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현 초대展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2005. 5. 2(월) ▶ 2005. 6. 17(토)

매주 토요일 11:00 ~18:00, 평일 예약관람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계륵리 232-8 | 031-673-0904

 

 

 

 

■ 고승현의 '백년의 소리'를 들으며 ■

 

자연미술가 고승현의 작품은 주로 자연물로 이루어져 대부분 자연 현장에 있었다. 이른바 자연미술이라는 영역을 일구어낸 중요 멤버들의 중심에 서 있던 그는 자연 속에서 생각하고 자연과 더불어 작품을 진행해 온 작가로서 인상 깊은 작업을 많이 남겼다.

이번 대안미술공간 소나무에서의 고승현의 작업들은 실내 전시장에 놓여지게 된다. 그의 선행된 많은 작업들이 자연성이 생생하게 작용하고 있는 숲속이나 들판 때로는 바닷가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백년의 소리’를 담은 이번 작품들은 실내에 놓여진다.

대지예술 등 서구의 야외작업의 양상들 대부분이 자연 속에서 자연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미술행위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비중을 두었다면 ‘야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자연미술은 자연의 다양한 현상을 통해 작품을 이루어나가는 특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연현장이 아닌 자리에 작품을 놓는다는 것은 자연미술가로서 간단치 않은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고승현이 그의 작품을 실내에 들여다 놓은 것은 아마도 그의 단순한 의지에서 비롯 되었다기 보다는 작업 내용 그 자체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그의 전시제목에서도 말해주듯이 이번 전시의 주요 컨셉은 소리에 관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4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작업과 관련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는 갖가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태초 이후 지금까지 이곳 장군봉 숲속에 살던 곤충들과 동물들의 울음소리,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오래전 집을 짓던 목수들의 끌과 망치소리 등 지나간 과거의 소리가 지금은 우리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미세한 소리의 입자들은 시.공간 속에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소리들은 또한 내가 만든 가야금 소리와 함께 하나의 화음으로 조화를 이루고 미래의 소리들과 만나 영원히 퍼져 나갈 것이다.” 라고 적었었다.

우리나라 전통 악기중의 하나인 가야금과 유사 구조를 취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확고한 형태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누군가의 ‘소리내기’를 통한 개입이 일어나기 전에는 작품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말했듯이 몸체에 매어진 줄을 손끝으로 튕겨내는 순간 울려 나오는 소리가 그 나무의 나이테 속에 배어든 갖가지 시,공간 속의 소리를 불러내어 함께 어우러지는 관념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 작용이 일어나는 순간에 비로소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작품이 작품이 되게 하는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한 장소는 어디가 적절한가? 고승현은 필자와의 대화를 통하여 자연미술이 실내에서 더욱 생생하게 빛을 발하리라는 생각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는데 그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평상시 본인의 생각을 적절하게 실현하고 있음을 본다.

 

 

 

 

그의 작품과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하나의 층으로 이해한다면 그의 작업은 공간과 물질이 교대로 쌓여진 다층적 구조를 갖게 됨을 알 수 있다. 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한 내부의 공간/ 그것을 형성시키고 있는 자연물인 나무/ 그리고 다시 그 소리체를 둘러싸고 그 울림을 확산시키는 실내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한정시키고 있는 인공물(전시장 건물구조)/그리고 그 건물을 감싸고 있는 무한대의 자연공간/ 마지막으로 그것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작품을 인식하는 인간의 심리적 공간을 상정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고 있는 작품의 몸체가 자연공간 속에 존재 할 때 보다는 인공물로 쌓여진 실내공간에서 그 존재적 대비가 발생하고 이러한 대응은 서로를 강화하면서 풍부한 상상력이 작용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작업의 소재로 시각적 현상을 다루기보다는 ‘소리’라는 재료를 이용하고 있음은 그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다른 자연미술가들과의 차별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이해된다. 물론 그는 전통적 음악 소리와는 완연히 구별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소리’는 한 작가의 작품세계로의 초대를 의미함과 동시에 작품을 만나기 위한 열쇄이다. 그것은 과거의 시간과 소리를 불러내어 현실 속에서 만나게 해주며 미래의 누군가의 손에 재생되기 위하여 다시 그 작품의 몸체와 공간에 담겨지는 것이다.

