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경의 Showroom 展

 

- 제2회 gallery NoW 작가상 수상 -

 

샾의 구성 #1, pigment print, 11086cm, 2008

 

 

갤러리 나우

 

2008. 12. 10(수) ▶ 2008. 12. 23(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13 성지빌딩 3층 | 02-725-2930

오프닝 : 2008.12.10(수) 오후 6시

 

www.gallery-now.com

 

 

샾의 구성 #2, pigment print, 11086cm, 2008

 

 

동시대 생활과 다양한 문화의 모습을 살펴보는데 ‘공간’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생활하고 몸담고 있는 공간들은 그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 창으로 삶의 모습이나 패턴을 드러냄과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공간들은 영원성, 지속성을 갖기 보다는 시대에 맞춰 변화를 시도한다.

결혼이란 제도를 공식화하는 공간, 웨딩홀은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가상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고, 그 외관이나 실내 공간은 환상적이면서도 키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 본 평범한 공간인 웨딩홀은 언젠가는 허망하게 깨질지 모르는 사람들의 결혼이라는 의식과 더불어 다시 유행이 바뀌는 대로 탈바꿈하고 외피만 다르게 입는 허망한 공간으로 존재한다._<웨딩홀>

 

“매장을 둘러본다. 샾이라고 일컫는 공간을 산책하듯 어슬렁거린다. 눈앞에 펼쳐진 샾은 때론 눈부시기도 하고, 어느 순간 고요하기도 하다. 상품의 구성 방식은 굉장히 흥미롭다. 그들이 있어야 할 최적의 위치를 찾아 자리 잡고 우리를 바라본다. 정성스러운 존재 방식이다. 간택을 기다리는 듯 다소곳이 놓여 있는데 어느 순간엔 범접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들이 우리를 간택하는 것 같다.

<샾의 구성>작업은 또 하나의 구성이다. 대상들은 ‘색’이라는 옷을 입었다. 화려해지고 싶고, 더 예뻐지고 싶고, 더 고급스러워지고 싶은 방법을 찾은 것이다. 실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색에 한 꺼풀 더 걸치고 우리 앞에 나타나 유혹의 몸짓을 펼치며 말을 건넨다. 화려해지고 싶다면, 예뻐지고 싶다면, 고급스러워지고 싶다면 나를 선택해 달라고 말을 건다. 유혹에 대한 답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_<샾의 구성>

신은경

 

 

샾의 구성 #3, pigment print, 11086cm, 2008

 

 

신은경-고급 샾의 내부풍경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그동안 신은경은 웨딩홀의 내부를 찍은 사진과 이후 포토스튜디오를 찍은 사진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작가다. 둘 다 특정한 공간을 탐사하듯 기록한 것인데 그 공간은 여러모로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곳이었다. 특정 공간을 통해 한 시대의 징후를 포착하는 다분히 임상적인 사진이었고 아울러 일상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구조, 공간에 주목하는 사진이었다. 그것은 동시에 한국이라는 근대적 시공간, 현재 우리의 문화의 위치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내는 측면이 컸다. 동시대 생활과 다양한 문화의 모습, 동시대인의 욕망과 환상을 살피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공간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작가는 그 공간을 통해서 시대와 문화를 바라보고자 한다. 이는 최근 많은 작가들의 공통된 지향점이기도 하다.

 

 

샾의 구성 #4, pigment print, 11086cm, 2008

 

 

그녀가 주목한 공간은 우선 차별성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한, 그러나 다소 기이하게 혼합된 야룻한 장소들이다. 이국적인 실내장식과 조명, 세련되고 멋스러운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매우 미니멀한 그 공간들은 다분히 환영적이다. 그것은 현실세계이면서도 가상현실인 이미지의 세계, 다분히 연극적인 세계이다. 웨딩홀이 그렇고 포토스튜디오가 그러하며 이번에 선보이는 샾이 그렇다. 최근작은 매장을 찍은 사진이다. 이른바 명품을 파는 고급스러운 샾의 내부가 화려하고 세련되게, 무척 깔끔하게 마감되어 펼쳐진다. 백화점 안이나 독립된 매장의 내부일 텐데 가방, 양복과 구두, 어린이옷, 가구 등을 파는 전문매장풍경이 산뜻하게 들어와있다. 매혹적인 질감과 색채로 인테리어가 되어있고 그 사이에 아찔한 감각을 멀미처럼 안겨주는 너무나 사랑스런 물건이 유혹하듯 놓여있다. 그것은 소비를 통해 구입할 수 있고 따라서 소비는 곧 그 대상을 내 것으로 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 통조림 통속같이 안락하고 풍요로운 매장 안에 있으면 세상과 시간을 자연스레 잊는다. 그리고 자아에 마음껏 도취하고 탐닉할 수 있다. 백화점/ 샾은 현실을 벗어난 또 다른 세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구매 행위 자체를 소비한다. 각종 브랜드로 자아를 디자인하면서 만끽하는 행복감으로 인해 그곳은 언제나 축제 같다.

