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선

 

 

 

선 갤러리

 

2009. 5. 6(수) ▶ 2009. 5. 16(토)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84 | T.02-734-0458

 

www.sungallery.co.kr

 

 

 

 

1980년대 현대적인 수묵풍경화에 이어 1990년대에 북한산, 설악산 ,금강산 을 그리며 진경산수의 맥을 이어온 동양화가 문봉선. 그가 이번엔 중국과 일본의 것과 다른 우리의 사군자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2월 28일부터 3월 20일 까지 학고재 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작가는 현장 사생에서 해법을 찾아 전통을 계승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사군자를 선보였다.

 

사군자(四君子),매화와 난초, 국화와 대나무. 이 네 가지를 가리켜 '사군자'라고 총칭하기 시작한 것은 명대(明代)진계유(陣繼儒)로 부터지만, 이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이들 항목을 시로 노래하거나 그림으로 그려 온 역사는 매우 오래다. 매화를 부인으로 삼고 학을아들(梅妻鶴子)로 삼았던 임포(林逋) 같은 이는 '매화 그림자 맑고 옅은 물에 드리우고,"황혼 달빛에 매화암향 떠돈다."라는 시구를 남겼고, 육유(陸游), 오문영(吳文英), 주방언(周邦彦) 등도 매화에 관한 시를 남겼다. 오대의 서희(徐熙)는 매화를 잘 그렸다고 전해지며,땅에 뿌리박지 않고 살아가는 노근란(露根蘭)을 통해 이민족에게 국토를 잃은 망국대부의 심회를 표출하였던 정사초(鄭思肖)에 의해 난초역시 문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소동파가 글로 남긴 문여가(文與可)의 대나무 그림이야기 또한 유명하거니와 국화 역시 진(晉)의 도연명(陶淵明)으로부터 은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 네 가지 식물을 '사군자'라고 묶은 공통분모는 이들 의 생태적 특성이 동북아시아 문인 사대부가 표방했던 도덕적 이상과 부합했기 때문이다. 눈 쌓인 겨울 차가운 바람 맞으며 맑은 꽃을 피우는 매화나, 깊은 산골짜기에서 홀로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난초, 늦가을 찬서리 맞으면서도 꼿꼿한 가지 위에 꽃송이를 매달고 있는 국화, 모든 나무들이 낙엽을 떨어뜨리고 나목으로 겨울을 맞을 때 빈 마디로 푸름을 유지하는 대나무가 지닌 이러한 특성은 북송 사대부들이 특히 강조했던 '신독(愼獨)'의 사상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었다.“도(道)란 잠시도 떠나지 않는 것이다. 떠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경계하고 삼가며, 그 누구도 듣지 않는 곳에서 두려워하고 염려한다. 가려진 곳에서 자신의 모습이 더 잘 보이며, 희미한 곳에서 자신이 더 잘 드러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혼자 있을 때 신중하게 행동한다. (道)

 

 

 

 

