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展

 

- Unfaceful -

 

교복소녀_50x50cm_Gelatin silver print_2008

 

 

갤러리 룩스

 

2008. 10. 8(수) ▶ 2008. 10. 14(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층 | 02-720-8488

 

www.gallerylux.net

 

 

헤드폰낀소년_50x50cm_Gelatin silver print_2008

 

 

누구에게나 숨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가 숨바꼭질인 것을 봐도 그렇다. 옷으로 몸을 숨겨야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있듯, 우리는 숨어야 숨을 쉴 수 있다. 지친 일상에 평범한 자신의 방이라도 그리워지는 이유는 숨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익명성을 담보로 자신을 숨기기란 너무나 힘들다.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 서버들이 해킹을 당하기도 하며 버스, 빌딩, 편의점 등 공공장소의 곳곳에 설치돼 있는 감시 카메라가 나를 감시한다. 예컨대 철저히 사생활 보호를 위해 힘쓰는 사람이 이른 아침 조깅 중에 땀을 훔쳐내기 위해 몇 초간 모자를 벗었다면 그는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원 CCTV에 그 신상이 촬영되었을 수도 있다. 그 누구도 완벽한 익명의 삶을 산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썬캡을 쓴다는 것은 남이 나를 의식하지 못할 거라는 안도감에서 온다. 이 안도감의 근원은 남의 시선으로부터 숨어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생활을 보호하고자 노력하지만, 좀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사진작품의 피사체로서 서 있다는 자체가 이미 사적인 정보 보호나 익명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썬캡으로 얼굴을 감춘다 하여도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나, 그 밖의 개인의 외적 특징으로 누구인지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썬캡을 씌우고 얼굴을 가림으로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카메라의 잔인한 시선은 피할 수 있는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 싶다. 물론 신체의 극히 일분인 얼굴만을 희미하게 가리고 있지만, 썬캡을 통해 그들이 카메라의 시선, 더 나아가 자신을 응시하는 세상의 모든 시선으로부터 미약하나마 도피처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작가 노트 중에서-

 

 

식당 앞 여자_50x50cm_Gelatin silver print_2008

 

 

수영장 근육질  50x50cm_Gelatin silver print_2008

 

 

여대생들_50x50cm_Gelatin silver print_2008

 

 

사진찍는 커플_50x50cm_Gelatin silver print_2008

 
 

 

 
 

vol. 20081008-김지원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