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음악당

 

 

 

갤러리 룩스

 

2005. 9. 21(수) ▶ 2005. 9. 27(화)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층 | 02-720-8488

 

 

 

 

 

 

사진은 존재에 대한 증명이다. 특히 사진안에 이미지가 존재했고, 사진가는 그곳에 있었음을 증명함으로써 사진은 진실에 대한 기록이고이고 거역할 수 없는 진실로 인해 사회 쟁점과 주제를 결코 떠날 수 없었다. 나 역시 이런 점에 대해선 의심없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늘 사진은 사건에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첨예한 사회적 쟁점이거나 특정 사건에 대한 사진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을 배웠다. 특히 쉽게 접할 수 있는 집회 장소나 철거현장, 노동자 파업 현장을 찍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약간에 오해가 있었다. 존재에 대한 증명 뒤에 숨겨져 있으면서 잠재되어 있던 일상의 문제들, 사회속에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 사진의 심리 상태나 정신적 영역, 그리고 인간 삶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냉철한 탐구, 그에 대한 표현에 문제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소재에만 급급해서 나머지 중요한 문제들은 잊게 되어 사건에 대한 현상만을 찍는 결과를 가져왔다. 동전에 양면과 같은 존재와 존재에 대한 내면의 문제, 그리고 표현은 사진가의 인문학적 소양에 문제이기도 하고 사진에 주제나 영역이 한가지로 한정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데 말이다. 그래서 사진이 어떤 영역으로 나뉘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소재주의적인 사진만이라도 잘하라는 어떤 선배의 말에 동감을 했지만 내 마음과 눈이 자꾸 이끄는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내 사진에 성격이 애매하게 된 점도 있다. 무슨 작업을 하느냐는 질문에 쉽게 다큐멘터리를 한다고 하면서 무작정 발길 닫는데로 돌아다니면 찍었던 사진을 다큐멘터리라고 말할 수 없었던 것도 이런 애매한 지점에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나다니면서 무엇을 만날지도 예상할 수 없이 스스로도 어떤 준비나 무엇을 찍겠다는 주제의식 없이 내 눈앞에 보이는 것에 충실한 사진을 찍었다.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 ? 어쩌면 모든 걸 기록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무작위 사진을 찍었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에 기대를 걸었고, 뭔가 멋있는 기록이 될만한 것이 나타나기를 기대했다. 그렇게 서울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랑음악당을 만났다. 유랑음악당이 나를 붙잡은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스스로 스스로에게 노래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복지관에 여가로 생활을 즐기거나 양로원에 앉아 화투로 하루를 보내거나 종묘공원에 노인처럼 장기판으로 소일하며 가끔 봉사단체에서 주는 점심으로 식사를 때우는 그런 분들이 아니었다. 노래로 종묘공원에 노인들에게 봉사하는 단체였고, 구성원은 60세를 전후였고, 노래를 듣기 위해 모인 노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1시부터 6시까지 공연하는 정열은 나를 무작정 나다니는 것을 멈추게 했다.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 .~~~~"

이미 신체 특징에서는 나이듦을 거부할 수 없지만- 과거와 비춰볼 때 나이듦에 속도가 늦춰졌다거나 나이듦을 인정할 수 있는 나이가 연장되었다거나 평균 나이가 늘어났다는 것으로 거부할 수 없는 필연이다.- 유랑음악당은 "청춘은 봄이요"라고 노래 불렀고, 모인 모두는 이미 나이듦을 잊은 청춘이었다. 때론 “사랑에 푹 빠졌나봐!”라며 사랑을 확인하기도 하고, “견딜 수가 없도록 외로워도 슬퍼도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고~~~”라며 슬픔에 겹기도 하고, “타향살이 몇 해던가~~” 라고 그리운 고향 생각에 눈물을 적시기도 하고, “남북이 가로 막혀 원한 천리길~~”라고 실향민이 되기도 하며, 하나가 되어버린 공연이었다. 이 공연에서만큼은 나이듦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생동하는 청춘으로서 어느 누구보다 많은 활동과 역동성, 창조, 정열을 보여주고 있는 유랑음악당 할아버지 할머니들.

이미 유랑음악당은 노인들에 단체가 아니었다. 정신적인 면에서 청춘이었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증명이었다. 노인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을 수 있구나 라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통해서 변화하는 나이듦에 역사가 아니라 또다른 청춘을 쓰고 있었다.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이분들의 정열을 꺾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정열적이고 강인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노래를 발굴하고 노래 연습을 통해서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너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종묘라는 공간이지만 언제나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외면당하기 쉬운 곳에서 조용히 자신에 일이 충실한 모습은 질긴 삶에 노랬고, 삶에 노래를 불러야 하기에 기다려지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매주 토요일,일요일이면 종묘로 발길을 향해야만 하는 강한 충동이 있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휴식인가! 이제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님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잊혀질 수 없는 분들임에 분명하다.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음으로 인해 노래를 부르는 것에 특별한 의미조차 없다. 봉사단체라는 거창한 명칭은 단지 허가를 얻기 위한 요식행위 일 뿐이다. 오히려 유랑음악당이 종로에 존재하지 않으면 그 허전함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노인이란 사회에서 부여한 것이지만 내 사진 속에서는 청춘을 부여하고 있다. 사진에 이미지가 담기는 순간 과거는 흘렀지만 그 이미지는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 그것이 청춘이건 아니건 간에 상관없다. 내가 사진 속에서 이미 내 안에 노인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듯이 유랑음악당은 노래 속에서 양립할 수 없는 노인과 청춘을 꿈꾼다.

 

 

 
 

■ 김영길

한성대 예술대학원 회화과 사진전공 | email: jdmstart@hotmail.com

단체전

2001년 종묘(포토저널리즘 동호회) | 2003년 한성대 회화과 사진전공 대학원 입학 | 2003년 서울의 경계(포토저널 | 리즘 동호회) | 2004년 감성의 나선 두번째(한성대 대학원) | 2005년 감선의 나선 세번째(한성대 대학원) | 2005년 광복60주년 기념 ‘시대와 사람들’

 
 

vol.2005921-김영길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