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실 展

 

보이지 않는 뿌리, 보이는 빛

 

몽돌과 함께 - 육아중 II_38x35.5cm_실크스크린_2026

 

 

갤러리 인사아트

 

2026. 6. 10(수) ▶ 2026. 6. 15(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6 | T.02-734-1333

 

www.galleryinsaart.com

 

 

굴레·희열-뿌리 II_53x38cm_실크스크린_2022

 

 

최은실, 일상에서 채굴하는 생의 의미

 

최은실은 일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자아를 확립하려는 주체적 의지를 시각화한다. 가사와 육아라는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자신을 관리하고 성장시켜 온 시간들이 작가에게는 귀중한 삶의 부분이자 예술적 밑거름이 된다. 이는 단순한 자기계발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삶의 의무와 자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인 동시에 ‘창조적 경작’(Creative Cultivation)을 향한 작가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가정과 자녀를 함양하는 부모의 가시화되지 않은 이면의 노력을 ‘생명의 뿌리’라는 은유로 정의한다. 지표면 아래 잠기어 있으나 생명력을 길어 올리는 뿌리의 속성처럼, 일상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수고’가 어떻게 역동적인 생명력을 이끌어내는지를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대개 우리는 수려하게 뻗은 가지와 잎에 매료되어 그 나무를 지탱하는 심연의 비밀에는 소홀하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그 존재론적 해답을 심토(深土)의 뿌리에서 구한다. 만일 뿌리가 수분을 흡수하여 몸통으로 실어 나르지 않았다면 나무 자체의 존립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굴레·희열-My Pantheon_56x76cm_실크스크린_2023

 

 

이러한 ‘이면의 지탱’에 관한 서사는 9.11 테러 당시 뉴욕 맨해튼의 세인트 폴 예배당을 구한 플라타너스 나무의 일화를 상기시킨다. 무역센터 붕괴의 엄청난 충격을 온몸으로 흡수하여 예배당의 파괴를 막아냈던 이 나무는 훗날 ‘기적의 플라타너스’로 불렸으며, 그 뿌리의 형상은 ‘트리니티 루트(Trinity Root)’라는 조형물로 승화되어 헌신과 보호의 상징이 되었다. 가족 구성원이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존재 역시 가족이라는 점에서, 최은실이 뿌리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작가는 가시적인 형상 너머에 실존하는 누군가의 숭고한 도움과 희생을 증언하며,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 은닉된 가치를 시각적 서사로 복원해낸다.

최은실의 작품 세계에서 ‘도전과 극복’은 삶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이다. 작가는 삶의 고난과 기쁨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변증법적 관계임을 강조한다. 특히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난제가 역설적으로 ‘생의 기쁨과 풍요를 빚어내는 비옥한 토양’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함으로써, 고통을 생동하는 에너지로 전환하는 실존적 긍정을 보여준다.

 

 

여신의 일상-My Pantheon_56x76cm_실크스크린_2023

 

 

그의 화면 구성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신전’의 도상은 가정을 수호하는 모성적 서사의 집약체이다. 여기서 신전을 떠받치는 인물은 어머니의 삶을, 신전은 견고한 가정을, 지붕의 이미지들은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가족을 돌보며 향유하는 기쁨을 상징한다. 미대를 졸업한 후 오랜 시간 가사와 자녀 양육에 집중해온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부양의 고단함을 축복과 풍요의 언어로 재해석한다. 어린 딸이 성장하여 손자를 낳고, 그 곁에서 조력하며 겪는 분주한 일상들은 삶을 더욱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실존적 마디가 된다. 또한 고통의 터널을 인내와 사랑으로 관통하며 얻은 깨달음은 작금의 시간을 남다른 무게감으로 마주하게 한다.

나아가 작가는 사적 공간을 넘어 타자와의 동행이 주는 ‘관계적 영성’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삶의 일상에서 얻어진 것으로 <숲길에서 마주한 생의 기쁨> 역시 그러한 성격을 지닌다. 이 작품은 가을 산행의 기억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형형색색의 단풍과 알밤이 어우러진 화면을 선보인다. 산길에서 도시락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던 따뜻한 시간은 화면 속에서 붉은 단풍과 노란 알밤의 변주로 나타나며, 이는 마치 생의 한가운데서 선사받은 거대한 꽃다발처럼 관람객을 환대한다. 이 작업이 발산하는 긍정적 에너지는 삶의 기쁨이 타자와의 유대와 연대를 통해 더욱 확장된다는 ‘공동체적 샬롬’의 가치를 환기한다.

