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배 展

 

카라

 

 

갤러리 라메르

 

2008. 12. 3(수) ▶ 2008. 12. 9(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94 홍익빌딩 3F | 02-730-5454

 

www.gallerylamer.com

 

 

양귀비

 

 

자연의 신비가 꽃 속에서 재현(再現)되는 향기로운 화폭(畵幅)들

 

최재환 (전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예향 목포의 최 성배 화백이 초겨울 한국 화단畵壇을 뜨겁게 장식한다. 그간 네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많은 애호가들의 성원을 받은 바 있는 최 화백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다가 선다.

전시회란 작가가 그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 창작을 해 왔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기회이지만, 자신에 대한 철저한 신뢰와 확신을 맑은 고딕으로 펼치는 관객들에 대한 자기 과시다. 한편으론 지난날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새로운 세계로의 약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최성배 화백은 꽃과 풍경을 즐겨 그리는 목포출신 토박이 화가다. 오랜 세월 특정 직종에 종사하다 보면 직업과 유사한 이미지로 언행이 굳어져버리기 때문일까, 우리는 상대의 첫 인상만 보고 그 사람의 직업이나 취미를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만난 최 화백의 첫 인상은 장터 주막에서 주민들과 어울린 시골 이장 모습을 떠 올리게 된다. 술사발에 넘치는 막걸리처럼 따스한 인정을 주고 받는 촌부村夫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옷매무시 어느 구석에도 바늘귀만큼의 틈도 보이지 않는 선비 그대로다. 그것은 그의 소박하면서도 다정한 인간미 때문이리라.말 수가 적으니 웃는 모습조차 무뚝뚝하게 비칠게고 그것이 곧 자기의 작품 세계 구축을 위해 불도저처럼 내닫는 의지다.

 

 

산목련

 

 

누군가가 진정한 화가라면 새벽 종소리, 개울 물 흐르는 소리, 새 우는 소리도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세월의 흐름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꽃을  즐겨 그리는 화가의 경우, 꽃 향기도 화폭속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도 된다.  제한된 화폭 안에서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게 하려면 변화무쌍한 자연의 표정을 생생히 포착해야만 한다는 논리로도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융화, 작품 속의 자연의 모습은 인간의 역사에 나타난 자연관의 변화를 반영하여 개개인에 따라 그리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꽃의 생명은 색과 향기다. 색이 있어 삶이 보다 아름답고 향기가 짙어 세상은 더욱 기름지다. 최 화백의 그림앞에 서면 코 끝에 꽃향기가 묻어나듯 자연과의 몰아일체沒我一體의 경지를 느끼게 된다. 감상자도 어느덧 한 송이 꽃이 되어 호접胡蝶속으로 숨어드는 착각에 빠진다.  신이 창조한 자연의 신비를 화가의 붓끝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뭏든 '나는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고 한 폴 세잔(Paul Cezanne)의 말처럼 한 송이 꽃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걸작을 기대하면서 강호제현江湖諸賢의 감상을 권하고 싶다.

 

 

백목단

 
 

 

 
 

vol. 20081203-최성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