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개인展

 

-Neo 갤러리 네트웍 2008순회전-

 

잉어가용이되는 날에_162x65cm_Mixed media_2008

 

 

갤러리 소헌 & 소헌컨템포러리

 

2008. 7. 22(화) ▶ 2008. 7. 31(목)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동 223-27 갤러리 소헌 | 053-426-0621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동 220-3 소헌컨템포러리 | 053-253-0621

www.gallerysoheon.com

 

 

63개의 복숭아가 열리면_100x100cm_Acrylic on canvas_2008

 

 

민화의 현대적 변용: 이중(二重)코드화된 시 . 공간과 다중상(多重像)

 

장미진(미술평론가, 미학박사)

 

김민수는 민화를 모티브로하여 과거와 현대를 조망하는 가운데 회화의 여러 조형적 가능성을 타진해오고 있는 신진 작가이다. 그동안 작가는 여러 차례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통해 민화의 현대적 해석의 여러 가능성에 대해 탐구해왔다.

우선 그의 전체 작업의 모티브와 예술의도는 우리의 전통적인 민간 그림으로 전해져온 민화에 대한 재해석과 현대적 변용에 근거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민화는 한국인의 대중적이며 전통적인 미감과 미의식을 반영한다. 민화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신앙과 생활풍속을 투영하는 가운데 무속성, 실용성, 무명성, 해학성과 풍자성 등을 보여주며, 아울러 다양한 상징성을 드러낸다. 또한 조형적으로 살펴보면, 사물의 평면화와 단순성, 다시점(多視點), 사물의 반복성, 대칭형의 나열화된 구도, 동시성(同時性), 색채효과의 극대화 등을 통해 소박한 듯 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도 어울리는 매력을 발산한다. 이 같은 민화에 눈길을 둔 작가는 현대의 감각으로 민화를 어떻게 재해석해낼 것인가에 착안하여 다양한 작업을 전개해왔다.

 

 

복숭아 나무아래서_50x50cm_Acrylic on canvas_2008

 

 

산업화된 우리시대의 삶은 너무도 건조하고, 또한 인간적인 감성 및 형이상학적 열망이나 희구심은 점점 희박해져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화의 도상이나 색채는 우리의 감성을 새롭게 자극하고,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민족적 미의식을 환기시킨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민화의 이미지와 색채 및 그 조형적 장치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민화의 조형성과 예술성을 현대미술의 문맥 속에서 재조명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돌아보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미술어법과 민화는 서로 상충되기 보다는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상응한다. 이를테면 세계화 국제화의 팽배 속에서 오히려 각 민족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오늘날 하나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점, 인간성의 회복을 염두에 두고 동양예술과 그 정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점, 또한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대중적인 이미지나 조형어법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점 등에서 우리의 민화에 대한 재해석은 시기에 부응하는 정신적 필연성을 지닌다.

이런 관점에서 작가는 민화의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이미지 뿐 아니라 그 조형어법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재조명하고 있으며, 특히 현대의 일상적 삶의 문맥 속에 그 조형적 가치를 환원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맑은 고딕재료로는 옛날 비단이나 무명천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패널에 직접 천을 올려 수많은 공정을 거친 다음 그 위에 채색하고 이미지를 그려 올리는 식으로 작업하기도 한다. 주로 붉은 색 맑은 고딕을 선호하는데, 이는 생명에 대한 찬미와 부귀 및 벽사의 상징성을 감안한 것이며, 또한 도상의 깊이와 신비감을 드러내는 데 있어 시각적인 선명함을 묘출하는 데도 일조를 한다.

 

 

책거리이야기-찻사발_50x50cm_혼합재료_2007

 

 

이를테면, 붉은 색 맑은 고딕 위에 새겨진 목단은 부귀영화의 길상적인 의미를, 원앙 한 쌍은 부부의 신의와 금실을, 또한 책거리 그림 속의 참외와 수박은 다산(多産)을, 흰색 호랑이는 액운을 몰아내는 벽사의 의미 등을 지니고 부각된다. 가장 인간적인 염원과 소망들이 마치 부적처럼 압축된 그림들은 또 한편에서 다분히 현대적인 감각과 방법으로 구현됨으로써 그 의미가 더해진다.

예컨대 작가는 다양한 변형 캔버스를 구사하고 있으며, 이미지에 따라 일정한 공간의 틀을 넘어 입체나 설치 등으로 확대하여 감각과 감성의 확충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패널에 그린 그림들을 이미지대로 오려내어 전시바닥이나 천정, 벽면에 배치하거나 박스들 위에 그려 설치하는 등, 작가는 민화의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들의 현대 삶 속에 새롭게 환기시키고 있다. 특히 하나하나의 작품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현대 삶의 일상적 도구나 인물, 혹은 풍경들이 조선시대 전통적 삶의 풍경들과 오버랲되어 표현되고 있기도 하고, 풍자와 해학의 미의식을 반영하듯 현대 삶에 대한 비판적 메세지가 표출되기도 한다. 바로 우리 민화에서 구현되었던 다시점과 동시성 등의 원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형상화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과거와 현대라는 시간적인 간극과, 옛 공간과 오늘의 상황이라는 공간적인 간극이 회화적인 장치 속에서 하나로 용해되는 예술적 상황을 연출한다. 바로 다중상의 이미지들이 이중 코드화된 조형문법 속에 용해되어 또 다른 문맥의 메세지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있다.

 

 

책거리이야기-주전자_50x50cm_혼합재료_2007

 

 

 돌아보면 ‘전통의 현대화’라는 것이 자칫하면 소재주의에 빠지기 쉬운 함정을 안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전통적인 소재를 원용하되, 어디까지나 그 근원과 정신을 해석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번안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에는 캔버스나 박스 작업을 넘어 옛 가구 위에 그림을 그려 민화의 의의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거나, 나아가 의류 패션과도 연계하여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탈장르, 다원화시대에 다양한 ‘퓨전 스타일’로 예술을 사회화하는 일은 동시대의 한 트랜드 이면서 또한 우리의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지만, 다만 비슷한 이미지들을 반복적으로 그려가면서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앞으로 작가의식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지구력을 지니고 매진해가는 돌파력, 그리고 공간에 대한 부단한 해석과 실험정신이 맑은 고딕이 된다면, 더욱 훌륭한 작가로 커가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번 전시를 계기로 ‘민화의 현대화’에 또 한 단계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vol. 20080722-김민수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