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현 개인展

 

-  LOGOTYPE -

 

low-문자도 말보로, 130 x 190cm, 지본수묵채색,2006

 

 

두 아트 갤러리

 

2007. 4. 4(수) ▶ 2007. 4. 22(일)

오프닝 : 2007. 4. 4(수) 오후 6시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 02_738_2522

 

www.doart.co.kr

 

 

low-문자도 스타벅스, 130 x 160cm, 지본수묵채색, 2007

 

 

손동현(b.1980)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영웅재임수본두선생상(英雄在任水本斗先生像)>을 갤러리 꽃에서 선보이고 아트스페이스 휴에서의 개인전 <<파압아익혼(波狎芽益混)>>를 연 이후부터이다.

위 전시들을 시작으로 작가는 헐리우드 영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 예를 들면 배트맨, 로보캅, 벅스 버니, 골룸의 초상화 시리즈를 발표하였다. 이들 캐릭터들은 누런 장지 위에 동양화 물감 재료로 그려진다. 여기에 더해 캐릭터의 이름과 직함을 한자음을 음차하여 지은 제목을 붉은 낙관과 함께 붙여두어 더욱 그럴듯한 초상화가 완성되었다. 언뜻 보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초상화에서 뜻밖에도 우리는 현대적 캐릭터들과 만난다.

 

전통과 현대의 감수성의 결합을 생각하면서 작가가 가장 먼저 생각해낸 화두는 ‘김홍도(金弘道)가 현대가 온다면 무엇을 그렸을까’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우리가 현재 거닐고 있는 동두천 거리가 김홍도의 풍속화에, 우리가 숭배하는 TV스타들이 고관대작들의 초상화에, 의인화된 동물들이 한가로이 동양화 산수 배경 앞에 멀쩡하게 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low-문자도 아디다스, 130 x 160cm,지본수묵채색,2006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점령하고 있는 유명브랜드의 로고, 나이키, 아디다스, 버거킹, 스타벅스 등등 한결같이 예쁘고 탐나는 문자로 도안된 로고타입을 전통적인 민화의 한 갈래였던 문자도(文字圖)의 형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무릇 문자도란 문자 자체를 즉물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텍스트와 그림을 결합하여 문자 자체가 갖고 있는 형태와 의미의 모두를 살린다. 그래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충(忠)’이라는 문자에는 ‘충’과 관련한 고사성어나 상징들이 등장하여 ‘충’이라는 문자가 담고 있는 내용을 글자 스스로가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오래 전 ‘충’, ‘효(孝)’와 같은 문자들이 등장하던 문자도는 당시 중요한 사회의 덕목으로서 ‘충’이나 ‘효’가 기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손동현의 문자도는 아. 디. 다. 스. 이 4개의 문자 로고 타입이라는 방식으로 보여주면서 상품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매끈하게 이어주고 있다. 로고로 탈바꿈한 각종 문자는 그 문자가 가지고 있던 이전의 함축적인 의미와 더불어 소비재의 이미지를 받기도 하고 도로 돌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전 시대에 ‘충’이나 ‘효’가 담당했던 자리를 소비가 덕목인 시대에서 오히려 소비를 촉진하는 각종 브랜드 네임이 차지하게 되었다는 시대상을 넌지시 암시하기도 한다.

 

 

low-영모도,2006,93X52cm,지본수묵채색

 

 

전통적 동양화의 형식과 작가 본인이 향유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생활 일면과의 절묘한 결합을 꾀하는 젊은 작가 손동현의 한발 진척된 모습을 오는 4월 4일부터 두아트 갤러리에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전통과 현대의 감수성의 결합을 생각하면서

작가가 생각해낸 화두는

‘김홍도가 현대가 온다면 무엇을 그렸을까’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이태원 거리가 풍속화에

TV스타들이 초상화에

의인화된 동물들이 동양화에

멀쩡하게 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low-영웅수파만선생상,190 x 130cm,지본수묵채색, 2007

 

 

1

거리를 걷는다.

토익, 토플 교재가 지하철 안의 어린 학생들 옆구리에 자리하고, 집어든 신문의 1면은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장식하고 있다. 번화가의 골목마다 자리 잡은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사람들로 붐비고,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경쟁적으로 신 메뉴 출시 포스터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모두가 짐짓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는 풍경들.자꾸 눈에 거슬리지만, 그것들에 관해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경우 우습고, 그래서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왜? 어떻게?’라는 물음이 생겨나지만, 일단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진다.

 

 

low-영웅울배린선생상,2006,190X130cm,지본수묵채색

 

 

2.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따라간 맥도날드 1호점에서 받은 빨강 노랑 풍선들,

주말 오전에 AFKN채널에서 뛰놀던 벅스 버니와 친구들은 참 행복했다.

그리고 그 어떤 나라로 떠났던 친척들이 보내왔던 배트맨 액션 피겨, 레고 블록 세트들은 언제나 경이롭기만 했다. ‘전격 제트 작전’,‘A특공대’, 그리고 ‘에어 울프’. 학교숙제를 그 방영시간 전에 필사적으로 끝내게 만든 추억의 티비 프로그램들. 나의 감성이 형성된 어린 시절의 기억들.

나는 내가 어떤 요소를 선택하기 이전에, 그 요소들 안에 던져진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억울하거나 슬프기 보다 일단 흥미롭다.

내가 숭배/추앙하거나 소유/소비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왜?’ 그것들이 되어왔는지. 나를 돌아보게 된다.

 

3.

화판 앞에 선다.  

국적으로는 한국인이며, 지정학적으로는 남한의 수도 서울에 존재하는 나는

전통 한국화의 종이와 붓 앞에 서서 내 눈에 비친 거리의 풍경들을 내 경험과 감성으로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내 눈앞에 펼쳐진 우리 시대의 ‘진경’을.

어쩌면 나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 그림들을,

 

 

 

 
 

손동현

200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서울

개인전

2007    Logotype, doART Gallery, 서울 | 2006    파압아익혼(波狎芽益混), 아트스페이스 휴, 서울

그룹전

2007    Art Lan Asia, JA-IM, 요코하마 | 175 갤러리, 서울 | 오픈 스튜디오, 쌈지스페이스, 서울 | 2006    Living Furniture, 바다미술제, 부산 비엔날레, 부산  |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 카이스 갤러리, 서울 | Who are You, 금호미술관, 서울 | 즐거운 미술여행,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 Behind the Image, 카이스 갤러리, 서울 | Robot, 인사아트센터, 서울 | 2005    아트툰/툰아트, 가일미술관, 가평 | Robots are Coming, 국립중앙과학관 특별전시실, 대전 | Funny Funny IV, 갤러리 세줄, 서울 | 미/끼, 갤러리 꽃, 서울

 
 

vol.20070404-손동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