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성 개인展

 

땅 위에는 oil on canvas 72.7ⅹ50.0cm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화랑

 

2008. 6. 26(목) ▶ 2008. 7. 30(수)

오프닝 : 2008. 6. 26(목) pm5:30

 

 

땅 위에는 oil on canvas 72.7ⅹ50.0cm

 

 

나의 작업

 

장인성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 속에 있다. 신이 창조한 자연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세월을 두고 진화 되고 도태 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하여 왔다. 태초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다를지라도 거기에는 신이 애초에 창조하면서 담아 놓은 진리가 있다.  특히 자연의 맑은 고딕을 이루고 있는 땅에는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긴 시간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풀이나 나무들을 그대로 끌어안고 키우고 있으며, 인공적이든 자연적이든 그 바깥이나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들을 묵묵히 포용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땅이 가지고 있는 진리의 일부이겠지만 이것을 나는 작품으로 나타내려 하고 있다.  

태중에 아이를 품고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새 생명을 잉태하는 희열과 고통을 느끼면서도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말은 없지만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이 출산한 생명들의 자라는 모습과 죽어가는 모습을 수없이 보아오고 그 주검을 자신의 품으로 다시 받아들이는 고통은 이루 말 할 수없이 크겠지만  말없이 그것을 감내 하는 땅의 모습에서 우리의 어머니를 본다.  땅은 인류의 여인이요, 우리의 어머니이고, 나의 연인이다.   

여인의 육체를 따라 흐르는 선과 볼륨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땅에서도 나타난다. 표면의 아름다움은 투박하지만 무거움의 미(美)를 느끼게 한다.  결코 가볍거나 얇지 않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공간 같이 가늠 할 수 없는 깊이를 갖고 있다.

 

 

땅 위에는 oil on canvas 72.7ⅹ50.0cm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항상 보아왔던 자연풍경은 나에게 익숙해져 이미 가족이나 친구 같이 가까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주로 내가 살고 있는 충청도 부근의 시골에서 소재를 찾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평평하게 펼쳐진 평야 보다는 인체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다양한 곡선이 살아 있는 자그마한 야산에 걸쳐 있는 논이나 밭이 포함된 소재를 주로 선택을 한다. 이러한 선과 면들 그리고 강약을 적절히 조화시켜 화면을 구성한다. 대부분의 구도가 수평적으로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 중간 중간에 서 있는 작은 나무들로 수직의 변화를 준다.  간혹 논 옆의 개울주변을 택하는 경우에는 수직구도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가지 않는 외진 구석에 있는 풍경을 소재로 잘 택하게 되는데, 이는 그림으로라도 표현되지 않으면 더 외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러한 소재에서 또 다른 수수함과 진솔함을 느낄 수 있다.

 

구도를 잡을 때  하늘을 일부러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앵글을 약간 낮추어 하늘보다는 땅 쪽으로 주 시선을 둔다.  따라서 하늘이 약간 들어가거나 제외되며 멀리 보이는 산도 허리가 잘리거나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땅위에 있는 조형미를 주요 표현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광범위한 풍경보다는 좁은 부분에서 소재를 찾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원경과 근경의 차이를 중요시하지 않고 하나의 화면으로 본다. 인위적인 콤포지션을 자제하며 이미 자연이 만들어 놓은 구도에서 찾는다.  논이나 밭의 둑으로 연결된 선과 면에서 조화와 균형을 적절히 보여주는 풍경을 찾아 소재로 삼아 거기에 강약을 더해 주어 지루함을 없앤다. 원경을 하나의 면으로 보고 화면에서 원경이 차지하는 면적이 적을 때는 보통 어둡게 처리 하며 반대로 원경부분이 넓을 때는 그 부분을 밝게 처리하고 근경에 어두운 강조를 많이 하게 된다.

덤불 속의 작은 나뭇가지들도 화면에 변화를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방향으로 자라나 복잡한 것 같지만 자연의 어느 규칙 속에 얽히고 뻗어 있는 선의 아름다움이 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이지만 길고 짧음, 굵고 가는 강약도 갖고 있다. 덤불을 이루는 이런 나뭇가지는 전체 화면에서 보면 또 하나의 강한 면을 이루게 된다. 변화 없는 평평한 면을 이루는 넓은 밭에서 길게 뻗어 있는 밭고랑 또한 넓은 면에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규칙과 불규칙을 병행하여  강하게 또는 약하게 표현하여 전체의 균형을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밭고랑을 나타낸다.  

 

 

땅 위에는 oil on canvas 72.7ⅹ50.0cm

 

 

땅에서 느끼는  우리의 어머니 같은 여인의 느낌을 나타내기 위하여 이러한 구도의 화면에 색감을 가능한 자제하여 물감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중간색을 많이 사용하게 되며 전체적으로 모노톤에 가까운 느낌을 나타나게 된다.  갈색조와 흰색조, 보라색 계열의 색조가 주조색을 이룬다. 갈색조에 중간 중간에 보라색이 섞여 보색대비를 줌으로써 지루할 수 있는 색조에 변화를 준다. 이러한 보색대비도 눈에 크게 띄지 않게 함으로써 화려해 질 수 있는 분위기를 피하여 은근하고 무거우면서 땅속으로의 깊이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색감만 가지고는 땅의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색층을 여러겹으로 나타내 보임으로써 두터움을 더한다. 메디움이나 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두터움을 보이기보다는 나이프를 이용하여 색을 얇게 바르고 어느 정도 건조된 위에 같은 계열의 비슷한 색을 덧칠하는 작업을 반복하여 여러 색이 우러나도록 한다. 붓도 병행하여 사용하지만 정리단계에서 주로 사용한다. 나이프로 물감을 칠할 때는 문질러 바르기도 하고 다시 긁어내기도 하며, 겹쳐 칠하는 단계에서는 표면에 살짝 묻혀 나가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맑은 고딕색위에 묻는 부분과 묻지 않는 부분 이 생기게 되며 이런 방법을 반복하면 한 면에 여러 색이 나타나 보이게 된다. 이렇게 하여 물감의 실제 두께는 얇지만 퇴적층의 두터움을 나타낸다. 투박하면서도 부드러운  표면뿐 아니라 그 속의 무한한 포용력과 무거움, 깊이감을 표현하려 한다.

 

우리교육의 특성상 어려서부터 동양의 묵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대신 서구의 물감으로  그림을 배우게 되었으며 서구의 그림을 주로 감상하며 자라왔다.  그러나 나의 삶 주변에서 느껴온 한국의 토속적인 정감은 서구의 그림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다. 한국에도 유화물감의 역사가 서양과 같았다면 오늘날에 와서 우리의 그림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서구의 재료를 가지고 우리의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땅 위에는 oil on canvas 72.7ⅹ50.0cm

 

 

 

 
 

장인성

경기대 조형대학원 졸업(서양화 전공) | 개인전12회(서울,대전,천안,뉴욕) |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및 입선 | 개관22주년기념 전국작가250인 초대전(현대갤러리,대전) | 개관초대전(갤러리 오픈스페이스.대전) | 하눅의 자연 빛의인상전 | 개관9주년 기념초대전(타임월드갤러리대전) | Art in Ansan-서해벨트전 초대(안산문화예술의 전당) | 한국구상대전(예술의 전당,서울) | 월간미술세계초대 KOAS전(인사아트센터) | 현재:한국미협,상형전,창형전,시형회 회원,충남미술대전 초대작가및 운영위원,성모피부과 원장

 
 

vol. 20080626-장인성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