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展

 

-My Story-

 

My story 100x72cm Mixed Media 2008

 

 

본화랑

 

2008. 12. 10(수) ▶ 2008. 12. 16(화)

오프닝 : 2008.12.10(수) PM 5: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8-3번지 | 02-732-2367

 

www.bongallery.com

 

 

My stroy - 4 100x72Cm Mixed Media 2008

 

 

몸으로 만나는 세계. 모든 가능성을 향해 열린 눈.

 

 홍지석(미술비평)

 

이혜민의 근작들은 어떤 의미에서 정물화(still-life painting)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그림 속에 갖가지 사물들이 정물화의 규약을 따른 것처럼 배치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사물들의 목록을 열거하면 이렇다. (술)병, 구두(하이힐), 립스틱, 핸드백, 쇼핑백, 음식과 음료, 커피메이커, 장신구와 비즈들. 그리고 꽃과 새들… 이 모든 것들은 널리 알려진 감각적 쾌의 기표들이다. 즉 그것들은 먹고 마시는 기쁨, 예쁘게 꾸미는 즐거움, 좋은 소리와 냄새에 대한 경탄, 그리고 쇼핑의 즐거움을 함축한다. 이혜민은 보기만 해도 즐거운 이 모든 것들을 그림 속에 모아놓고 기뻐한다. 또한 그것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혜민의 근작들은 (겉으로는 아무리 근엄한 척 해도) 실상 역사적으로 감각적 쾌를 추구하는 장르로 자리 잡은 정물화와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혜민은 만족을 모르는 작가다. 즉 그녀는 부단히 수집하고 더 많은 것을 화면에 담는다.

 

 

My stroy - Flouer 2 53.0x45.5Cm oil on canvas 2008

 

 

My stroy - Flouer 3 33.5x33.5Cm oil on canvas 2008

 

 

이런 이유로 그녀의 정물화는 전통 정물화가 갖는 안정감, 구성적 조화, 절제, 눈을 쉬게 해주는 여백을 알지 못한다. 빈 공간은 새로 수집한 기표들로 채워지고 채워질 것이다. 이것들은 서로 겹쳐지고 포개진다. 그렇다면 이혜민의 정물화는 그 모든 것들로 부단히 흘러넘치는, 말하자면 초과된 정물화라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것은 정물화이되 정물화가 아니다. 이 ‘초과된 정물화’는 정물 이상의 것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녀가 여기저기서 채집하여, 또는 수집하여 그림에 배치한 것들 가운데는 정물화라는 인습적 범주로 포섭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사진 이미지들이 그렇다. 잡지에서 가져온 모델의 다리, 입술, 얼굴 이미지들 말이다. 그 가운데는 작가 자신의 사진 이미지도 있다. 그것은 배치된 정물, 사물들 곁에서 그것을 즐기고 만끽하는 행위를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이를테면 ‘입술’의 이미지는 (립스틱을) 바르는 행위,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먹고 마시는 행위를, ‘다리’의 이미지는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니는 행위를 표상한다. 여기에 그녀는 추상표현주의자들의 거친 붓질을 덧붙인다. 계속해서 가해진 이 붓질, 저 물감의 흐름은 살아 움직이는, 중단 없는 작가의 행위 그 자체를 나타내는 흔적들이다. 그 떠들썩함은 우리의 경탄을 불러 일으킬 만하다. WOW! Oops ! 이 작가는 이 감탄마저도 화면에 끌어들인다. 잘 찾아보면 어디선가 당신은 이 감탄사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구체화된 행위, 감탄은 앞서 가시화된 사물들과 어울려 어떤 이야기들을 구성한다. 그것을 이 작가는 <My Story>라고 부른다.

 

 

My stroy - 1 100x72Cm Mixed Media 2008

 

 

그런데 My Story, 곧 작가가 전하는 자신의 이야기는 어떤 일관된 하나의 질서를 따라 명료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에는 주어진 것들을 엮어 나가는 다양한 질서들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석판, 콜라주, 페인팅의 논리, 추상과 구상의 논리, 정물화와 인물화의 논리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그것은 (정물화뿐만 아니라) 모든 것과 맥을 같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이혜민의 ‘My story'는 명료한 논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방 방송’, 또는 ‘잡스러운 수다’라고 비난하는 종류의 담화와 유사해 보인다. 이러한 지방방송과 수다는 속성상 주어진 상황에 직면하여 언제든, 어느 방향으로든 퍼져나갈 수 있다. 그로부터 어떤 요점, 핵심을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불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My stroy - 6 116.8x91Cm Mixed Media 2008

 

 

일관된 논리, 요점과 핵심을 분명히 하는 명료한 사고는 실재(real)를 어떤 틀 속에 가두고 싶어 한다. 그러한 사고에 사로잡힌 사람은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증오하며 눈에 보이지않는 곳으로 유폐시킨다. 하지만 항상 그와는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들이 또한 존재한다. 내가 보기에 이혜민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질적인 것, 현재 두드러지지 않은 것들을 포용한다. 그럼으로써 실재에 좀 더 솔직하게 응하고자 한다. 전자가 ‘개념’을 매개로 세상과 만나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감각’을 통해, 즉 몸으로 세상과 만난다. 몸으로 세상과 만나는 일은 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이다. 아마도 태고에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마주 대했을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일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오늘날 우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별들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즉 그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여기서 저울이, 또 저기서 쌍둥이, 거기서 전갈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에 경탄하고, 즐거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이미 고정된, 박제화된 틀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 그것은 저울로 보아야 하며, 쌍둥이로 보아야 하고, 또 전갈로 보아야 한다. 다른 가능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런 틀을 내던지고 태고적 사람들이 가졌던 눈, 그들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혜민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그림 속에 그녀 자신만의 별자리들을 수도 없이 그려 넣었다.     

 

 

My stroy 100x72Cm Mixed Media 2008

 

 

 

 
 

이혜민 | LEE HYE MIN

서울 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 단국대 산업디자인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_2001 개인전 (공평아트센터) | 2008 개인전 (본화랑, 2008.12.10~16) | 2008 갤러리 하이디 초대전 (2008.12.17~31)

단체전_3인전 (샘터 스페이스) | 구상작가 6인전 (롯데미술관) | IAEWP 초대작가전 (세종문화회관) | 파린회 (92~현재 출품) | 남부현대 미술제 | 갤러리 회화제 | 자화상전 (조형갤러리) | 청조회전 (서울갤러리), 단국원전 (공평아트) | 예원 30주년 기념 동운전, 영 갤러리 초대전 (영갤러리) | 서울 Wave 아트페어 (예술의전당) | 도쿄 국제 판화 비엔날레 | 한. 일 현대미술 초대전 (동경) | 독일 프랑크푸르트슈발바흐시 초대전 | 파리 에흐로빌 싸롱전 | 쿠알라룸프 독립 100주년 기념 초대전 등 60여회 출품

수상_동경 국제 미술전 특선 | 미술세계 대상전, 신미술대전, 국민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등 수상

현 재 : 한국 미협 회원

작업실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브라운스톤 103동 1031호

 
 

vol. 20081210-이혜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