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은규 사진  展

 

-존재하는 꿈-청학-

 

 

 

교도통신 갤러리워크

(시오도매 미디어타워 내)

2008. 5. 3(토) ▶ 2008. 6. 1(일)

https://www.shiodomemediatower.jp

 

 

바쿠로조

2008. 5. 7(수) ▶ 2008. 5. 17(토)

https://www.art-eat.com

 

 

오오쿠라야마(大倉山) 기념관

2008. 5. 20(화) ▶ 2008. 5. 26(월)

https://o-kurayama.jp

 

 

 

 

2008년5월 도쿄에서 한 달 동안 세 군데에서 연속전시  

 

  사진가 류은규가 27년 동안 찍어온 청학동을 테마로 한 대규모 전시를 작년 오사카 전시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갖는다. [청학-존재하는 꿈] 이라는 제목으로 2008년 5월 한 달 동안 모두 세 군데에서 열리는 전시는 전시장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소재로 청학동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

  이 전시를 기획한 기무라 가츠아키씨 (1950년생)는 화가, 설치미술가로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는 미술가다. 기무라씨는 평소부터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 스스로 한일미술교류전을 여러 번 기획한 경력도 있다. 작년에 오사카에서 있었던 류은규의 청학동 사진전을 본 기무라씨가 꼭 도쿄에서도 사진전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하고, 주변 사람들을 모아 [청학-존재하는 꿈 사진전을 개최하는 실행위원회]를 결성. 작년 여름부터 홍보를 시작하면서 이미 50여명에 달하는 위원들을 구성하여 전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왔다.    

  세 군데에서 열리는 이번 류은규 사진전은 기무라씨를 비롯한 회원들의 열의로 모든 준비가 진행된다. 주로 미술가, 사진가, 작가, 출판관계자들로 구성된 회원들은 이 모임을 새로운 만남의 자리로 즐기면서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다.  

  청학동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화한 웃음에 흠뻑 빠졌다고 말하는 기무라씨는 전시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그런 전시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이 행사는 재단법인 아사히신문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았고, 대규모출판사 고단샤(講談社)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진행된다.

 

[청학동에 관한 작가노트]

 

  청학동은 지리산 깊숙이 해발 850미터쯤에 위치한 마을이다. 청학동이라는 지명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지금부터 1000여 년 전인 신라시대이며, 그 후에 여러 문헌에서 청학동이라는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신선이 푸른 학을 타고 다니는 지상의 낙원, 세속의 어떤 혼란과도 무관하며, 이곳에서 살면 무병장수하고 죽어서는 신선이 된다는 전설의 마을이다. 그러나 청학동이 어디인지에 대한 기록은 명확하지 않아 지금의 청학동이 전설에 등장하는 그곳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 마을은 일제시기 나무를 벌초하는 목재공출기지로서 사람들이 모여 살다가, 6.25때 빨치산이 산다는 이유로 공비숙청을 당해 마을이 소멸되었다. 그 후 1960년대 초, 옛날 전통을 지키고 세속의 문명을 거부하는 ‘유불선합일갱정유도’ 신도들이 세상 사람의 눈을 피해 이곳에서 살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이 사람들이 지금의 청학동 주민들이다.

  그러다가 이곳에 사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1970년대 마을 주민들이 이 지역을 관할하는 경상도 하동군청에 마을 이름을 ‘청학동’이라고 제출하면서 청학동이라는 지명은 정식으로 이 마을의 것이 되었다.

  내가 청학동을 찍기 시작한지 올해로 27년째다. 그러나 나는 기록사진을 찍겠다는 마음으로 그 동안 청학동을 찍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끌리는 것이 거기에 있기에 나는 청학동을 끊임없이 다녔던 것이고, 그때그때 내 마음에 끌리는 것만 촬영을 했다. 여기에 정리한 작품은 나의 종착점이 아니다. 카메라를 들고 움직일 수 있는 한 나는 앞으로도 청학동을 찍을 생각이다.

  세상에는 지금 청학동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선들이 사는 도인촌 이라고 듣고 찾아왔는데 으리으리한 기와집에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청학동인을 보고 실망했다 등, 다른 농촌과 다름이 없다 등등.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일시적인 향수로 이곳에 와서 청학동 사람한테만 불편한 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난 30~40년을 뒤돌아봐서 우리 주변에 변하지 않았던 것이 도대체 얼마나 있을까? 공동화장실, 연탄보일러,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부뚜막에 불을 피우며 큰 솥으로 짓는 밥……. 서울에서 태어난 나만 해도 그 동안 생활해오면서 얼마나 큰 변화를 겪어 왔는지 모른다. 우리 주변 환경 중 변하지 않았던 것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변하고자 하는 것들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변해가는 것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쉽다. 그러나 청학동에는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생활양식은 변해도 그들에게는 변하지 않는 신념 즉 꿈이 있기에 청학동이 존재한다.

  변하지 않은 것이 또 하나 있다. 청학동을 찍는 나의 시선이다. 그 동안 나의 생활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내가 청학동 사람들에게로 렌즈를 돌릴 때의 마음은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당시 여덟 살짜리 코 흘리게 꼬마가 지금은 아이가 셋이 있는 서른다섯 살의 중년이 되었다. 나도 그들과 함께 같이 늙어 간다.

  젊을 때는 내 스스로 전혀 인식을 못한 부분인데 시간의 무게가 쌓이면 쌓일수록 내가 찍은 청학동 사진이 빛을 발휘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에게 사진이라는 매체가 있기에 이런 기록이 남았다.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을 보는 분들도 같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사진가 류은규

 
 

 

 
 

vol. 20080503-류은규 사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