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환 사진展

 

- 외눈박이 초록 신호등 -

 

 

 

인사아트 센터

 

2006. 4. 5(수) ▶ 2006. 4. 11(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 02-736-1020

 

 

 

 

이번 전시 ‘외눈박이 초록신호등’을 설명하기에 앞서 사진작가 노세환은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도 서울에서만 자랐다.

도시의 급변하는 시대를 보고, 듣고, 경험했던 그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아름다움이나 새로울 것이 없게 느껴졌고, 어느덧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도시의 일상 속에 흡수되어 정형화 된 도시구성원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서울이란 도시에서 다른 시민들처럼 도시의 일정한 시간 패턴만을 쫓아가며 숨 가쁘게 외눈박이처럼 살아온 작가 자신에게 카메라는 무심코 지나치던 도시의  아름다움을 찾게 한 도구가 되었으며, 그 피사체들은 작가에게 일관된 도시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초록 신호등’이 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사진 안에 담긴 이미지들은 현대인의 하루 중 누구나 두 차례이상 거치게 되는 대중교통이나 승용차 속에서 이동 중에 바라본 도시 풍경 속 숨어있는 자연과, 가로등불 아래 조용히 빛을 발하는 공원의 자연들이다.

현대인들이 빠른 생활 속에서 도시의 자연들을 발견하여 행복을 느끼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는 전시로서 대중에게 다가가려 한다.

 

 

 

 

■ 작가 노트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았다.”  이런 외눈박이 인생, 노세환이다.  

시골집의 대명사인 외가도 서울이었고,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친척을 자주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안 어느 덧 대학을 졸업해서 직장이라는 조직 안에 있다. 출근해야하는 시간 그 곳에 꼭 있어야만 하는 시간들이 있다. 그것은 도시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 것이다.

학교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풍경이 너무 예뻐서 버스에서 내렸다. 하지만 내가 차 안에서 봤던 그 풍경은 더 이상 아니다. 뭘 건질 수 있을 듯 하진 않다. 디지털카메라를 잡는다. 그냥 한 장을 찍었다. 다시 버스에 올라 그 사진을 review한다. 휴지통이 그려진 버튼을 누른다.

(2004년 작가 노트 중에서)

어느 틈엔가 나도 차를 가지게 되었다. 자유로를 달리다가 예쁜 곳을 보면 내리고 싶지만 그게 잘 되지를 않는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 달리는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이 더 만족스럽다.

(2005년 작가 노트 중에서)

 

 

 

 

뚱뚱한 나는 할일이 많다. 오늘도 집에 갔다가 아버지께 잔소리로 아침밥을 해결했다. 이제 운동은 탈출이다. 잔소리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 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공원을 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한 뒤 난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05년 작가 노트 중에서)

도시인들은 빨리 이동해야 한다. 늘 빨리 빨리 서두르란 이야기를 듣거나 한다.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차를 타게 된다. 이동 중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내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달리는 차 안에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또한 도시인들은 낮에는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없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월급을 받는 조건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침에 10분의 단잠을 운동을 위해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산책도 야간으로 밀려 났다. 하지만 산책이 전부이진 않았다. 그 안에는 가장 도시인다운 풍경이 있었다.

우리는 엔셀 아담스가 촬영한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가끔 먹는 쵸컬릿의 단맛처럼 그저 몇 달에 한번쯤 바라볼 때만 그 자연들이 아름답다. 그 안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것, 그 단조로움과 한가로움에 익숙해질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나는 내가 혹은 도시에 사는 당신이 바라보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장면들에 자연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낀다. 도시에 사는 외눈박이인 나에게 초록신호등이 들어 왔다.

 

 

 

    

■ 밤의 공원 | 외눈박이 초록 신호등 | 노세환의 움직이는 풍경, 속경(速景)의 아이러니

 

우린 항상 머물러 있다, 가끔 떠나는 것인가? 아니면 항상 떠나고, 달리고 있는 것인가?

노세환의 작업은 나에게 이런 단상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차를 타고 달리면, 대신 창 밖의 풍경이 움직인다. 내가 달리는데도, 풍경이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멈추어 있던 대상은 곧 움직일 것 같다.

세환의 작업은 이런 모순이 전제된 예측만 할 수 있는 속도가 만드는 무정형의 그림이다. 즉 속경(速景)이다. 사실은 내가 달리지만 경치가 달리는 것이다. 그래서 얻어지는 속경의 구성은 무엇인가?

붓의 속도가 낼 수 없는, 시간의 궤적이 그려낸 사진만의 고유의 그림이며, 또한 시간차 표현행위이다.

사진이 발명되면서 영접한 시간의 연속 속에서 어느 특정의 순간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얼마 동안의 시간을 노출하느냐가, 사진가 혹은 사진을 다루는 예술가에게 큰 명제였다. 짧은 시간의 노출에 의해 밝혀진 동물이나 인간의 연속 동작이 규명되고 (Marey나Maybridge), 다시 큰 시간의 노출이 그리는 궤적이 규명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인상파를 지나 구성주의, 다다이스트에게 새로운 표현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것은 빛 그림 (photo drawing, painting)이라는 사진 (photography)본질과도 맞닿아있다.

만 레이 (Man Ray)에서 시작된 이 개념의 사진들은 해리 캘러한 (Harry callahan) 그리고 유명한 피카소의 빛 드로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움직이는 풍경의 단서들이다.

노세환의 첫 개인전은 이런 역사적 작업들과 연계되어 있으며,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랬듯이 자유로운 정신을 구현하는 다음 작업이 기대되는 것이다.

 

 

 

 

 

 

 
 

■ 노세환

1997   경복 고등학교 졸업 | 2005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현재 : 메디컬 옵져버(의학신문) 객원기자 | 월간 문화공간(세종문화회관) 객원기자 | 사진작가 배병우 작업실 근무

2002 ISO, 한강갤러리 | 2004 식사하셨어요?, 경희갤러리 | 2005 젊은 목소리, 한묵갤러리 북경 | 2006 외눈박이 초록신호등 전, 인사아트센터(개인전)

 
 

vol.2006030405-노세환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