 

 

 

 

이제 자연미술가 고승현은 자연 속에서의 자연미술작업을 역으로 확장시켜 실내공간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소리통이 우리의 잠자는 정신을 울리며 파고들기 전 까지는 우리들을 실망시킬지도 모른다. 그것은 잘 조율된 장인의 가야금에 비하면 엉터리 악기에 불과 할 것이고 고상하고 아름다운 조각 작품에 익숙한 어떤 이들 에게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쓸모없는 물건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나무에서의 고승현의 작품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러한 제한적 인식의 틀을 허물고 시,공간을 초월한 자연 속의 다양하고 수많은 생명의 소리를 경험함으로서 온갖 소음으로 짓눌린 인간의 자연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2005년 기획초대 두 번째 전을 준비하여준 작가 고승현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05. 5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관장 전 원 길

 

 

 

 

■ 지난 25년을 돌아보며... ■

 

고승현

 

올해로 내가 이 땅에 태어 난지 꼭 50년이 되는 해이며 YATOO를 창립하여 자연미술을 시작한지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50년이면 반세기를 살아온 어느덧 중년이 아닌가? 25년 또한 오직 한길로 자연미술을 고집해온 결코 짧지 않은 사반세기이다. 그 동안에 학업을 위해 잠시 고향을 떠나 생활 한 적은 있으나 거의 대부분을 이곳 공주에서의 삶이 대부분이다. 내 고향 공주는 오랜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산성과 아름다운 금강을 끼고 있는 역사와, 지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이러한 곳에서 내가 성장하며 YATOO의 친구들을 만나 작품 활동을 같이하고 또한 주변의 소중한 분들을 만나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개인 작품집을 편집하면서 지난 25년을 회고해 볼 때 모든 일들이 꿈결 같고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우리는 깨끗한 강모래를 맨발로 느껴보며 저마다 자연을 생각하였고 본래 미술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하였다. 선사시대나 원시시대의 벽화를 이야기하며 순수 미술을 논하던 일들은 매우 진지하였다. 1981년 당시 급속한 산업개발과 함께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모든 분야가 그랬듯이 미술계도 서울 등 대도시로 관심이 집중되었었다. 이와 같은 대도시 실내중심의 미술세계에서 바깥 즉 자연으로 나온다는 것은 본인들은 물론 모든 이들에게 모험이나 실험적인 시도로 여겨졌다. 우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81년 여름 금강 권에 연고를 둔 20여명의 젊은이들로 구성하여 야투 야외현장미술 연구회를 출범시켰다.

 

 

 

 

YATOO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함께 모며 자연으로 나갔다. 들 野, 던질 投의 야투의 명칭은 우리가 자연으로 나가 우리의 의식을 투여 하고 자연으로부터 살아있는 생명의 메시지를 받는다는 자연과의 교감을 뜻한다. 그런데 겉으로 풍기는 야투의 강한 어감 때문에 당시 한국의 정치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했던 시기였기에 정보기관의 수사대상으로 주목을 받는 등 많은 오해와 에피소드를 낳기도 하였다. 그때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슬라이드 필름을 구입하여 사용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가격이 싼 흑백필름을 사서 작품을 기록하였고 손수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였다. 지금도 어두운 암실에서 현상액의 고약한 냄새와 땀 냄새가 생생히 기억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진은 비록 흑백 인쇄지만 당시로서는 꽤 두꺼운 작품집을 발간하는데 사용되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통해 작품집이 제작되었을 때 감격해 하던 당시 회원들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초기의 야투는 지금처럼 자동차가 흔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대형천막과 솥단지, 쌀과 부식들을 버스에 싣고, 리어카로 옮겨 다녔다. 가까이는 공주금강 백사장에서 멀게는 서해안 안면도나 호도, 삽시도, 외연도등, 순수자연 공간을 찾아 다녔다. 그 중에서 나 개인적으로는 4회 청벽 백사장에서 4박5일간의 합숙생활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열 아래 작업을 하고 밤에는 동쪽 끝에서 서쪽하늘 끝으로 수십 가닥으로 갈라지는 번개와 천둥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작업내용을 토론하였다. 또한 새벽녘에는 짙은 안개와 이슬방울의 영롱함을 보았으며 어느 날은 갑자기 불어오는 돌풍으로, 설치된 작품과 천막이 날아가기도 하였다.

 

 

 

 

그리고 백사장에 만들어 놓은 작업이 간밤에 불어난 강물로 휩쓸려 내려가고 흔적만 남게 되는 자연의 제반 현상 속에서 겸손과 인내를 배우게 되었으며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계속된 생생한 현장 체험은 나를 점차 자연 속으로 빠져들도록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우리들은 자신들이 하는 작업을 “자연미술”이라 칭하게 되었고 회의 명칭도 「야투자연미술연구회」로 개칭하게 되었다. 이렇게 계절마다 계속된 연구회는 많게는 20여명이, 적게는 3~4명이 모여 작업에 전념하였다. 1989년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야투의 해외전이 처음으로 개최되었는데 이것은 곧바로 1991년 금강국제자연미술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공주에서 처음 치르는 국제전이라서 여러 가지 어려운 난관도 많았다. 당시 행사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중앙기관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행사라 하여 지원이 부결되었고 대기업체에서는 지역행사라 하여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0여년을 함께 해온 회원들은 열심히 힘을 모아 모금 전을 통해 기금을 마련했다. 또한 관심 있는 시민들과 지역의 온정이 모아져서 결국 성공적인 전시회와 국제교류전의 물꼬를 트게 되었다. 그 뒤 계속해서 일곱 번의 국제전을 가졌고 지난해인 2004년도는 처음으로 자연미술 비엔날레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물론 한국의 현실로는 작은 지역에서 계속해서 국제전을 개최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호흡을 같이 해온 회원들과 국내외 참가 작가들의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은 더 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전한 것이다.

