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tch 展

 

 

 

충무갤러리

 

2006. 6. 15(목) ▶ 2006. 7. 23(금)

서울특별시 중구 흥인동 131번지 | 02-2230-6629

(재)중구문화재단 www.cmah.or.kr

초대작가 : 이정희 이재원 권  혁 차소림 이정희 신동원 정지현 김태희 (이상 8명)

주최 : 충무아트홀 | 협찬 : (주)부라더상사

 

 

 

 

■ 전시내용 및 기획의도

현대미술 속 바늘땀, 그리고 메시지

충무갤러리기획-Stitch 전은 실과 바늘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이미지를 만드는 8명의 여성작가가 참여한다. 천에 수를 놓거나 옷감에 이어붙이는 바느질 작업의 일반적인 범위에서 벗어나 흙이나 비닐, 종이, 캔버스에 수없이 반복되는 바늘땀을 이용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표현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자신만의 시간과 세계를 만들기에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했던 옛 여인들은 밤이면 어두운 불빛아래서 바느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그래서 한 땀 한 땀 표면에 드러나는 바느질의 아름다움 이면에는 내재된 개인의 생활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박한 규방문화에서 발전 된 바느질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작가들에게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작업매체로 사용하고 있을까?  

현대미술의 이성적 재료와는 다르게 바늘과 실의 조화는 단순하지만 감성적이다. 전통적인 바느질의 기법과는 다른 차원의 감각을 통해, 8명의 작가는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늘 끝에 담아 ‘소통’의 고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8인의 여성작가, 바느질 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매체는 미술표현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렇지만 미술이라는 장르에 내제된 수공예적 아름다움에는 예술가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노동과 시간이 담겨있기에 시대와 매체를 초월하는 가치를 갖게 된다.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8명의 작가는 아름다운 노동 즉, 수공예가 갖는 힘을 현대미술이라는 이야기 창구를 통해 대중과의 만남의 장을 만들고 있다.

전통보자기에 대한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전시하는 이정희, 흰 종이에 수천수만 번의 바늘땀 자국으로 명상적 “바느질 드로잉”을 선보이는 이재원, 세상과 자신의 연결을 실을 통해 이어나가는 권혁은 천이 아닌 플라스틱을 재료로 재봉질 한다. 때로는 소통 불가능한 인간의 문자체계를 한 땀 한 땀의 바느질로 표현하고 있는 차소림, 다양한 질감의 천을 이어 박음질하는 작업으로 매혹적인 촉각적 작품세계로 유도하는 이정희 그리고 신동원은 흙에 직접 바느질을 하는 행위를 통해 바느질 대상의 한계가 없음을 예시한다. 또한 미술치료사인 정지현은 반복되는 바느질행위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태희는 한국화의 선의 아름다움을 실을 통해 표현한다.

 

 

 

 

이정희

- 전통보자기에 대한 재해석

일반적으로 보자기는 물건을 포장하여 보관하거나 이동하는데 사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통보자기의 아름다움은 실용적인 용도를 뛰어 넘은 미적가치를 갖고 있다. 이정희는 이러한 전통보자기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보자기를 현대미술분야의 한 분야로 발전시키고 있다.

자연염색으로 만들어진 갖가지 색상의 천들은, 조각보의 3겹 바느질기법(깨끼)을 통해 자유롭지만 일정에 규율에 따라 기하학적으로 배치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자기 위에 옛 여인들의 이미지는 추억 속에 빛바랜 사진처럼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얹혀 진다. 바느질의 흔적을 고스란히 내비치는 노방원단의 투명성을 최대한 살린 설치 작품들은 현대미술의 영역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재원

- 바늘땀 명상 -

현재 미시건 주립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며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흰색종이(트레싱지)에 한 땀 한 땀 조심스레 부풀어 오른 ‘바느질드로잉’을 선보인다. 수천수만 번의 바늘땀자국으로 만들어진 꽃 이미지와 꽃 무덤, 실 대신 머리카락으로 만든 바느질 매듭 등 작가의 모든 작업들은 무리지어 설치된다. 이런 집합적인 형상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감성의 근원은 최소한의 본질을 추구하는 작가의 철학에서 기인한다. 번잡스러운 세부를 제거하고 본질에 형이상학적인 힘을 불어 넣은 작가의 명상적 작품은 신비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바늘땀이라는 편집적인 노동의 반복된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섬세한 이미지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바라볼수록 더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권혁

- 실로 엮어 나가는 감성적 이미지-

작가의 작업에 있어 “실”이란, 주제인 동시에 재료이다. 컵과 컵 사이를 연결해주는 컵 전화기의 한 줄 실처럼, 작가에 있어 실과 실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자신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소통수단인 것이다.

일반적인 천이 아닌 비닐, EVA(Ethylene vinyl acetate), 캔버스, 플라스틱 등을 맑은 고딕화면으로 작가는 실과 바늘을 물감과 붓 삼아 색을 섞어 칠하듯 동물을 그린다. 정체성을 대변하는 동물의 이미지를 통해 소외된 인간의 모습에 대한 존재감을 더욱더 강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이처럼 평범한 실 한 오라기는 작가의 손을 거쳐 생명력을 부여받게 되며 감성적이고 촉각적으로 표현된 독특한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특히 재봉틀을 통한 박음질의 우연의 효과로 자연스런 회화적 화면을 만들어간다.

