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형민 개인展

 

- 도시에 날개를 달다  -

 

Wings of desire 부분

 

 

대안공간 미끌

 

2007. 8. 10(금) ▶ 2007. 8. 24(금)

작가와의 대화 : 2007. 8.18 (토) 오후 3:00

서울 마포구 합정동 360-17 우남B/D 2F | 02_325_6504

 

https://www.miccle.com

 

 

전면, Wings of desire, 200×640㎝, 한지에 토분 채색, 2007

 

 

"차 안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자주 꿈을 꿔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한밤중에 도시의 불을 모두 꺼버리는 그런 꿈을……" 소설가 윤대녕의 2004년 장편소설 「누가 걸어간다」속의 한 장면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가녀린 촛불을 훅 꺼버리듯이 도시의 불빛을 모조리 한 순간에 꺼트릴 수 있다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도시의 시계를 멈추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빛과 하늘과 대지와 짐승, 인간을 단 육일 만에 창조해내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 신의 창조에 비한다면, 도시의 명멸과 개척을 반복해온 인류의 역사는 지리멸렬할 만큼 길고 장황하였다. 그러나 세계의 절반의 인구가 살아가는 이 ‘도시’라는 터전 속에서 인간의 이상은 아직 그 끝을 모르고 쉼 없이 내달리고 있다. 이 도시의 욕망과 환희, 그 뒤안길에 엄습하는 고독감.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는 우리는 21세기의 도시민이다. 이 땅에서 이룩한 인류의 모든 상상과 그 실현과 축적이 도시를 생성하고 발전시켜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것은 빛을 생성하고 광활한 궁창과 대지를 건설하며 ‘참 보시기 좋았던’ 신의 감상이 무색하리만큼 거대하고 복잡하고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노동이 도시의 지표로 기록, 생성되는 동안 우리 도시민의 삶은 이제 ‘윤택’과 ‘풍요’ 그 이상을 꿈꾸고 욕망한다.

 

 

Wings of desire - Porsche/Jaguar, 각각 50×70㎝,  한지에 토분 채색, 2007

 

 

'와유(臥遊)' 라는 말이 있다. 옛 선인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못해 산에 오르지 못할 때는 유람록이나 산수화를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누워서 즐긴다’는 뜻의 와유(臥遊)라는 말이다. 작가 나형민은 선명한 푸른 빛의 하늘과 그 하늘 위에 비현실적으로 떠올라 있는 도시 풍경을 마치 누렇게 빛 바랜 UFO의 기록사진처럼 모호하게 담아낸다. 작가에 따르면 이는 특히 매스미디어에 의해서 가공되어 들어나는 현대사회의 기호와 이미지들이 도시에 욕망의 날개를 달아주어 유토피아와 같이 이상화된 모습으로 현실과 괴리된 채 부유(浮游)하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특히 한지에 푸른 아크릴 물감과 토분을 이용하여 현대의 도시풍경을 담아냄으로써 관념적인 동양의 산수화와 그 맥을 함께 하면서도, 이상화된 옛 산수화와는 사뭇 다른 시각으로 이 시대의 도시를 먹먹하고 담백하게 기록하고 있다. 화려함과 적막함이 공존하는 도시민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의 상상은 잠시간의 안식을 가져다 줄 뿐, 결국 도시에서의 삶을 새롭게 각성하고 이 터전에서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한 현실이다.

 

 

Somewhere to stay,  90×64㎝,  한지에 토분 채색, 2007

 

 

엇갈린 풍경 70×100㎝ 한지에 토분 채색 2007

 

 

좁은 방 한 켠에 누워 산수화를 바라보며 와유(臥遊)하던 옛 선인들 앞에 동양화를 전공한 21세기의 현대 미술 작가가 그려낸 이 시대의 도시풍경을 보여준다면 어떤 생각을 불러일으킬까? 도시의 일상이 제공하는 반복되는 욕망의 굴레와 끝없는 ‘시간 죽이기’의 권태로움 속에서 우리는 종종 어디론가 실종하고 싶지만, 도시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인 현대인에게 도시라는 삶의 터전은 그 자체로 욕망의 근원지이자 낙원에 다름 없다. 우리는 나형민의 작품 속에서 두려우리만큼 생생하고 선명한 톤으로 빛나는 청명한 하늘 위로 펼쳐진 빛 바랜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물질적 욕망으로 충만한 도시민의 삶을 한 번쯤 환기하고,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유희원