그러한 자연 가운데서의 나는 누구인가? 옛 선인 들이 그렇게 살아 왔듯이 나 또한 자연 안에서 의미를 생각해보며 내가 할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자연 속에서 호흡은 곧 나의 기도이며 그 시간들은 나의 신앙생활이다. 자연에게 나의 논리를 적용시키기 보다는 자연의 섭리와 그 순리를 따라 나는 순응하고자하였다. 대부분의 작업이 끝나면 다시 자연의 원상태로 되돌려 주었고 꼭 그리 아니 할지라도 자연은 내가 행한 작위를 시간과 공간 속으로 어김없이 흡수해 버리고 말았다.

나는 자신의 몸과 어떤 자연의 상태를 선으로 연결해 보기를 즐겨했다. 나의 작업의 도구나 대상은 새벽녘의 영롱한 이슬 맺힌 거미 줄, 바닷가의 수많은 게들과 조개들, 벌레 먹은 나뭇잎, 돌 틈에 낀 파란 이끼, 들에 핀 야생화, 고목나무의 뿌리와 갈대, 풀을 뜯는 소, 그리고 시간과 바람, 소리, 물과 흙 등 순수 자연의 요소 들이었다.

창립이후 ’90년까지의 야투자연미술은 형편상 기존미술의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 질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것은 온상 속에서 길러진 화초와는 달리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야생초처럼 자생력을 지니고 발전해 왔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 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는 더욱 자연과 환경의 문제가 전 세계 각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연미술을 시작해온지 25년 만에 그 뒤를 되돌아보는 본인의 심정은 보다 순수한 야투의 창립정신을 되살리고 시대의 파수꾼으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2005년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 고승현

2000. 8. 제 5회 금강국제자연미술전 (공주, 산성공원) | 2000. 9. 한밭 ’21전 (대전시청 전시실) | 2000. 11. 제 2회 요꼬하마 국제야외미술전 (일본, 요꼬하마) | 2001. 4. 영, 호남 그리고 충청전 (대전시립미술관) | 2001. 8. 창조와 숲의 소리-요꼬하마 국제야외미술전 (일본, 요꼬하마) | 2001. 9. 요꼬하마 트리엔날레 야외특별전 (일본, 요꼬하마) | 2001. 10. 제6회 금강국제자연미술전 (공주, 산성공원) | 2001. 10 언제,어디로? 고승현의 설치미술와 무용의 만남-개인전/대전시립무용단협찬 (대전시립미술관 야외전시장) | 2001. 11 Omori 국제환경미술전 (일본, 동경 오모리벨보트센터) | 2002. 7 국제환경미술전 -무당개구리의 울음- (서울, 예술의전당) | 2002. 8 국제 화이어 스퀄쳐 훼스티발 (프랑스, 퓌컹) | 2002. 9 제17회 아시아 국제미술전람회 (대전시립미술관) | 2002. 10 2002 금강국제자연미술프로젝트전 (공주문화원) | 2002.12 2002 환경미술전 (서울, 광화문갤러리) | 2003. 8 2003금강자연미술프레비엔날레(공주 산성공원) | 2003. 8 나무 조형전-나무와 인간의 행복한 교감(대전시립미술관) | 2003. 9 HiKi 국제야외미술전(도쿄 일본) | 2004. 8 2004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공주 장군봉 자연미술공원) | 2005. 3 야투 10인 전 - 자연의 이미지(갤러리 인더블루 도쿄. 일본) | 2005. 4 야투 12인 의 자연으로부터 전(갤러리 부로큰 도쿄. 일본) | 2005. 5 백년의소리- 개인전(안성, 소나무 갤러리) | 1981-2005 야투자연미술 4계절 연구 활동(92회)- 공주금강, 공산성,안면도, 호도, 외연도, 삽시도, 북한산, 대청호, 마곡사, 담양, 청산도 외..... | 1991-2002 금강국제자연미술전 운영위원 | 1995-1998 금강국제자연미술전 운영위원장 | 2004-2006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조직위원

현: 사단법인 한국자연미술가협회 - 野投 회장, 2006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조직위원, AiNIN(국제 자연미술 네트웍) 회원

E.mail : yatoo-ko@hanmail.net

 
 

vol.20050502-고승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