했다. 왕실의 유물들은 최고 권력계층이 사용하는 것이므로 그 당시 최고 예술가들의 솜씨가 길상과 영원불멸, 풍요와 다산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조형미의 원형(原形)을 잘 보전(保全)하고 있다. 궁궐 내의 모든 것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소재와 주제를 그들이 선택한다는  면에서 그 예술품을 향유(享有)하는 집단이 추구하던 美의 가치를 변형 없이 보여준다. 본 전시 작업은 조선조 왕실의 인물과 유물로부터 그들이 추구한 美의 가치에 대한 단서를 찾아, 이를 회화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의 美를 재구성하여 현재에 회상시키는 것은 한국미의 다양성과 한국미의 세계화에도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황실의 품위'비(妃)' 2009-22 163x132cm 금박,동박,수간채색,먹,도침장지,2009

 

 

본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소재와 기법일 것이다. 주로 고려불화에 나타난 금과 먹을 이용한 기법을 차용하여 옛 황실의 超時間과 광휘를 향한 욕구를 나타내었다. 금은 불교회화나 그리스도교 중세 회화에서 보듯이 超時間을 표현하는 매체이며, 담묵은 동양화 전통상의 평담무미(平淡無味)의 이상을 표현한다. 아주 엷은 담묵과 강한 금의 대비는 超時間에 대한 인간의 강렬한 바람과, 결코 이루어질 수 없지만 그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염원인 이상의 대비로 사용되었다. 먹은 소재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장생 모티브를 통해 超時間을 향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도구인 십장생과 우주만물의 표현이자 동양적 신비감을 제공하는 음양오행과 또한 그와 유사한 영원한 이상향의 소재인 봉황(鳳凰)ㆍ 용(龍)ㆍ 연꽃(蓮)ㆍ모란(牧丹)ㆍ불로초(不老草)ㆍ복숭아(桃子)ㆍ사슴ㆍ정병(淨甁)ㆍ불새 등을 현실과 대비해서 사용하였다. 금의 뜨는 느낌을 보완하고, 공간과 형상을 연결하는 요소로 사용하였다. 먹은 수묵화에서 여백과 형상 사이를 넘나듦으로써 먹과 채색의 완충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먹은 채색의 밀도를 충분히 표현하면서도 장지 위에 먹과 채색물감이 스며드는 시간차를 이용하여 역사속의 시간성을 표현한다.

본 전시에서는 금과 먹의 상생은 고려불화를 통하여 이미 증명되었으므로 이를 계승하고자 노력하였다. 먹으로 자유로운 회화적인 느낌을 추가해 금박의 금의 순도, 그 자체로 긴장감과 정적인 느낌을 중화시키려 시도하였으며, 현실세계의 이상(理想) 예를 들어, 이상향인 도원경의 세계를 금과 대(對)가 되는 담묵으로 우려냄으로써 사고의 영역을 넓혀 현실 친화적인 방법을 택했다. 금박과 동박 위에 인물을 전사하고, 석채로 엷게 쌓아 올리는 한편으로 금박을 찢어 붙이거나 긁어냄으로써 화면에 실험적이면서 회화적인 면을 대비시켰는데, 그 경우, 금박의 광택과 물감의 부드러운 느낌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가 주된 숙제였다. 다른 한편으로, 이 기법 상의 섬세함과 철저함은 앞으로의 작업에도 계속 숙제가 될 것이다.

 

  

황실의 품위'비(妃)' 2009-21 180x90cm  금박,동박,수간채색,먹,도침장지,2009

 

 

본 작품들은 조선 황실의 문화에서의 위엄과 품위의 이미지와 아름다움의 가치를 재현하고자 하는 데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시대 예술인들의 표현 방법에 대한 궁금증 역시 황실의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재해석 작업을 시작하게 하는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오늘날 대중문화의 범람으로 과거 한국인들이 누렸던 최고급 문화라고 할 수 있는 황실 또는 왕실의 문화가 그래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재해석은 현재 우리의 문화 수준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관점에서 우리문화를 계승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본 전시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황실의 또 다른 한 가지 면은 찬란한 광휘와 아름다움 속에 내재해 있는 인간의 유한함에 대한 슬픔이다.  수많은 붓 터치들이 중첩되어 어른거리는 화면 속에서 그들의 영광과 회환을 통해 과거의 황실의 이중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황실문화의 전통은 전통 그 자체로 빛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빛이 퇴색되지 않았다. 인간 내지 피조물의 특성상 만수무강과 영원한 부귀영화를 원하던 황실의 바람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자취는 유물로 남아 더욱 찬란하게 남아있다. 또 너무나 찬란하기 때문에 처연하기조차 하다.

2009. 4

 
 

 

 
 

vol. 20090506-서수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