<중용>의 이 한마디는 유교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 행동양식을 규정하고 있다.    유학은 원래 인간에 관한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는 학문이며, 완성된 인간의 상을 성인이나, 군자에게서 구했다. 공자는 이상적 인간상을 군자로 설정하고, “사람은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유교는 '성인이 되기 위한(爲限)'공부에 초점을 둔다.따라서 유가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개인이 '인(仁)'을 실천하고 성취하여 '인인(仁人)',곧 성인이나 군자가되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정직과 결백, 지조이며, 그 실천은 바로 끊임없는 '신독'이었다. 즉 누군가의 독려나 체면 때문에 근신하는 것이 아닌, 도리와 이치를 따라 스스로 삼간다는 자율성이 강조된다. 매화와 난초, 국화와 대나무는 바로 '홀로'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는 인간 도덕실천의 상징체계이다. 모든 꽃이 추위에 움츠릴 때 홀로 피는 매화, 깊은 산골짜기에 홀로 피는 난초,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하여 모든 꽃이 스러져갈 때 고상한 자태를 드러내는 국화, 다른 나무들이 잎을 떨 굴  때 혼자 푸른 대나무, 이들의 공통점은 '홀로'라는  '신독'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오랜 세월 문인 사대부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이들 식물이 원래 지니고 있는 형상의 아름다움을 넘어 이상화되고 이념화되어 특별한 가치를 지닌 의식체계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기실 사군자라는 관념이 보편화되기 이전,  군자의 상징은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로 이루어진 '세한삼우(歲寒三友)'였다. <논어>에도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子曰)“라고 하고 , <시경>에도 대나무에 대한 노래가 나오니 자연의 변하지 않는 속성에서 인간 '지조'의 이상을 찾으려는 노력, 즉 자연의 길인 천도(天道)와 인간의 길인 인도(人道)를 유비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있어왔음을 알 수 있다.   문인화의 한 갈로써 '사군자'는 바로 이러한 문인사대부들의 도덕적 이상을 확충, 고양하기 위해 나타난 매체이다. 그러므로 대상물의 외형보다 그 자연적 본성을 나타내는 것이 더 중시되었으며, 자신의 감정과 마음의 정서와 뜻을 사의성 (寫意性)을 통해 표출하였다. 결국 문인들이 중시했던 것은 '사군자'가 지닌 초탈한 풍격, 그 안에 담긴 풍부한 상징적 의미들이었다. 문인화가들이 산수화의 상징을 통하여 세계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표현했듯이 , '사군자'는 화가의 붓 아래에서 그들의 인품을 상징하는 대상이었다. 이일화(李日華)의 제죽화발(題竹畵拔)에 나오는 “겉은 강직하고, 안은 비어 있는데도 곧게 서서 바람을 맞으니, 나는 너의 모습을 따르련다.”라는 시구는 대나무로 사람의 덕행을 표현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징적 가치체계 때문에 '사군자'는 문인들 그중에서도 특히 유자(儒者)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화목이다. 이 이야기는, 즉 근대이전 사유체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오늘날 문인화로서 '사군자'가 어떻게 예술의 한 형식으로 받아들여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문인 중심의 사회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고대 '문인' 의 도덕적 이상에 의해 추동 되지도 않는다.  '문인'의 개념에 사용되던'문(文)'에 대한 정의 또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 '문'의 끝은 곧 배운 것을 실천해야 하는 정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적 조형원리로 해석한 사군자

 

 '한국적'인 매란국죽에 대해 문봉선은 이렇게 말한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생태와 종류에 관심을 가진 이래 15년간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화첩에 사생했다. 그 과정에서 비록 한 촉의 난이라도 중국.일본의 것과 다르고, 같은 대나무와 매화라도 우리 땅에서 자라는 것은 우리 땅의 지킴이로서 우리 역사와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작가의 언급을 통하여 매란국죽을 관념화된 '사군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18세기 나타났던 실경산수의 맥락에서 매란국죽을 이해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같은 매화와 난초라도 직접 보고 경험한 '사생'을 토대로 그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군자'를 실경산수나 진경산수처럼 이러한 '한국적'인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을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사실적인 묘사를 표방한 매화와 국화, 대나무 그림은 적어도 당(唐)대 이후부터 존재하여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사군자'화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사군자'그림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그 특성은 '묵희(墨戱)'로 대변되는 먹의 변화와 선의 표현이다.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화면에 반영하는 '묵희'는 대상의 외형적 또는 생태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즉흥이나 사물의 '원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사물의 '원리'는 모든 매화, 대나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생리 또는 '도'의 '원리'를 뜻한다. 이것은 송대 이후 일어난 '이학(理學)'적 경도의 반영이며,'사군자'를 태동시킨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가슴속 흥취에 의한 상상력의 발동, 바로 이것 때문에 정사초의 '노근란'이 생길 수 있으며, 정판교(鄭板橋)의 '흉중지죽(胸中之竹)'이 나타날 수 있었다. 이는 사군자 그림이 일차적으로는 대상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에서 기인하지만 (胸中之竹),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전적으로 완성됨을 뜻한다.  그러므로 문봉선의 매란국죽이 가지는 의의는 기법의 새로움이나 조형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갈필의 파묵(破墨)으로 그려진매화 줄기나 빨강과 흰색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꽃송이, 두꺼운 안료를 얹은 매화 꽃잎, 이 매화의 꽃잎은 때론 불빛에 비쳐 반짝인다. 이러한 표현은 전에 보지 못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선한 표현들은 원래 매화가 가지고 있는 수줍은 내면의 함축미보다 감각적 외형의 아름다움에 치중한 느낌을 준다.