 

 

샾의 구성 #5, pigment print, 11086cm, 2008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은 인간으로 살아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판가름하는 거의 유일한 잣대로 작용한다. 경제력이 없는 자는 놀 수 도 없고 더군다나 소비를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이 사진은 ‘화폐를 지불하는 대중적인 놀이의 장소’를 보여준다. 그 안에 공허함과 텅 빈 갈증을 견딜 수 없어 끊임없이 뭔가를 채워 넣으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삶이 있다. 작가는 고급스런 샾의 내부를 통해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소비문화의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소비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이 같은 고급 매장은 무척 익숙한 장소가 되었다. 그곳을 드나드는 순간 곧바로 욕망의 거푸집은 거의 광속으로 작동한다. 자본의 촉수로부터 결코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곳이자 소비자의 욕망을 지배하는 장소이며 물건을 미친 듯이 사는 소비 형태로 끊임없이 욕망을 채워야하는 거푸집, 그곳이 다름 아닌 샾이다. 이 소비의 장소에서는 오로지 욕망과 욕망만이 충돌한다.

  

 

샾의 구성 #6, pigment print, 11086cm, 2008

 

 

작가는 매장을 어슬렁거리면서 유혹하는 상품, 그러니까 서구화, 선진화의 양상을 보여주는 물건들, 유행화하는 전략적 품목들이 감각적으로 배치된 형식, 진열방식, 인테리어, 질감과 색채, 빛과 사람들의 몸놀림 그리고 시선들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기서 실내공간은 ‘포장지’와 같은 일회적이고 매력적인 패턴을 구사한다. 인적은 부재하고 오로지 상품들과 인테리어만이 인공의 조명 밑에서 빛을 발한다. 소비지향적인 그 빛은 결국 환영이며 환상이다. 빛에 의해 형성된 현실은 늘 가상적 실체를 현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적인 파장의 주사선 문화로 가설된 실내매장은 ‘빛지향의 문화’에 다름 아니다. ‘삐가 뻔적’하는 광택의 문화는 또한 ‘권위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보들리야르의 말처럼 소비가 하나의 계급인 까닭이다. 빛과 광택의 문화는 본질적으로 ‘물질이 인격을 대체하는 문화’에 다름 아니기에 이 폐쇄적인 광택의 본질은 차별적 소비라는 계급적 문화의 정수를 이루면서 눈이 부시게 파고든다. 상품만을 돋보이기 위해, 그것을 강렬하게 유혹하게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로 마감된 공간은 소비의 상류계급이 누리는 일상이 시물레이션되고 있다. 환영이 현실을 대체하거나 현실은 환영적 공간 그 자체로 설정된다. 이 샾이 보여주는 환영적 공간들은 ‘물질적 욕망과 상업 자본과 권력이 이루어놓은 물적 현상에 지배되는 삶을 구조화하는 무대의 배경’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있다. 환영적 현실을 실제의 현실로 몰입시키는 현상을 익숙하게 하며 그것은 이제 또 다른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러니까 샾의 인테리어에는 ‘환영적 현실을 꿈꾸는 문화적 감수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몽타주된 현실이다. 작가는 그 눈이 부신 환영의 공간을 거닐며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통해 우리는 새삼 소비의 공간인 샾의 면모를 새롭게 인식하고 다시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샾의 구성 #7, pigment print, 11086cm, 2008

 

 
 

 

 
 

vol. 20081210-신은경의 Showroom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