 

차소림

- 바늘땀 문자

문자의 기본적인 역할은 ‘소통’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글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차소림의 ‘바늘땀 문자’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가지는 글자 자체가 아니라 해독이 불가능한 ‘기호체계’이다. 이해할 수 없는 성경구절처럼 인간에게 문자는 때로는 그 의미체계를 전달할 수 없이 하나의 기호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차소림의 문자는 일반 언어처럼 해독할 수는 없지만, 그것들은 나름의 의미체계로 조직되어 있는 것이다.

한자씩 문자를 짓는 작가의 바느질행위는 개미들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나르는 행위와 비유되며, 작품에 등장한다. 바늘땀으로 엮여지는 문자 이미지와 중간 중간 불규칙한 형태로 엉킨 실 뭉치들은 완전한 소통이 불가능한 인간의 문자체계를 의미한다.

 

 

 

 

이정희

- 매혹적 촉각 -

작가는 바느질 작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천들에 매혹되었다. 면, 모, 코듀로이, 벨벳, 스웨이드 등 다양한 질감을 전하는 천은, 바느질을 통해 갖가지 이미지들로 재탄생된다. 부드럽고 거칠고, 따뜻하고 차갑고...이처럼 천이 갖고 있는 감정을 작품에 반영하는 작가는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촉각적 감각을 전달한다. 천에 사물을 드로잉 한 다음, 드로잉 한 형태를 각각 면으로 구분하여 자르고, 마치 콜라주(collage)기법처럼 조각난 천을 바느질하여 재조합한다. 이때 천과 천 사이의 평면바느질은 이미지를 만드는 선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부조작업처럼 맑은 고딕화면에서 돌출되어 보이게 된다.

이처럼 시각과 더불어서 촉각을 사용하는 소통방법은 작가와 감상자에게 또 다른 차원의 미적경험을 제공한다.

Sofa3,2005

 

신동원

- 흙에 만드는 바늘땀이미지 -

바느질을 통한 이미지 표현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신동원은 그 해답을 제시하듯 흙이라는 매체에 직접 바느질 한다. 도예를 전공한 작가는 도자기를 만드는 일반적인 미감에서 벗어나, 형태를 분석하고 재조합하여 “도조(陶彫)”라 불리는 도예조각분야로 자신의 표현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작가의 작업과정은 크게 성형(casting)→건조→바느질→소성의 과정을 거친다. 반 건조 상태의 흙에 이미지를 수놓고 가마에서 소성과정을 거치게 되면 백색의 도자성형에 바늘땀의 흔적이 섬세하게 남게 된다. 마치 백색도화지에 선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듯 ‘도예를 이용한 회화’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의 근원은“care"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섬세한 성형과정(casting: 흙물을 석고주형(鑄型) 속에 넣고 응고시켜서 형태를 만드는 것)이 요구되는 흙에서부터 출발하여 오염되기 쉬운 백색의 형(形) 그리고 수공예적 바늘땀, 마지막으로 깨지기 쉬운 도자 기물들까지 모두 작가의 세밀한 집중이 요구되어야만 작품이 완성된다.  

 

 

 

 

정지현

- 바느질, 내 삶의 카타르시스

정지현은 바느질이라는 행위가 갖는 의미, 즉 조형미라는 결과에 대한 평가보다는 과정에서 가치를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바늘과 실로 만드는 조형예술세계는 이데올로기적이거나 관념적인 행위가 아니다. 바느질이라는 일상적이고 소박한 삶의 모습 그 자체가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행위인 것이다.

유년시절 할머니의 수(繡) 놓는 모습에 대한 향수로 시작된 바느질 작업은 작가에게 있어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치유하는 과정이다. ‘톡’ 천을 통과하는 바늘의 짧고 경쾌한 소리에 맞춰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빈 화면에선 보이지 않던 이미지가 만들어 진다. 이렇게 선을 따라 실 땀으로 이어가는 행위에 집중하다보면 정신은 상상만이 가능한 시공간으로까지 끊임없이 이동하게 되며 자기중심적인 치유의 과정까지 이어진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2001-2005            

 

김태희

-  Last Stitch -

작가에게 있어 작품제작의 근원은 ‘반복’에 있다. 천연염료와 분채를 이용하여 여러 차례의 중첩을 통해 물들인 한지맑은 고딕 위에 수많은 바늘땀을 통해 화훼(花卉)이미지를 표현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완성하는데 기본이 되는 ‘선’을, 그리기 보다는 바늘땀을 통해 다양한 실의 길이와 굵기로 감각적으로 조절해가며 완성한다. 한국화의 선적인면과 여성들의 오래된 행위인 바느질의 접목을 통해 전통성과 여성성을 한 화면 안에 담고자 한다.

 

 

 
 

 

 
 

vol.20060615-sti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