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관 'trans'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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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2008. 9.17(수) ▶ 2008. 9.30(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13 성지빌딩 3층 | 02-725-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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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관의 작업에는 하나의 캔버스에 수십 종류의 운동화가 그려져 있거나 혹은 여자 만화 캐릭터, 개들의 이미지가 한가득 그려져 있다. 여러 종류의 이미지들을 폴더별로 나누어 채집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그 중의 이미지들을 선택하여 캔버스에 재구성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작가의 관심목록들인데 원근감이라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배열하는 방법으로 그려진다. 그 방법으로는 단지 크기의 변화만이 아닌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사물의 시점표현이 원근의 느낌을 한층 잘 살리고 있다. 그가 선택한 소재, 즉 사물들은 본능적인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데 그림에 가득히 그려진 수십 종류의 운동화는 작가의 소유하고 싶은 감정에 대한 표현이고 개와 여자 만화 캐릭터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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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던 작가는 어느 날 일어난 한 사건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된다. 바로 숭례문 전소사건인데 서울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고 대한민국의 국보1호, 600년의 혼이 담긴 소중한 유산이 70대 노인의 분풀이 대상으로 인해 소실된 것이다. 이는 한 인간의 욕구 불만 때문에 일어난 비극적인 참사였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분풀이로 방화를 선택했고 그 화재로 인해 앙상하게 남은 숭례문 현장은 참담했다. 단지 개인의 추스르지 못한 감정의 분출로 조상의 혼과 대한민국의 상징을 불태워 버린 것이기에 그 충격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숭례문이 불타는 현장은 생중계되어 전역으로 방송되었고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보물이 재가 되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슬프지만 아름답다’라는 말처럼 그 영상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잔인하고 슬펐지만 불에 휘감겨 무너져가는 그 모습 자체는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이번 전시 주제인 'trans' 라는 단어의 의미에서 작가가 느꼈던 ‘갈등의 공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공간, 어지러운 공간, 야비하고 비루한 공간, 하지만 눈부신 탄생과 사라짐의 공간’이었고 한 사람의 어그러진 욕구에 대한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표현해 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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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박스테이프로 작업 하는데 이것은 전문 용어로 O.P.P tape라고 불린다. 접착력과 방습, 방전 효과가 우수해 각종 박스포장, 이삿짐포장, 유리접착 등 각종 접착 및 포장에 사용된다. 흔히 보는 황토색뿐만 아니라 파랑, 빨강, 노랑, 초록, 하양, 검정 등 다양한 색상이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생산하는 회사나 시기에 따라 같은 색이라도 조금씩 빛깔이 다르다는 점이다. 약 20여개의 테이프 제작 업체들이 작은 규모로 생산을 하고 있는데 일정한 색소 첨가량의 기준이 없는지 같은 빨강이라도 생산 회사와 생산 시기에 따라 다른 채도와 명도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런 점을 흥미롭게 여겨 박스테이프를 재료로 해 작업을 하게 된다. 테이프를 크기에 맞게 오리고 붙여내는 굉장한 노동력이 들어가는 작업 과정역시 이를 즐기고자 하는 욕구에 대한 해소라고 작가는 말한다. 색이 들어간 투명한 O.P.P tape를 종이에 스케치를 한 후 그 위에 겹쳐서 붙여가며 채도를 만드는데 이런 작업을 거친 작품은 마치 그린 듯이 생생하다. 색다른 매체인 컬러 테이프를 손으로 일일이 붙이고 오려내 테이프를 중첩시켜 깊이를 만들어 낸다. 이는 페인팅작업과는 또 다른 정교함과 완성도를 느끼게 한다. 단순히 테이프를 붙여나가는 것이 아닌 테이프를 중첩시킴으로써 음영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과 면이 주로 표현되는 다른 라인 테이프 작업과는 또 다른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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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김형관의 작업은 남대문 작업이후로 형태를 이어 붙여서 큰 그림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계획을 가지고 하던 작업에서 벗어나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들, 예를 들어 개나 꽃, 기하학적인 문양들을 즉흥적으로 조합해나가는 방식으로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단지 일곱여 가지의 적은 색상으로 만들어지는 우연의 효과들을 발견해 나가고 의도되지 않은 형태들을 만들어 나가면서 작가는 즐거움을 느낀다. 이는 좀더 작가의 본능에 따른 또 다른 작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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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080917-김형관 'trans'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