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모_친구야놀자 展

 

- 또 다른 시선에 놓인 사람들 -

 

 

 

아트비트갤러리

 

2009. 2. 11(수) ▶ 2009. 2. 24(화)

Openning : 2009. 2. 11(수) pm 6:30 

110-290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6 성보빌딩 301호 | T.02-722-8749

 

www.artbit.kr

 

참여작가 : 박새롬, 박형렬, 양창모, 이정규, 홍경표, 홍기웅

 

 

사진이 드러내는 선

 

이철승

‘사진의 하루’의 작가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궁극적으로 호기심이 있다. 나와 비슷한 모습을 찾고자 하는 호기심, 그럼에도 어떤 면에선 나와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그 호기심은 곧 나와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르냐에 따라서 친근감으로 변모하기도 하고 경계심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그 친근감이나 경계심의 깊이와 폭이 얼마나 깊고 넓으냐는 상관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늘 어떠한 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선은 너무나도 견고해서 몇 마디의 대화나 몇 장의 사진으로는 감히 움직일 엄두조차 낼 수 없다. 다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그러한 선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 인지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 그 선을 움직이는 일은 각자 자신들에게 남겨진 몫일 것이다.

 

  박새롬과 홍기웅의 사진 속엔 자기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 차 있다. 박새롬의 <The Climbing Monkey>는 자신의 과거를 재현하며 현재의 위치를 찍고 그걸 미래에 되새기는 일기이다. 근데 ‘원숭이’라니. 젊은 여성이 스스로를 원숭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뭔가 색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이 프로젝트를 위해 나무를 타다보니 이젠 그것도 능숙해 졌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그냥 끄떡이게 된다. 처음에 기우뚱 할 사람들도 조금만 사진을 지켜보고 있다 보면 나무 위의 작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홍기웅의 <스타킹 시리즈>는 자신의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는 욕망을 끌어올리면서 모든 걸 시작한다. 여느 사람이라면 누르고 누르고 또 억눌러서 안에서만 곪아 터질 만할 욕망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작가에겐 용기도 필요했고 보는 사람들에겐 경계심도 생길지언정 마음속에서 그에게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큰 소리를 내어 인정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정규와 양창모의 사진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음으로 존재한다. 적나라한 사생활이 담긴 이정규의 일상의 기록에는 나라는 사람과 그녀라는 사람을 떠나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과 기록이 남아있다. 그래서 사람 자체에 대한 기록으로서 보다도 두 사람이 공유했던 가장 사적인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흔적을 남긴다. 양창모의 <친구야 놀자> 속에선 사람들과의 잃어버린 관계를 복원하려고 한다. 학교를 떠난 친구들은 이젠 정장을 입고 사회 속에 놓여있지만 놀이터로 돌아오고 학교를 서성거리는 동안만은 정장의 무게를 벗는다. 아마도 친구들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희생이 있어야만 하겠지만 사진은 친구들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되살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형렬과 홍경표의 사진에선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동시간대를 지나는 사람들의 공간을 훔쳐본다. 박형렬의 <Well-being People> 속의 사람들은 다양하다. 책 읽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음악을 듣고 있는 남자가 있고, 그리고 각자가 요가를 하고 있기도 하고 잘 차려 입고 식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모두가 열중하고 있는 것은 달라도 한결같이 ‘잘 살고자’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이 보인다. 하지만 그 간절한 욕망은 어쩐지 가련하고 처절해 보이기만 한다. 다양한 배경을 둔 사람들이 모두 동시대로부터 큰 짐을 얹고 있고 그들의 일관된 바람은 묘한 지점에서 교차하고 있다. 홍경표의 <자취방 시리즈>에선 학생들과 그들의 공간을 볼 수 있다. 대학교를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부모를 떠난 그들의 자취방은 아직 부족한 것투성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모습과 공간이 초라해 보이는 법은 없다. 어수선하고 좁은 공간마저 특별하게 바꾸어버리는 것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인생의 한 시간대에 놓인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징 같은 것이다. 공간은 사람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대학에서 최근까지 사진을 공부했든 아니면 아직 그 끈을 놓지 않고 있든, 학교에서의 교육과 아직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6인의 젊은 사진가들의 전시이다.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그들은 겸손하기도 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조언해주는 선배들도 많다. 이들의 다양한 탐구는 젊은 만큼 도전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혹자에 따라서는 서툰 만큼 혼돈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진과 사람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과 열정을 한참 키우고 있는 이들은 누구보아도 부러운 위치에 있다. 사진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들은 자신과 자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모든 것과의 거리를 재고 선을 뚜렷하게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vol. 20090211-양창모_친구야놀자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