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개인展

 

불가분(나무)_100x100cm_Digital(한지)Print

 

 

갤러리 나우

 

2008. 9. 17(수) ▶ 2008. 9. 23(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13 성지빌딩 3층 | 02-725-2930

 

www.gallery-now.com

 

 

불가분(담)_100x100cm_Digital(한지)Print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푸른 저 달빛은 호숫가에 지는데

멀리 떠난 그 님의 소식 꿈같이 아득하여라

차가운 밤이슬 맞으며

갈대밭에 홀로 앉아 옛사랑 부를 때

내 곁엔 희미한 그림자, 사랑의 그림자여……"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노래 기억나세요? 멕시코 출신의 ‘로스 트레스 디아만테스(Los Tres Diamantes)’라는 3인조 트리오가 불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곡인데요, 원래는 만월(滿月)이라는 뜻의 노래 제목 Luna Llena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시적인 제목이 붙여진 곡이였죠. ‘그림자’는 실체와 함께 존재하면서도 때론 실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묘한 여운을 남겨 줍니다. 그래서 이 곡의 가사에서도 사랑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그림자‘를 기억하려 애쓰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사랑보다 그 사랑으로 인해 드리워진 감정의 흔적들, 추억들, 아픔들... 그 추상적 감정의 언저리들이 오히려 사랑이라는 실체 보다 더 사랑다웠기 때문일까요? 분명 실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그림자가 어째서 실체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깊이 우리들 기억 속에 살아남아 있는 걸까요? 그건 아마도 세상엔 눈을 떠야 보이는 것 보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속에 더 오묘한 삶의 본질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

 

 

 

 

이민호 선생님을 알고 지낸지가 10년을 훌쩍 넘긴 지 오랩니다. 카메라 안에 세상을 담는 일은 어찌 보면 눈을 감고 세상을 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는 시작할 수 없는, 한 쪽이라도 감아야 시작되는 사랑처럼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세상을 향한 희미해 보이는 옛사랑의 그림자들이 묻어나 있습니다. 실체보다 단순해 보이고, 실체보다 강해 보이진 않지만, 실체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그림자... 상세한 무늬와 굴곡도 그림자 속에서는 무의미해집니다. 최대한 단순하고 최대한 모든 걸 포용한 그 넉넉함은 오히려 더 많은 걸 말해주고 더 깊은 걸 드러내 보여 주니까요. 그래서 작품들은 그 자체로서 진실의 흔적을 따라 다니며 그 흔적이 남긴 발자취, 즉 그림자를 렌즈 안에 담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 분의 작품들을 오래도록 살아 숨 쉬게 하는 비결입니다. 이민호 선생님의 카메라 앞에 모델로 서 보는 걸 저는 무척 즐깁니다. 왜냐하면, 눈을 크게 뜨고 보이는 나를 담아내기보다, 눈을 지긋이 감고 내 안에 드리워진 본질의 그림자를 담아 주시기 때문입니다.앞서 언급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노래와 동명의 시가 한 편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그 시의 한 부분이 자꾸만 입가에 맴돕니다. 왜냐면, 그 시의 구절이 바로 혼신의 힘을 다해 기울여온 카메라 작업의 그림자를 가장 잘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 전시회가 그 출발점이 될 것 같아 기쁘고 또 기쁩니다. 기왕이면 그림자가 끝도 없이 길게 길게 뻗어날 수 있기를 마음 깊이 기원해 봅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이 충 무(극작가 겸 연출가/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vol. 20080917-이민호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