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윈도우展

 

- 범벅된 욕망과 아이러니 -

 

cake_80×100cm_oil on canvas_2007

 

 

갤러리 진선 윈도우갤러리

 

2008. 8. 9(일) ▶ 2008. 8. 31(일)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61번지 | T.02-723-3340

 

www.jinsunart.com

 

 

humancandy_150×140cm_oil on canvas_2006

 

 

범벅된 욕망과 아이러니 (Mixed desire and irony)

 

내 작업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오브제들은 대부분 버려진 것들과 거짓(모조품)된 것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존재들이다. 버려진 자로서의 인간들이 스스로에게 形形色色 띠를 두르거나 사탕 같은 달콤한 것들로 위장(僞裝)을 하거나 진짜들 속에 존재하며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한 상태로 머무른다. 그래서 작품의 이미지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한 어떤 그로테스크(grotesque)함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몇 가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데 첫째로, 진짜와 가짜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실제로 가짜이든 진짜이든 화면상에서는 뚜렷이 구별해내지 못한다. 특히 케익 시리즈에 사용된 꽃이나 과일들 중 일부는 모조품을 그린 것으로 주의를 기울여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게 처리되어 있다. 이로써 관람객이 보는 예쁜 꽃은 진정한 꽃이 아니며, 싱싱한 과일들은 그저 건조하기 그지없는 가짜에 불과한 것이다.

둘째로,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동물계에서 아름다운 무늬는 독(獨)에 대한 경고이며 화려한 색을 가진 생명체들은 저마다 강한 독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긍정과 위험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다. 나의 또 다른 cake시리즈에서 이는 극명하게 표현되는데 이 작품들은 cake의 달콤함 속에 과도하게 넘쳐흐르는 붉은 시럽과 그 안에서 과일로 위장한 인간들의 형상들로 인해 식욕과 동시에 구토를 유발하는 작용을 한다.

셋째로, 욕망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내 작업 전반에 분포되어있는 개념으로 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아이러니(irony)에 빠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보통 욕망이란 이상에 대한 강력한 욕구이며 삶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욕망이 이상을 넘어서는 순간 이것은 욕심이 되고 만다.

humancandy에서의 욕망은 스스로에 대한 부활을 상징한다. 그것은 스스로의 몸에 화려한 무늬를 입힘으로써 버려진 자로서의 굴레를 벗고 다시 화려한 존재로 재생한다는 의미이다. cake에서의 욕망은 진짜가 되기 위한 가짜들의 시도를 범벅된 모습으로 표현한다. 그것은 욕망에 대한 어떤 긍정도, 부정도 순전히 관객에게 떠넘겨버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리하여 cake 시리즈에서의 이미지들은 아름다우면서도 괴기스럽고,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섬뜩한 형상으로 나타난다.

인간에게 있어 욕망이란 무엇이며, 아름답다는 것과 추하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경계를 나눌 수 없는 개념들, 가짜(오브제)와 진짜(오브제)가 교묘하게 얽혀있고, 달콤함과 역겨움이 공존하는 그런 혼돈의 상태, 욕망과 실재가 교묘하게 뒤범벅된 세계가 바로 나의 작품들이다.

 
 

 

 
 

vol. 20080809-박종필 윈도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