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이해균 개인展

 

-수미산 너머 그리운 잔지바르-

"이해균의 세계여행스케치집 발간기념 전시"

 

 바오밥나무

 

 

서울 강남 교보문고

 

2006. 11. 16(목) ▶ 2006. 11.30(목)

서울시 서초구 서초4동 1303-22 교보타워 지하 1,2층 | 1544-1900

 

 

수원미술전시관

 

2006. 12. 5(화) ▶ 2006. 12. 11(월)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409-2 | 031-228-3647

 

 

 왓씨앙통상사원의  삶의 나무 모자이크

 

 

1.

오랜 세월 서전(書典)을 탐하였다. 그곳의 독성 있는 글들은 도수 높은 술처럼 나를 단번에 취하게 하였다. 미치도록 독한 그 자극에 반항하여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나는 그만 글을 쓰고 말았다. 삶에 실패한 자들의 유언이나 듣고 살수도 없고,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살아가야 하는 미련한 인생을 방치할 수 없어 떠나던 여행길이었다. 마음 다스리기에 가장 좋은 3대 요소가 독서, 여행, 대화라고 했던가. 나의 여행도 여생에 대한 성찰과 관조가 필요했다.후회는 도전의 침전물이요 꿈의 불순물이다. 한유로운 풍경과 사색이 있는 길의 유혹에 더욱 헤프게 빠져보고 싶다. 출구는 또 다른 곳에 이르는 입구이다. 나의 원천예술(?)을 확장시켜줄 끝이 없는 시작의 입구로 갈 것이다. 음주운전자처럼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내게 늘 명료한 이정표가 되어준 M, 그리고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그립고도 고마운 사랑의 인사를 전한다.

2006년 여름  생의 잡초 밭에서

 

 

수미산을 바라보며

 

 

2.

후기中에서-

우주의 중심 수미산의 밤하늘에, 혼을 빼앗는 은싸라기 같은 별빛을 보았다. 코끝아린 영롱한 천체의 유희는 혼탁한 내 삶의 정화였다. 영혼까지 외로운 라오스 산중의 몽롱한 운무. 진정한 여유의 미학을 일깨워준 내 생의 며칠 잔지바르 해변의 추억. 모든 것이 그리운 과거가 되었다. 여생의 시작인 오늘도 목마른 미지에 탐닉해 보지만, 불안하게 지탱해 가는 나의 겸허한 자유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숨어있는 뒷날이 궁금해진다.무단 차용한 타인의 시들은 표현에 게으른 내 마음을 대변할 가장 효율적인 빌미였으므로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서투른 나의 여회에 인내란 관용을 베푸시길. 솔직히 나는 지금의 심정조차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보습제 같이 촉촉한 시 한편을 그대에게 옮길 수 밖에 없다. 그대여, 이 별에 초록빛 사랑이 있다니, 쓸쓸한 삶이라도 다시 떠날 때의 감사를 잊지 말고 살자구요.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기적 아녀

― 황지우 「발작」

 

 

씨앙쿠엔 사원에서

 

 

3.

삶이 엉키기만 하고 이문 남는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 아주 먼 오지로 탈출한다. 그곳에서 맛 본 사향같이 쓴 고독의 약효로, 세상사와 싸우는 데 얼마간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직립 보행이 불가능 할 때 까지 나의 먼 탈주는 계속되겠지만, 삶의 방식을 이모작 하거나 형질 변경할 생각은 없다. 다만 여행지의 단상을 담고 가지치기 할 때와, 고혹적인 풍경을 스케치 할 때가 공짜로 취득한 행복처럼 즐거웠다. 내 감정의 표면은 인화성 물질 같은 유전자로 위장돼 있지만, 살찐 감성의 경작지는 차갑고도 비옥하다. 내 안의 정신세계가 한층 표독해 지고, 손끝이 더욱 예민해지길 갈망한다. 비수처럼, 전율처럼, 여름날 휘몰아치는 뇌우처럼.

