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5인 작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참여작가 : 김홍주, 김해민, 임동식, 정광호, 홍명섭

 

김홍주_무제_91x91cm_캔버스에 아크릴릭_2006

 

 

대전시립미술관

 

2009. 3. 13(금) ▶ 2009. 5. 20(수)

대전시 서구 둔산대로 99 | T.042-602-3225

 

dmma.metro.daejeon.kr

 

 

김해민_접촉불량_가변크기 6min_2006

 

 

미술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혹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비해 미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막막함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지난 세기의 초반부터 지금까지 미술은 미술과 미술이 아닌 것의 경계를 긋고, 다시 긋고, 또다시 긋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미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가능한 하나의 대답으로 ‘미술이 아닌 것을 제외한 것이 미술’이라고 하더라도 크게 틀린 대답이 아닌 것이다. 현대미술은 미술과 미술이 아닌 것, 혹은 미술이면서 미술이 아닌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고, 이 경계적인 성격은 중요한 계기를 이루고 있다.

    동시대의 미술은 미술과 미술 아닌 것의 경계에 서 있을 뿐더러, 내적으로는 보편적인 호소력을 가진 측면과 고도로 현학적인 면, 객관적 인식의 측면과 주관적 표현의 측면, 느낌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그것이 외부 사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되는 상태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대립적인 계기들은 어떤 미술작품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바라보는 일이 곧 감상의 일부가 된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전에 초대된 작가들, 김홍주, 김해민, 임동식, 정광호, 홍명섭은 그들의 작품 안에 더할 수 없이 흥미로운 가치들의 경계를 품고 있다. 김홍주의 작품은 최근 세필로 그린 화사한 꽃그림 등이 잘 알려져 있지만, 초기부터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이미 존재하는 오브제와 그림의 관계이다. 오브제를 이용한 작품이건 캔버스 작품이건 그의 작품에는 그려지지 않고 남겨진 부분과 그려진 부분이 존재하는데,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경계의 부분에서 어떤 의미가 발생되고 있으며, 바로 그러한 지점이 알아볼 수 있는 사물을 그리는 그의 작품이 쉽사리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된다. 오브제를 이용한 김홍주의 초기작으로부터 현재의 작품까지 그려진 부분과 남겨진 부분의 경계를 드러내는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 보여지게 된다.

미디어아티스트 김해민의 작품은 첫눈에 유머와 재치가 두드러진 강점으로 다가오지만, 그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이면에 있다. 중력을 가진 지구상에 살아가는 존재의 조건에 관한 문제(<직립희롱>), 분단을 비롯한 시대의 문제(<50초의 렌더링>, <접촉불량>) 등이 김해민의 손에 의해 시시덕거리는 농담 속에 진담의 뼈를 담는 방식으로 다루어지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작품들이 선별되어 전시될 것이다.

 

 

임동식_불제자소년_35x25cm_연필,색연필_1962

 

 

야외설치 및 퍼포먼스를 주로 하는 자연미술(Natur Kunst)의 시기를 지나 회화 작업에 몰두해 있는 임동식의 경우, 자연이든 사람이든 어떤 대상에 대한 지극한 정성을 담아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선화 꽃밭을 지나면서 수선화들이 모두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모자를 벗고 수선화들을 향해 마주 인사를 했다는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대상에 대한 그의 공감도는 대단하다. 그런데 대상과 공감을 이루었던 자신의 아름다운 순간을 끊임없는 반추하는 그의 작품의 방식은, 대상에 대한 사랑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자연애(自然愛)와 자기애(自己愛)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구리선을 용접하여 반짝이는 나뭇잎과 항아리 형태를 만들어내는 정광호 작품의 경우 쉽게 대중의 기호와 미감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 형태의 연원은 조각에 대응하는 비-조각, 즉 비-조각적 조각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에 있었다. 구리선 작품들 이전의 오브제 설치 작품이나 철판 작업 등으로부터 그의 문제의식을 추적하여 현재에 이르는 작품의 추이를 보고자 한다.

조각과 설치, 그리고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홍명섭의 작품의 경우, 관객들은 당혹감과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스타일의 일관성 없음과 난해한 제목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 사면에 검은색 테이프를 두르거나 로프를 늘어놓는 일, 그리고 달걀과 솜과 꽃 사진 등의 관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특별한 제목이 필요 없음을 나타내는 <무제(無題)>를 무제로 쓰지 않고 <탈-제(脫-題)>로 비틀어 쓰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의 작품을 단편적으로 본다면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다. 본 전시에서는 과거 작품들로부터 현재작에 이르기까지 그가 사용하는 언어와 작품의 관계를 추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김홍주의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의 경계, 김해민의 농담과 진담의 경계, 정광호의 조각과 비조각의 경계, 홍명섭의 언어와 사물의 경계,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경계의 지점들을 드러냄으로써 이들의 작품에 한발 더 나아가고, 더불어 관객으로 하여금 미술을 이루는 기본적인 조건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정광호_The pot 8288_95x85x90cm_구리선_2008

 

 

 
 

■ 김홍주

1945 충북 회인 출생 | 1969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 1981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현재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 김해민  1957 대전 출생

■ 임동식

1945 충남출생 | 197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 1988 독일 국립 함부르크미술대학 자유미술학과 졸업

■ 정광호

1959 대전출생 | 1987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업 | 1992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현재  국립공주대학교 만화예술학부 교수

■ 홍명섭

1945 충북 회인 출생 | 1969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 1981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현재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vol.20090313-대전시립미술관 5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