  또한 몇몇 작품에서는 전통 사군자 그림에서 상정되었던 절대 공간을 우리네 삶의 현실적 공간으로 바꾸어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사군자'화가 지니는 이념적 관념적 경향의 상징성을 생태적 조형원리로 전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를 현대적 '사군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 좀더 생각해볼 문제다. 그의 그림을 '사군자'의 틀에 넣지 않으면 리는 자유로이 매화 그림으로, 난초 그림으로 그 그림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문봉선 은 그간의 화력이 말해주듯 매우 감각적인 필치를 소유한 작가다. 그의 매화 가지와 간드러진 난초 끝을 보면 그가 얼마나 감각적으로 붓을 다루도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군자'라는 부담의 틀을 벗어나면 창작의 자유도 그만큼 확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군자'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면 그것은 아마도 옛 문인들이 지향한 '격조'를 동반한 창신(創新)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전통적 제재에서 새로운 형식을 찾아 회화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다면,매우 중요한 일보(一步)를 내디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사군자'를 어떻게 죽어 있는 형식에 가두어두지 않고 오늘날 문인이 없는 시대, 우리의 살아있는 삶을 반영하는 형식으로 환원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김백균 (중앙대 교수)

 

 

 
 

■ 문봉선

1961 제주생 | 198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 1986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 2004

중국 남경예술학원 박사

개인전

2007 제13회  개인전( 학고재 화랑) | 2006 제12회 개인전( 타이뻬이, 羲之堂畵廊) | 2005 제11회

개인전( 아트포럼뉴게이트) | 2003 제10회 개인전( POSCO 미술관) | 2003 제9회 개인전 ( SOKA아트센터,북경) | 2002 제8회 개인전 ( 선화랑) | 1999 제7회 개인전 ( 학고재 화랑)|1997 제6회 개인전 ( 진화랑,부산) | 1996 제5회 개인전 (학고재 화랑) | 1994 제4회 개인전 (학고재 화랑) | 1991 제3회 개인전 (금호미술관) | 1989 제2회 개인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 1985 제1회 개인전 (관훈미술관)

단체전

2008  인생유형시(포스코미술관) | 2007  IT TAKES TWO TO TANGO전(금호미술관),  비평적시각전(인사아트센터),  1953-2007 한국화전(서울시립미술관),  남해안 비경전(경남 도립미술관) | 2006  도자향 서권기전(뱍여숙화랑),  북경아트페어(북경국제무역중심),  두산아트페어(대구두산갤러리),  천년의도시경주전(경주박물관) | 2005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미술대전-회화(서울시립미술관),  모인화랑 이전 기념전(모인화랑),  타이베이 국제 예술박람회(타이베이국제무역회관 ART TAIPEI),  북경 국제 아트페어(CIGE 북경 국제 무역 중심),  한국 국제 아트페어(KOEX),  경원대학교 K-ART SPACE 개관기념전(경원대학교),  동아미술제 미술동우회 초대전(서울 국제 디자인프라자),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동문전(공평아트센터),  한, 중 현대 수묵전(서울시립미술관),  한국 회화-이 시대의 지평전(타블로갤러리),  2005 대한민국 국제 환경 미술 엑스포(KOEX),  전통으로부터의 사유(목인화랑),  산수-심미적 이상과 현실전(윈체스터 대학 GALLERY),  소나무전(목인화랑) | 2004  아시아신의미술교류전(타이난문화에술회관),  사유와생성전-산수풍경전(월전미술관),  한국현대작가초대전(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제4회 심천국제수묵비앤날레(중국심천관산월미술관), 제13회제주미술제(제주국제컨벤션션터),  금호미술관15주년기념전(금호미술관),  한국풍경_한국현대회화전(모스코바 노빅마네쥬미술관) | 2004  한국현대작가초대전(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 2003  眞景-그 새로운 제안전(국립현대미술관) | 2002  한국의 빛과 색(서울시립미술관) | 2001  수묵의 향기, 수묵의 조형전(국립현대미술관) | 1998  현대 수묵화 위상전(한원갤러리) | 1996  96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대상수상작가전(국립현대미술관) | 1995  제 1회 한국일보 청년 작가 초대전(백상기념관) | 1992  선묘와 표현 - 1992 현대 한국회화전(호암갤러리) 

수상

2002  선미술상수상(선화랑) | 1987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호암갤러리),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국립현대미술관),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문인화) 수상(국립현대미술관) | 1986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회화) 수상(국립현대미술관)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vol.20090506-문봉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