 

 

 왓 씨앙통

 

 

4. '풍부하고 풋풋한 여정의 일상'

초고를 받아 놓긴 했는데 걱정이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기행문을 읽으며 스케치도 보면서 나중에는 아껴 읽게 되었다. 이해균은 경기도 수원에서만 27년째 살고 있고 경기일보에 기행문과 스케치를 연재했다고 한다. 경기도에 살면서도 이런 화가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게 미안했다. 간청을 물리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온 세상 구석구석 여행을 하고 기행문을 써서 책을 낸다고 하지만 같은 공간도 보는 사람에 따라 정말 다르다. 화가 이해균이 그린 여행스케치도 좋았고, 마치 여정에서 만나는 찻집의 휴식처럼 끼워 넣은 시들도 신선하고 적절하여 보기 좋았다. 억지로 끼워 놓은 것이 아니라 화가의 마음 속에 저장 되어 있는 시적 감성을 하나씩 하나씩 뽑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가보지 않은 곳의 구석구석, 가본 곳이라도 화가의 눈으로 그 풍광의 빛깔을 발견해 보여주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음식, 빨래의 이야기가 일상을 살아보듯 생생했다. 지나친 고행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다 깨달은 듯 도사연하지 않아 믿음이 갔고 풋풋함이 전해왔다.

“당신의 일부가 불가사의한 풍경 앞에 난해한 오후의 햇빛 앞에 바보 같이 멍청하게 일어날 줄 모르고”

티벳의 라사를 기행하며 이성복의 이런 시를 떠올린 화가의 감성은 충분히 문학적이다.               

-박완서(소설가)

 

 

청장공로에서

 

 

5. 이해균의 ‘세계여행 스케치’

삶에 대한 성찰과 관조로서의 여행은 이 작가에게 쓰기와 그리기라는, 업보 같은 것을 동행하면서 이루어진다. 끊임없이 자신의 일상에 의문을 던지고 늘상 이런 식의 삶이 아닌 다른 식의 현실을 꿈꾸는 그에게 여행과 독서, 쓰기와 그리기는 자신을 경계선에 놓는 일인 듯하다. 중국 시안으로부터 둔황을 거쳐 티베트와 네팔, 인도차이나반도 그리고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오지의 여정에 동참하다보면 문득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글과 뜨거운 스케치에 마냥 빠져든다. 적지 않은 화가와 문인들이 이 여정에 관한 기록들을 남겼지만 새삼 그의 여행기는 절박하고 아프다. 특히 여행지의 모든 것을 담은 스케치는 격렬하고 뜨거워 그가 겪어낸 여행의 한 순간으로 우리들 시선을 고정시킨다. 다소 고통스럽고 힘든 여행지의 단상을 빼곡히 담고 가지치기를 하고, 고혹적인 풍경을 스케치할 때 비로소 그는 진정 행복해 보였다. 하여 자신의 정신세계가 더욱 표독해지고 손끝이 더욱 예민해지기를 갈망하는 그에게 여행이란 일종의 구원이자 자신이 온 몸과 의식을 뾰족하게 갈아 연필 끝처럼 만들어 가는 일임을 새삼 알 것 같다.

-박영택(미술평론, 경기대미술학부 교수)

 

 

 잔지바르

 

 

 

 
 

■ 이해균

개인전 제1회갤러리 그림시 1997 / 제2회 경기도 문화의 전당 2000 / 제3회 경기도 문화의 전당 2001 / 제4회 경기도 문화의 전당 2002 / 제5회 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 2002 / 제6회 수원미술전시관 2005/ 제7회 개인전 2006, 강남교보문고, 수원미술전시관

 

단체전

이영미술관 개관기념 초대전 2001 / 풍경회화의 모색전(환원미술관) 2002 / 화성아트페어 2회(경기 문화의 전당) 2001, 2002 / 전국 누드크로키 공개전(단원미술관) 2001 / 남한강 드로잉전(갤러리 LIZ) 2003 / 민족미술 수원전-오늘의 삶(수원미술 전시관) 2003, 2005 / 경기방문의 해 기념 특별전 가고픈京畿 秘境(경기도 박물관, 제비울 미술관) 2005/경기중견작가 초대전, 2006 ,오산시청

현 : 경기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협회원, 경기구상작가회원

E-mail:leehg102@hanmail.net

 
 

vol.20061108-이해균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