 

 

여신의 일상-몽돌과 함께_60x50cm_실크스크린_2025

 

 

기법적으로 작가는 속도감 있는 크로키와 층층이 쌓아 올리는 실크스크린의 결합을 통해 매체적 긴장감을 유도한다. 크로키의 즉흥적 선은 쉼 없이 움직이는 삶의 활력을 포착하고, 실크스크린의 강렬한 색채 대비는 그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증폭시킨다. 인체의 강인한 양감과 대비되는 다채로운 색채의 조화는 ‘삶의 에너지’를 표출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론이며, 이는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아름다운 상호작용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하늘을 향한 소망을 표현한 작품들도 있다. 하늘 위로 뉘엿뉘엿 저무는 노을과 뭉게구름이 교차하는 순간 그 광막한 여백 속에 아주 작은 점 하나가 실존의 기표처럼 떠 있다. 바로 풍선의 이미지다. 흔히 풍선은 손에서 놓쳐 멀리 사라지는 상실감을 표현할 때 사용되지만 최은실의 경우 그것은 삶의 무게를 들어올리는 은유이자 하늘을 향한 소망과 기도의 이미지로 읽힌다. 그것은 하늘로 놓아버린 마음 하나를 나타낸 것처럼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혹시 영원의 품에서 누리는 자유의 감정을 나타내지는 않았는지.. 아딘 슈타인잘츠(Adin Steinsaltz)가 말한 것처럼 “하늘이 없는 사람은 땅도 거의 없다.” 이 통찰은 최은실의 화면 위에서 시각적 실재가 된다. 수평선의 완고한 중력에 묶여 살아가던 사람에게, 하늘로 떠오르는 저 작은 풍선은 땅의 집착에 연연하지 않을 때에만 비로소 소유할 수 있는 역설적인 영토를 가리키는 거 같다.

 

 

몽돌과 함께-육아퇴근 I_38x35.5cm_실크스크린_2025

 

 

최은실이 직조해낸 화면은 일상의 숲 아래 숨겨진 작은 경이들을 발견하게 하는 통로가 된다. 작가는 개인의 경험을 보편적인 삶의 가치로 확장하며, 우리네 삶이 그 자체로 얼마나 밀도 높은 ‘경작’의 현장인지를 유려하게 증명해 낸다. 파편화된 시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현대인들에게 그의 작업은 ‘일상은 낭비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를 잉태하는 토양’임을 일깨우는 예술적 위로로 다가간다.

작가는 사소해 보이는 하루의 노동을 예술적 숭고의 지평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상실의 기억을 딛고 소망의 나라를 향해 비상하는 ‘풍선’의 의지와 삶의 모든 결핍을 따스하게 포용하는 ‘치유의 노을’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실존적 긍정의 생명력을 전하고 있다.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명예교수, 미술평론가)

 

 

몽돌과 함께-육아퇴근 II_38x35.5cm_실크스크린_2025

 

 

소풍-숲길에서 마주한 생의 기쁨_57x76.5cm_실크스크린_2025

 

 

무제 I_100x65cm_Oil painting on canvas_2025

 

 

무제 III_145x97cm_Oil painting on canvas_2026

 

 

 

 

 
 

최은실 | Choi eunsil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 거창고등학교 미술교사 3년 재직  후 미국에서 6년 거주 | 2008년 캐나다 벤쿠버 6년 거주 중 작업 다시 시작 | 2018년 마음속에만 담아두던 드로잉 시작

 

개인전 | 2026. 갤러리인사아트 (서울)

 

그룹전, 초대전 | 2025 한·중 인체드로잉 몸짓25. (추계예술대학교 c21미술공간·서울) | 2025. 선 너머의 이야기 (TEMI스페이스·대전) | 2024 뱅크아트페어 (SETEC·서울) | 2020 서울미협전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서울) | 2020~ 한국미협전 | 2012 아트 그룹전 (David united church·캐나다 벤쿠버) | 1992~1993 거창 아림전 (거창) | 2019~ 2026 Drawing 허벅지 전(조형갤러리·서울)

 

현재 | (사)한국미술협회 | Drawing - 허벅지 회원

 

E-mail | unsil777@naver.comInstagram | @caris_unsil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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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610-최은실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