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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 展
흔들리는 고요

52 Eyes Beneath the Bucket_acrylic urethane & oil on canvas_100x200cm_2025
Art Space Gongche
2026. 6. 19(금) ▶ 2026. 7. 2(목)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9길27
전시기획 | 갤러리 에스로렐
www.instagram.com/gongche_artspace

Bird and Frog_acrylic urethane & oil on canvas_100x100cm_2025
흔들리는 고요
신소영 (아트 에스로렐 디렉터)
어린 시절 연못은 작가에게 또 하나의 세계였다. 양동이를 들고 개구리를 잡으러 다니던 시절, 손바닥에서 느껴지던 개구리의 꿈틀거림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사물을 이해하기 전 몸이 먼저 세계를 받아들인 경험이었다. 생명의 미세한 떨림과 설명할 수 없는 낯선 감각, 작은 생명을 향한 호기심과 그 사라짐 앞에 머물러 슬퍼하던 마음. 그때의 감정들은 이후의 삶에서도 다른 순간들과 겹쳐지며, 하나로 정리되지 않은 채 머물렀다. 도군의 작업은 바로 이 설명되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인간과 사물의 경계에서 인형을 바라보며 인간의 감정을 다뤄 온 작가에게, 인형은 여러 감정이 함께 머물 수 있는 빈 공간이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은 관객에게 해석의 여백을 남긴다. 유년 시절 몸에 먼저 새겨진 감각은 인형의 표면을 감싸는 점액질로 돌아와 그 안에 고인 서로 다른 정서를 드러낸다. 그 투명한 막은 인형을 감싸는 보호막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단단한 인형의 경계를 흐린다. 그 표면 위에서 인형은 더 이상 단순한 사물로만 보이지 않는다.
초기 작업에서 인형의 얼굴 위로 흐르던 점액질은 이번 전시에서 더 이상 인형의 표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잎 위에 물방울로 맺히는가 하면, 양동이의 표면을 타고 흐르고, 몸을 타고 흘러 연못의 물로 이어진다. 그리고 수면의 반사와 안개를 지나, 바다처럼 보이는 넓은 풍경으로 확장되어 화면 전체의 공기 속으로 번진다. 도군의 풍경에서 물은 단순한 배경이나 상징이 아니다. 물은 형태를 바꾸며 사물과 풍경 사이를 지나고, 그 위에서 감정은 고였다가 다시 조용히 떠오른다. 출발점인 연못은 보호된 내부처럼 보이지만, 화면 안에서 점차 바다처럼 열린 외부로 나아간다. 수면에 비친 인형의 형상은 물결 위에서 흐트러지고, 여름에 피는 연꽃과 눈처럼 응결된 완두콩나무, 안개는 서로 다른 계절과 시간을 한 화면으로 불러들인다. 그 미세한 어긋남 속에서 유년의 연못과 지금의 감정,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은 서로 부딪치며 겹친 채 한 화면에 머문다. 이전 작업에서 시선이 클로즈업된 인형의 얼굴에 머물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인형이 놓인 풍경 속으로 천천히 들어선다. 그리고 그 풍경 위에 인형은 아직 어디로 향할지 정해지지 않은 씨앗처럼 놓여 있다.

Threshold_acrylic urethane & oil on canvas_100x100cm_2025
〈Two Doors〉에서 그 작은 인형은 물 위에 등을 보인 채 서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종이배와 이어진 가느다란 줄은 기억 속 감정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고 현재와 과거 사이에 매여 있는 듯하다. 화면 중앙에 자리한 인형의 뒷모습, 정지된 수면, 그리고 안개 속에 흐려지는 원근은 낭만주의 풍경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앞에 열린 풍경은 숭고한 자연이라기보다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장면에 가깝다. 관객은 인형의 표정을 읽는 대신, 그 인형과 나란히 서서 아득히 열리는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안개는 풍경을 드러내는 듯 다시 지워내고, 그 깊이는 먼 곳이 아니라 마음 안쪽으로 향한다.
물과 안개, 그리고 반사 속에 머물던 정서는 〈52 Eyes Beneath the Bucket〉에서 시선의 관계로 옮겨간다. 중앙의 인형은 양동이를 뒤집어쓴 채 몸을 감추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개구리 인형들의 과잉된 시선 속에서 오히려 화면 한가운데서 더 선명해진다. 그렇게 보호와 노출은 분리되지 않은 채 한 장면 안에 남는다. 〈Bird and Frog〉에서는 어린 시절 손안에서 꿈틀거리던 작은 생명의 감각이 개구리 형상의 젖은 잎으로 돌아온다. 인형은 그 안에 감싸인 채 웅크리고 있지만, 완전히 숨겨지지는 않는다. 편안함과 긴장 사이에 멈춘 듯한 인형의 눈빛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이는 풍경 안에 낯설고 서늘한 기운을 남긴다.
이처럼 도군의 작품 속 세계는 어느 한쪽으로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작품 속 풍경은 고요하고 정적이다. 인형들은 움직이지 않고, 시간은 멈춘 듯 흐르며, 안개와 물은 소리를 삼킨다. 그러나 그 고요한 표면 아래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잠겨 있다. 작가는 극사실적 회화 기법으로 이미지를 선명하게 그려내지만, 그 세밀함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감정은 쉽게 읽히지 않고, 화면은 더욱 낯설게 남는다. 그 안에는 설렘과 두려움, 친밀함과 긴장, 생성과 소멸의 감각이 서로 얽혀 있다. 그 감정은 관객이 화면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사이 뒤늦게 일어난다.
도군의 작품은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관객은 화면의 고요한 흔들림 앞에서 오래 묻혀 있던 자신의 감정을 조용히 포개어 본다. 그래서 이 전시는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각자의 기억과 감정이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어쩌면 작품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인형의 감정이 아니라, 마음 한켠에 남아 있던 오래도록 이름 붙이지 못한 어떤 마음인지도 모른다.

Four Peas_acrylic urethane & oil on canvas_130.3x193.9cm_2026

Mirror_acrylic urethane & oil on canvas_130.3x193.9cm_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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