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봉산미술제 구자동展

 

붉은정물/10F

 

 

갤러리 소헌

 

2005. 10. 14(금) ▶ 2005. 10. 23(일)

초대일시: 2005.10.14(금) PM 2-7시

대구 광역시 중구 봉산동 223-27 B1 | 053-426-0621

 

 

분홍장미/10P

 

 

 

■ 온기와 정감이 있는 재현의 장 ■

 

    구자동은 구상화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이다. 무언가 대상에 대한 충실성이라는 재현 그 자체를 넘어선 또 다른 부가 요소를 요구하는 잣대에 비교적 부합되는 작가로서의 소양이 갖추어진 자로서 조심스럽게 소개하고 싶다. 작가는 이미 타고난 재능으로 인정을 받아온 터이다. 그랬던 작가가 리얼리즘의 본고장 러시아에서 5년간 최고 수준의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기량을 갈고 닦아 돌아왔으니, 기량면에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경지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작가는 생생한 묘사력, 안정감과 조화가 돋보이는 색채감각, 화면의 조율 능력 등에서 나무랄 데 없는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작가의 등장이야말로 침체 일로에 처해 있다는 위기의식과 우려가 팽배해 있는 우리의 구상화단에 활력소가 될만한 일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백합/20P

 

 

 

작가의 화폭에서는 무언가 따스한 온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화면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결국은 색이나 필치에서 오는 물리적 조건이다. 그러나 관념적으로 유추해본다면 무엇보다 대상의 선정에 있어 작가 스스로가 갖는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는 주관적 문제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내면적 동기가 먼저 그림의 이면에 설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그의 경우 유난히 두드러진다. 사진을 능가하는 것 같은 지독한 재현적 묘사력을 맑은 고딕으로 하면서도 어떤 온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인물화로 말하자면 대상들이 체온을 가진 것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인물화는 대상의 체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한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또한 어디서 본 듯한 선남선녀의 모습들을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는 데서 포근한 정감을 느낄 수가 있다. 베냐민이 말하는 아우라(aura)와도 같은 것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인물들은 마치 스냅사진 같은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인화지에 새겨진 포토 이미지의 격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아우라일 것이다.

 

 

 

리시안셔스/10F

 

 

 

리시안셔스/10F

 

 

 

여기서 우리는 작가가 자기만의 독특한 화면상의 조형적 툴(tool)을 설정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관조(觀照)를 위한 모종의 툴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대체로 대상 인물에 비해 넓은 배경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 배경은 어떤 묵상의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음을 금방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회화적 성숙도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관객이 작품에 경험적으로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지이기도 하다.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듯한 것, 어딘지 모르게 묽은 듯한 톤의 처리는 바로 작가가 회화적 시야를 보다 넓게 가지면서 터득한 내용일 것이다. 묘사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작가가 보다 따뜻한 휴머니즘의 산포(散布)를 위해 조율하고 정제한 결과라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더욱 과감한 화면상의 변화를 도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화면이 여전히 형(figure)과 지(ground)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자각하고 있는 터이기에 말이다. 작가의 화면을 뵐플린(Heinrich Wlfflin)이 기술하였다면 ‘조각적’이라 했을 법한 화면이다. 따라서 보다 ‘회화적’이기 위한 유연하고 리드미컬한 톤의 조절이 예상된다.

 

-개인전 서문 중에서-

이재언 | 미술평론가

 

 

섬진강의봄/8M

 

 

 

산촌의오후/10M

 

 

산촌의늦은오후/8M

 

 
 

 

 
 

vol.2005903-구자동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