 

 

 

 

 

 

작가노트

한국의 도시화율(都市化率)은 2005년 기준으로 80.8%, 80년의 56.9%에 비해 23.9%가 올라갔다. 도시화율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의 비율이 얼마인가를 파악하는 지표로서 오늘날에는 10명 중 8, 9명은 도시인(都市人)이라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도시화로 인한 환경, 주거, 교통 등등의 수많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도시민화(都市民化)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소비사회로 규정되는 현대사회에서 문화상품의 가치는 상징적 기호와 이미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한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의 언급과 같이 도시의 이미지가 인간의 욕구와 욕망을 채워주는 상징적 기호와 이미지로서 포장되어 이상화(理想化)된 연유일 것이다. 실례로 값싸고 실용적인 상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명품을 선망하고,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지역을 선호하는 것은 명품과 명소(일명 버블세븐지역)에 담겨진 사회적 권위와 위세를 더욱 동경하기 때문이다. 즉, 현대인은 사물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둘러싼 사회적 이미지, 즉 기호를 소비함으로써 도시의 가치가 '효용가치'가 아닌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교환가치'로서 결정 지워진다. 특히 매스미디어에 의해서 가공되어 들어나는 기호와 이미지들은 도시에 날개를 달아주어 유토피아와 같이 이상화된 모습으로 현실과 괴리된 채 부유(浮游)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도시 이미지는 산수화(山水畵)의 관념화, 이상화와는 달리, 리얼리티 자체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잘 구성됨으로써 실제적인 도시를 대체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도시는 보다 더 현실적인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 - 과잉현실)’이자, 존재하지 않는 현실의 '시뮬라크라(simulacra - 인공현실)’로서 현대인들의 ‘욕망의 날개’가 된다.

 

 

 

 

 

 

 

 

 
 

나형민

개인전

2004 1회 개인전(공화랑 기획초대) | 2006 2회 개인전 ‘WHERE IS WHERE?’ (갤러리 가이아 기획초대)

단체전 및 공모전

2006 제5회 Cutting Edge (가나아트센터) | 제 6회 송은미술대상전(인사아트센터) | Simulation; 실경 혹은 가경 (서울대 우석홀) | 동양화 새천년전 한국화희 힘 (예술의 전당) | Better Together 청년작가국제교류전 (갤러리 가이아) | 2006 아트서울전 (예술의 전당) | 동양화의 이해 (EBS space) | 2005 Key프로젝트 Shift+Insert+Delete (조흥갤러리) | 진선갤러리 윈도우전 ‘One Fine Day’ (진선갤러리) | 제 5회 송은미술대상전 (예술의 전당) | 연속과 단절전 (갤러리 한) | 동양화 새천년전 ? 한국화 VISION 2005 (예술의 전당) | 2004 2004 우수청년작가전 (갤러리 가이아) | 2003 일상을 거닐다. 꿈을 만나다 (관악문화관 전시실) | 2002 2002 BOUNCE 전 (갤러리 창) | 석사학위 청구전 (서울대학교 박물관) | 2001 전통과 새로운 조형의식 동양화 60인전 (백송화랑) | 마음과 그림전 ? 사군자, 문인화 (종로갤러리) | KOREA ART in JAPAN, The Identity of Young Artists (중화갤러리, 일본) | 제 23회 중앙미술대전 (호암갤러리) | 2000 동아미술제 (국립현대미술관) | 한국화 ? 새로운 형상과 정신전 (덕원갤러리) | 오공일공육전 (서울대학교 문화관) | 제 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2부 구상계열 (국립현대미술관) | 1999 한국화 ? 새로운 형상과 정신전 (덕원갤러리) | 99MBC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 | 오공일공육전 (서울대학교 문화관) | 제 1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2부 구상계열 (국립현대미술관)

 
 

vol. 20070810-나형민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