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효 개인展

 

- Dedicated Performance -

 

 

 

아트스페이스 H

 

2008. 7. 30(수) ▶ 2008. 8. 20(수)

서울시 종로구 원서동 157-1 | 02-766-5000

 

 

 

 

Identity Reconstructed

이대형

 

2008년 장승효, 다다이스트의 유머를 즐긴다. 철 조각의 무거운 주제의식과 딱딱한 형식주의를 지양하고, 대상과 배경 사이의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시점에 하나의 시간대를 매치 시키는 지루함을 비웃는다. 어느 하나의 카타고리에 귀속하지 않으려는 저항이다. 그렇다고 그 저항의 방법이 거칠거나 난폭하지 않다. 정교하고 섬세하고 세련되었다. 퍼즐처럼 엮어낸 일상의 이미지들이 모여 만들어낸 하나의 형상. 마치 마음을 담아 준비한 천 개의 종이학처럼 여성적인 섬세함이 엿보인다. 환영과 암시, 판타지와 반전이 가득한 장승효의 이야기, 그의 연애사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필자는 이를 통해 새롭게 발견하는 자아의 문제, 정체성의 문제에 주목한다.

장승효의 조각을 바라보는 방법은 3차원 게임의 그것처럼 다양한 각도와 시점을 요구한다. 어느 시점에서는 평면이지만 그 평면들이 모여 3차원의 환영을 구사한다. 차이점이라면 장승효의 환영은 평면 이미지를 이용해 실제 물리적인 공간 안에서 만들어지는 "구조적인 환영"이라 하겠다. 이 특별한 환영은 작가가 여러 다른 공간을 경험하며 그 속에서 담아낸 오래된 기억의 단편들을 조각적 구조 위에 새로운 풍경으로 만들어 내는 기본 맑은 고딕이 된다. 또한 이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선행조건이기도 하다. 작가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다양한 이미지를 조합하고 차용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순간적인 이벤트를 반영하지 않는다. 시간을 달리한 다양한 시점이 모여서 만들어낸 구조이기에 불안정한 환경이다. 그 위에 올라서게 될 정체성 문제 역시 그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장승효 조각의 정체성 문제의 출발점은 2차원의 평면 이미지이다. 그러나 보다 과학적인 그러면서도 보다 감성적인 차원의 정체성의 개념을 구축하기 위해 작품은 3차원의 공간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미지를 수집하는 과정이 예차원의 정체성의 개념을 구축하기 위해 작품은 3차원의 공간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미지를 수집하는 과정이 예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닮았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한 여자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형상화하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묘사한다. 매우 구체적이고 개인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수집한 이미지들은 익숙한 일상의 풍경, 사건의 파편들이고, 이 익숙한 이미지들이 모여 만들어 낸 콜라주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런 연상작용을 가능케 한다. 비록 사이버틱하고 미래지향적인 형상을 취하거나 신화적인 모티브를 차용하고 있지만 그 바앝이 되는 지지대가 일상이기에 관객은 장승효의 새로운 시도를 이질감 없이 받아 들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장승효의 작품 속에는 개인적인 기억과 집단적인 연상작용이 동시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간지대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엿 본 것일까? 어떤 특정한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할 의무감에서 자유로워진 장승효는 중간지대에 남아 있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장승효의 작품에서 정체성의 문제는 그 시작점과 그 종결점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 작업 과정에서, 이미지를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그리고 작품과 관객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 형상과 방향이 모호해 진다. 그러나 그의 조각은 스스로 진화를 시도하는 독립적인 객체이며 동시에 주체이기도 하다.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이야 말로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는 점이다. 그래서 장승효는 어떠한 정해진 지점이나 깔끔한 해석을 추천하지 않는다. 대신 개인과 전체, 평면과 입체, 주제와 배경, 사진과 조각 사이의 긴장관계를 의도적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이 긴장감으로 인해 장승효의 작품은 대단한 수준의 역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 역동성은 새로운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최고의 환경이다. 장승효의 새로운 정체성의 문제는 어떠한 방향으로도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너무나 많은 다양한 시점을 경허하게 되었다. 그것도 한 작품 속에서 단 한번에.

 
 

 

 
 

vol. 20080730-장승효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