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쉐밍 개인展

 

- 머리를 맞댄 ‘인간군상’, 그 속에 숨겨진 블랙유머 -

 

선인장_38.5x46cm_Acrylic on canvas_2003

 

 

이엠아트갤러리 서울

 

2008. 8. 20(수) ▶ 2008. 9. 9(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2-18번지 4F | 02-514-6987

 

www.emartgallery.co.kr

 

 

오합지졸_20x20cm_Acrylic on canvas_2008

 

 

예감_70x90cm_Acrylic on canvas_2008

 

 

지난 2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중국 현대미술 세대전>을 통해 독창적 작품을 선보였던 베이징 출신의 작가 쿠쉐밍(Ku Xueming, 雪明, 47)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다.8월 20일부터 9월 9일까지 강남구 청담동 이엠아트갤러리 서울(대표 최은주, www.emartgallery.co.kr)에서 마련되는 이번 쿠쉐밍 전의 테마는 ‘인간군상(人間群像)’이다. 그가 줄곧 작품 소재로 삼아왔던 ‘사람의 머리-두상’은 보다 다채로운 인간사의 일면으로 형상화되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쿠쉐밍은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한국을 방문하며, 8월 20일 오후 6시 열리는 오프닝 행사 등에 참석한다.

 

1961년 생인 쿠쉐밍은 베이징사범대학 예술대학과 톈진예술학원을 졸업한 후 웨민쥔, 장샤오강, 팡리쥔, 왕광이 등 중국의 ‘사대천왕’ 작가들과 같은 시기에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대 초반에 이미 두각을 나타내어 1991년 호주, 1992년 영국 런던 등 해외에서 그룹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생이 암에 걸리면서 수술비와 생계비를 벌어야 했던 그는, 전업작가로서의 길을 잠시 접고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게 된다. 왕광이 등과 공동으로 쿠쉐밍 동생의 수술비 마련 자선 전시회를 개최했던 팡리쥔은 “쿠쉐밍이 작품활동을 활발히 해왔다면 지금의 ‘사대천왕’ 못지 않은 명성을 누렸을 것”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이엠아트갤러리 최은주 대표는 “쿠쉐밍은 친구들의 권유로 2004년 쑹좡으로 돌아온 후 다시 그림 작업에 매진하며,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지속적으로 전시를 열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베이징 화랑가에서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투철한 작가관을 가진 작가로 상당히 주목 받고 있어, 쿠쉐밍을 이엠아트갤러리의 첫 번째 개인전 개최 작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쿠쉐밍의 그림은 언뜻 보기에 동세대 중국 작가들의 냉소적 사실주의나 ‘정치팝’과 달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작품 속에는 어느 작가보다 통렬한 사회 비판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고민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쿠쉐밍은 “두상 그림들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장면을 묘사한 데서 출발했다. 당시의 내게 회의란 ‘과장되고 형식적인 것’을 의미했고, 그림 속에 모여있는 머리들은 그에 대한 조롱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전과 같은 비판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를 덜 하게 되었다. 오히려 표현하지 않는 것이 더 내 생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즉, 말을 하는 대신 그림과 ‘예술가의 침묵’으로 타락한 세상에 대해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꿈_145x120cm_Acrylic on canvas_2008

 

 

그는 또 이렇게 당부한다. “어떤 사람은 내 그림을 보며 사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상이 없는 인간은 존재할 수가 없다. 사상 역시 인간의 배설물이다. 예술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로 굳이 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번 전시작들을 살펴보면, 앞서 쿠쉐밍의 말처럼 최근의 두상들은 좀더 온순하고 원만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선인장>, <큰 연통>, <신의 영지> 등 비교적 초기 작품 속 두상들이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키는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다면, 2007년과 2008년 작품들은 무표정하나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반면 작품의 제목은 <오합지졸>, <말없이 창문을 열다>, <요란하고 화려한 고독>, <하늘을 나는 바보>, <왜 그렇게 많은 머리를 그립니까> 등 더욱 직접적이다. 여전히 그는 사회의 일환이자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쉽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쿠쉐밍에 대해 중국의 시인 겸 사진작가 모페이(Mo Fei, 莫非)는 “쉐밍은 보기 드물게 천진난만하고 수줍음 많은 예술가이다. 그의 그림 속에 밀집해 있는 두상들은 만물을 망라하는 인생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예술가의 언어로 동양적인 배려와 존엄을 캔버스 위에 펼쳐놓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관객 중 누군가가 쿠쉐밍에게 그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는 “그림이 아닌 것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어 볼 것이다.

 
 

 

 
 

vol. 20080820-쿠쉐밍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