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메일 - 이주희 개인展 - 20070222
 

 
 

 

 

이주희 개인展

 

- 세상에 말걸기 Talking to the World -

 

Lee JuHee, installation view, Mixed media, 2007

 

 

브레인 펙토리

 

2007. 2. 22(목) ▶ 2007. 3. 11(일)

110-040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 1-6 | 02_725_9520

 

www.brainfactory.org

 

 

Lee JuHee, installation view, Mixed media, 2007

 

 

세상에 대한 이주희식 말걸기

 

방안에서 하루종일 거울 놀이를 하던 이상의 주인공이 떠오른다. 게으른 듯 무심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건과 공간들에 말을 던지고 몇 가지 간단한 조작으로 그것을 형상화하는 이주희의 작업방식은 그의 말대로 세상에 “툭툭 던져 놓듯이” 말을 건네는 방식이고 최소한의 개입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는 방법이다.

방안의 공간을 시계바늘처럼 360도로 회전하며 촬영한 화면이나, 작업하다 남은 물건들 또는 일상의 쓰레기들을 카메라로 줌인 줌아웃을 반복하는 행위, 창문에 색안경 알을 붙여 선글라스를 씌워 주는 행위, 숟가락을 포개놓고 부분적인 채색으로 대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실험하는 행위 등, 그의 작업은 쉽고 단순하여 아이들의 장난처럼 유쾌하지만, 그것을 통한 다시보기는 매우 기본적이고 원론적이라 우리가 지금 거하고 있는 이 시간과 이 공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제스처는 아주 최소한의 것이지만, 그것을 통한 다시보기는 지극히 색다른 인식과 체험이다.

 

 

Lee JuHee, installation view, Mixed media, part of work2, 2007

 

 

브레인 팩토리의 전시장에는 작은 색점의 선으로 분리된 공간 분할 작업이 우리를 맞는다. 한쪽 구석에는 색스티커와 색실 등 이번 개인전 작업에 사용된 재료들을 모아놓은 피사체를 올려놓은 작은 선반이 있고 안쪽 벽에는 그것을 소형카메라로 포착한 화면이 실시간으로 투사된다. 눈을 돌려 다른 쪽 벽을 보면 허공을 가르는 색실이 전시장 공간을 의외의 면으로 분할하고 있다.

 

 

 Lee JuHee, installation view, Mixed media, 2007

 

 

그의 작업은 천장에 보가 지나가고 작은 턱이 있는 브레인 팩토리의 공간을 마치 케익을 자르듯 분할해 보겠다는 장난스런 발상에서 시작된다. 슬쩍 비껴간 그의 공간 제안으로 우리는 흘려보았던 공간을 유심히 다시 보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라고 흰색 페인트칠로 잘 숨겨두었던 창고로 향하는 문도 구태여 예쁜 색실로 포장하여 보여준다. 알록달록 사람의 눈을 끌기 위해 형광색을 비롯하여 갖가지 색상으로 제작해 판매되는 작은 원형 스티커들은 그가 지시한 선을 따라 일제히 몰려가며 브레인 팩토리의 공간을 분할하는 넓은 선이 된다. 그는 이 공간은 이렇게 생겼다고 알려준다. 버려진 물건들, 너무 평범하여 흘려본 물건들에 그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 물건이 이렇게 보인다고 우리의 등을 끌어당긴다.

 

 

Lee JuHee, installation view, Mixed media, 2007

 

 

 Lee JuHee, 2 x spoon, acrylic, 2004

 

 

Lee JuHee, installation view, Lenses of sunglass, window, 2005

 

 

전시장에 초대된 관람객들은 잠시나마 그가 보고 그가 인식한 공간 속에 머무르며 그가 제안하는 방식대로 세상을 보게 된다. 그가 다시 보게 만드는 것들은 우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것,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다. 그런 사소한 것들을 자세히 다시 보라고 요구하는 그의 작업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 선험적인 시공간의 인식 방식에 대한 유쾌하고 진지한 비틀기 작업이다. 그가 보여주는 대로 세상을 다시 보면서 우리는 실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정한 공간을 체험하고 수용하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개념적 간극들을 매우 직접적이고 명료하게 재인식하게 된다. 지금 내가 위치한 시간과 공간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의 진지한 실험 리포트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그가 다시 지켜본다. 그가 보여준 것을 보고 있는 우리는 다시 그의 관찰 대상이 되는 것이다.  

권영진 | 미술사

   

 

 
 

■ 이주희

1991-1995 수원대학교 조소과 | 1997-1998 뉘른베르크 조형예술학교 공공예술과 | (Akademie fur bildende Kunste in Nurnberg, Bildhauer, Offentliche Raum) | 1999-2004 함부르크 조형예술학교 예술과 | (Hochschule fur bildende Kunste in Hamburg, Kunst)

 
 

vol.20070322-이주희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