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응 개인展

 

- Sound 몽타쥬 : 음예 공간 풍경 -

 

 

 

쿤스트독

 

2008. 12. 26(금) ▶ 2009. 1. 8(목)

오프닝 : 2008. 12. 26(금) 오후 6:00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122-9 | 02-722-8897

 

www.kunstdoc.com

 

 

 

 

SOUND 몽타쥬- 음예공간풍경

 

 <소리채집의 여정에 대하여>

태초의 소리가 주변공간을 맴돈다.  처음 우주가 존재하고 시작된 것처럼......  삶의  역사는 시작 되었다. 인간 본능의 언어,  억압된 것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욕망의 언어들이 날것 그대로 불쑥불쑥 튕겨나온다.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사람들은 웅얼거리며 때론 취한 목소리로 가슴 밑바닥에 있던 것들을 토해낸다.  노래들은 처절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여 가슴에 무엇인가를 각인시킨다. 라디오에선 수많은 이 시대의 메시지를 송출하고 있다.  

 

음예의 공간, 어두컴컴한 공간을 푸른 새벽의 느낌으로 생각했으며, 창호지를 투과해서 걸러지는 빛처럼  어슴프레한  전통적 동양의 은근한 빛을 이야기하고 있는  다니자끼 준이치로의 책 (음예공간 예찬)에서 제목을 일부 차용했다.  새벽녘의 푸른빛 가운데 갑자기 본능같은 직설적 언어들이 튕겨 나온다.  라디오에서는 오늘의 날씨, 증권소식, 사고소식들이 흘러나온다.

 

 

정하응_싸운드몽타주-음예공간풍경_나무(BOX),LED조명,스피커,Radio(5),수집된사물의파편,스위치,철파이프_540x400x250cm의가변크기_2008

 

 

sound #1

 

戊子 2008년 10월 중순쯤 한낮의 지하철 1호선은 졸음으로 눈빛이 가물거렸다. 어디선가 전철내부의 잡음사이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는 내 귓가에 다가오면서 점점 거룩하게 들려오는것 같았다.   마치 장엄한 오르간소리처럼...... 그것은 걸인이 구걸하기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싸구려 카세트테이프에서 들려오는 하모니카 연주소리였다. “치 - 이”   전철문이 열리고 그 소리는 사람들 사이로 묻혀졌다.

 

 

정하응_싸운드몽타주-음예공간풍경_나무(BOX),LED조명,스피커,Radio(5),수집된사물의파편,스위치,철파이프_540x400x250cm의가변크기_2008

 

 

sound #2

 

같은해 11월 중순 오전 서울역 대합실 주변광장에는 노숙자들이 여기 저기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대부분 취한 상태였고 무엇인가 끊임없이 혼잣말들을 되풀이 하였다. 거지왕 김춘삼의 동생이라고 하는 김대철이라는 사람은 담배 한개비 때문에 치사하게 군다고 행인들을 향하여 욕설을 하면서 끊임없는 말들을 서울역 공중으로 반사하였다. 역내에서 방송이 흘러  나온다. 부산, 목포행 기차가 곧 출발한다는 말들이 되풀이되고 그 소리들은 주변의 자동차 소음들과  함께 섞이면서 사라져갔다.

 

 

정하응_싸운드몽타주-음예공간풍경_나무(BOX),LED조명,스피커,Radio(5),수집된사물의파편,스위치,철파이프_540x400x250cm의가변크기_2008

 

 

sound #3

 

12월 초순경 퇴근무렵의 시간,  중앙선 전철은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핸드폰의 다양한 벨소리들이 앙상블을 이루고  여기저기 사람들의 통화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갑자기 “ 난데, 너무 보구싶어서 ” 커다란 목소리가 튕겨나왔다.  취객의 통화하는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쏠렸다. “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고- ” 아랑곳하지 않은채,  취객의 통화는  쌓여있던  감정들 모두를 길게 길게  쏟아버리는듯 했다. 전철이  종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 치 - 이 ” 전철문이 열리고  모든 사람들을 쏟아낸다.  취객의 소리는 사라지고  초겨울 한강변의  바람소리만이 귓가에서 윙윙 거린다.

정하응

 
 

 

 
 

vol. 20081226-정하응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