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환 초대

 

시간의 흔적_162x260cm_Mixed media on canvas_2008

 

 

갤러리 고도

 

2008. 10. 22(수) ▶ 2008. 11. 4(화)

Opening: 2008.10.22(수) PM 5:00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12 | T.02-720-2223

 

www.gallerygodo.com

 

 

시간의 흔적II_Mixed media on canvas_2008

 

 

시간의 흔적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모니터 속에서는 모든 것이 풍요롭다. 디지털 테크놀러지는 욕망뿐 아니라 행복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의 이미지들이 그야말로 매끄럽게 세계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지지되는 미적 창조의 국면에서 작가의 아이디어는 가장 주목받는 재능의 품목이 된다. 빠르게 변신함으로써 자신의 몸을 반짝이는 아우라 자체로 만들어버리는 참신성!

 드넓게 펼쳐진 현대적 이미지의 세계를 영리하게 유목하지 못하는 자로서 사막 한가운데 고립되어 버릴 것 같은 염려를 완전히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때때로 시대가 요구하는 패러다임이라는 유동하는 진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궁색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내가 돌아오는 지점은 변하지 않는 것들 혹은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것들의 존재에 귀를 기울이는 한적한 장소이다. 이곳에서 시간은 공간을 통해서만 스스로를 드러내며, 공간은 시간에 의해 형성되거나 마모된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인공적인 손길이 아니라 우연히 하나의 공간에 둥지를 틀게 된 시간이 만들어낸 이미지, 그것은 마치 기원을 알 수 없는 선사의 자취와도 같다는 점에서 영원과 통해 있기도 하다. 이미지를 통해 시간의 공간성, 공간의 시간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어쩌면 지극히 오만한 시도, 내 작업은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는 중이다.

 

 

시간의 흔적III_Mixed media on canvas_2008

 

 

 시간의 흔적을 화폭 위에 재현하고자 하는 작업은 구체적으로 선(線)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으로 집약되었다. 점이 하나의 위치를 점유하는 좌표로서 순수한 철학적 개념에 속한다면  선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본적인 조형요소라고 할 수 있다. 선으로 이루어진 형태에 이르러 이미지가 비로소 운동감을 부여받게 됨은 물론이다. 이러한 조형적 추구의 맑은 고딕 위에서 내 그림의 선들은 다양한 굵기와 방향, 느낌과 정서를 갖고 스스로를 드러냄으로써 시간을 버텨낸 그 어떤 존재의 흔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첫 눈에 발견되는  메인 이미지뿐 아니라 캔버스 전체를 자잘한, 그러나 그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는 수없이 많은 선들을 교차시킨 하나의 자족적인 세계로 구축해 보았다.

 선들의 만남에 시간이 덧대어지자 깊이감이 창조된 것이 이번 작업의 또 다른 소득이다. 포스트모던한 시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깊이 없음’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디지털 테크놀러지에 의해 매끄러운 재질의 모니터에 탑재된 길 잃은 욕망의 재현이라면, 거칠고 남루하나 오랜 시간을 두고 켜켜이 쌓여진 이미지의 깊이감은 가장 인간적인 감각으로서의 촉감을 환기시킨다. 촉감은 보는 행위가 인지적인 것과 연관되는 것과 달리 언어에 의해 재현되기 어려운 직접적 경험의 산물로서 기억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과거의 시간을 소환한다. 또 하나의 강렬한 환영이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이 만들어낸 투박한 감각의 세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것이 가능한 세계를 빚어보는 것이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나의 야무지지 못한 보폭에 걸맞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번다한 세상사를 핑계로 흘려보낸 세월만큼이나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과한 욕심과 의욕을 비웃듯 여전히 전통적 조형성에 매달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마다 어찌 실망이 없었겠는가. 형상과 본질 사이에서 혼신을 다해 고민했던 선배들의 앞선 작업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모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출발에 불과한 이번 작업에서 화폭에 녹아 있는 물리적 시간의 두께가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나 자신과의 대화의 산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은 깨달음으로 존경하는 스승님들과 선배들이 보여준 과분한 관심에 고마움을 전하고자 한다.    

 

 

시간의 흔적IV_80.3x100cm_Mixed media on canvas_2008

 

 

시간의 흔적V_50x60.6cm_Mixed media on canvas_2008

 

 

 
 

■ 김광환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졸업(영상예술학 박사) |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미술학 석사) |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개인전

2008 갤러리 고도(서울) | 1999 갤러리 화인(서울) | 1996 갤러리에뽀끄(서울) | 1996 홍인갤러리(대전) | 1992 청남갤러리(서울)

단체전 120여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 동아LG 국제만화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 대전국제만화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 Sicaf 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운영위원 역임

현재 : 목원대학교 미술학부 부교수

 
 

vol.20081022-김광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