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기

 

바람, 구름, 자유 그리고 제주 이야기

 

I met cloud in Duckchun_1/7_127x47cm_C-print_2007     

 

 

김영섭 사진화랑

 

2009. 3. 4(수) ▶ 2009. 3. 22(일)

Opening : 2009. 3. 4(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69-2 | T.02-733-6331

 

www.Gallerykim.com

 

 

Village of Darangshi_1/7_127x47cm_C-print_2007

 

 

바람, 구름, 자유 그리고 제주 이야기

 

작가의 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들 중 어떤 이는 펜을 잡고 또 다른 이는 붓에 물감을 묻힌다. 나는 카메라를 택했고 셔터를 눌렀다.

그때부터 내 카메라의 렌즈 안에는 북한산 인수봉이며 설악산 천화대의 모습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니콘 f3하나 메고 태평양을 건넜다. 요세미테에서 거지꼴로 죽치기도 했고 아리조나의 인디언 마을에서 기거하기도 했다. 알래스카의 매킨리를 등반한 후 찾아간 북극의 에스키모 마을에서도 카메라의 필름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알프스는 안식을 주었고 히말라야의 신비로움은 나를 취하게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앞만 보고 달리던 방랑길은 막다른 골목길로 방향이 바뀌었고 끝내 밑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내 정서의 빈곤함이 나를 목마르게 하자 방랑보다 센 방황이라는 고약한 놈이 찾아왔다. 스스로의 열정이 바닥난 마당에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그 후 나의 카메라는 장롱 안, 한 구석에서 오랜 시간 햇빛을 보지 못하였다.

굳이 더 할 이야기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다시 셔터를 누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시 오랜만에 다시 찾은 제주라는 섬은 자연스럽게 카메라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필름을 끼우게 만들었다. 그 오묘한 섬은 고요했지만 침묵하지 않았고 차분했지만 한 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서서히 달아오르지만 온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온돌방 같은 존재였다.

 

 

I met wind in Duckchun_1/7_127x47cm_C-print_2007

 

 

바람과 구름과 자유가 퍼지는 그 섬에서는 이미 형식이니 구도니 하는 틀에 짜인 방정식은 필요 없었다. 발길이 가는대로 길을 떠나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자유로이 셔터를 눌렀다.   

20세기 초반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천재 작가들은 사물의 리얼리티를 단편화시키고 기하학적인 요소와 선, 색만으로 추상적 요소들을 차분함과 강렬함이라는 상상적 효과로 발전시켰다. 그 위대한 예술가들의 상상 속에 있던 모든 것들이 제주에서는 현실로 존재한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전달해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주는 어설픈 자유의 언저리를 맴돌던 나 자신에게 스스로 만든 속박을 벗어날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 그 옛날 싸구려 흑백필름과 300원짜리 현상액을 가지고 가장 시원찮은 작품을 만들며 가장 큰 만족을 느끼던 시절의 감성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안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1/60초, 혹은 1/125초의 짧은 시간에 투영되는 단순한 광학현상을 넘어서려는 나의 세계에 작게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I met cloud in Dongbok_1/7_127x47cm_C-print_2007

 

 

Wuthering Heights_1/7_127x47cm_C-print_2007

 

 

 
 

■ 박준기 (영화감독, 사진가)

단편영화‘자살과 독백에 대한 짧은 필름(A Short Film About suicide and monologue )’ 연출 : 미국 Fayetteville 영화제 아시아 부문 초청작 | 영화 ‘카라’ ‘이것이 법이다’ 예고편 다수 뮤직 비디오 연출 | SBS 광복5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백두에서 한라까지’ 연출 | KBS 다큐멘터리 수요 스페샬 ‘신을 부르는 소리 다싸인’등 시리즈 다수 연출 | 일본 디지털 위성방송인 'PERFECT TV' 프로듀싱 | 세종문화회관 밀레니엄 프로젝트 ‘한국의 소리가 바뀐다.’ 총감독 | 프랑스 영화위원회 CNC와 제1, 2회 파리 한국영화제 공동개최. | 한국산악회 회원 | 알래스카 맥킨리 원정대원 |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1차 원정대원 | 경향신문 Magazine-x ‘세계의 이색지대’ 칼럼니스트 | 대한항공 ‘Morning Calm', 아시아나 'Asiana' 객원사진작가 | EBS '투어홀릭‘ 진행 | 'Magnum이 본 한국' 한국촬영 코디네이션

현재  월간 사진예술 칼럼니스트

 
 

vol.20090304-박준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