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개인展

 

- 오해의 정원 -

 

a brazilian thing_나무, 시트지_가변설치_2008

 

 

김진혜 갤러리

 

2008. 7. 30(수) ▶ 2008. 8. 8(금)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2,3층 | 02_725_6751

 

www.kimjinhyegallery.com

 

 

 

a brazilian thing_나무, 시트지_가변설치_2008

 

 

김유진

언젠가 그녀는 내게 속삭이며 말을 건네 왔다. 무척이나 간결한 말투였으나 그 어감 속에는 지독히도 치명적인 독이 있었다. 늘 그래왔다. 그녀의 작업은 무척이나 간결한 듯 했지만,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치명적인 이야기들이 우리들을 향해 포악스럽게도 독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의 말 속에서 붉은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생명력을 자랑하며 그녀의 작품을 조심스럽게 감싸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한없이 작아진 대중은 소외감을 토로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오해는 시작된다. 그녀에 대한 오해들... 그리고 그녀의 작품에 대한 오해들... 감정의 교차지점에는 늘 오해의 왜곡이 존재하며, 가끔은 그러한 오해들이 매력적인 둔갑술을 발휘할 때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차가운 공기와 습한 기운이 만나는 그 지점에 서서 그녀는 오늘도 우리에게 독기가 가득한 말을 건넨다. 냉정을 유지하며 그녀를 대한다. 하지만 곧 무너지고 만다. 잔뜩 벼르고 그녀를 대하지만, 밀려오는 패배감은 지독히도 강하게 다가온다.

 

 

나는 당신의 부작용입니다. (I’m your side effect.)_혼합재료_380×400×70cm_2008

 

 

번잡스러운 세상 속에서 오해란 세상을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다. 악독함을 품고 있다면 그 오해는 한없는 악독함으로 응수할 것이고, 선함을 품고 있다면 그 오해는 한없이 작아져 가끔은 미련함으로 응수할 것이다. 세상은 늘 그래왔다. 오해의 소지를 만들며, 또한 진실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 태연스럽게 우리를 놀리곤 한다. 어쩌면 진실조차 오해일 수도 있음을 모든 하나의 이야기가 풀어져 또 다른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듯 그렇게 오늘도 그녀는 오해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한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어 왔다. 그녀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왔다. 미로 속 한 가운데에 서서 그녀는 하늘을 응시한다. 그곳에는 오해의 소지가 극명한 너무도 선명한 하늘이 있었다. 그녀는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그 하늘은 이상스럽게도 희극적인 형상에 비극적인 요소를 잔뜩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차마 울지 못해 웃고 만다. 그리고 차마 웃지 못해 울고 만다.

 

 

김민지_낚이다 (ensnared)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8

 

 

오늘도 그렇게 그녀가 모든 움직임을 배제한 채 서있다. 그리고 또다시 그녀의 오해 속에 우리는 더듬거린다. 그녀 속에 우리는 분명 움직이고 있었으나 우리 속에 그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그 순간이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와 우리는 어둠의 저편에 갇혀버렸다. 오직 그녀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불안한 미로 속에서 서로의 움직임을 탐색하는 것뿐 이었다. 어느 틈에선가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미로는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다. 오해의 정원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오해가 꿈틀거리며 잔뜩 뒤틀린 욕망을 불러 세운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색이 바랜 노란색이었다. 그것은 분명 색이 바랜 노란색이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희미해진 기억 속에 불안한 시선은 지속되고 끝을 알 수 없는 질주는 그 꽃을 향해 있었다.

 
 

 

 
 

vol. 20080730-김민지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