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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소 박명주 展
꽃으로 쓴 시

비커밍 갤러리
2026. 5. 11(월) ▶ 2026. 5. 30(토)
서울특별시 강서구 등촌로39마길 5 | T.02-2666-7579
www.instagram.com/becoming.gallery

빛은 늘 지나가지만, 그 자리에 머문 감정은 오래 남는다.
나는 산책을 하며 자주 걸음을 늦춘다. 길가의 풀 한 포기, 이름 모를 작은 꽃 하나에도 빛이 스쳐 지나간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빛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조용히 머물며 장면을 바꾸고, 그 자리에 서 있던 나의 마음까지 함께 물들인다.
이번 전시에 담긴 꽃과 식물들은 그렇게 빛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 시작된 장면들이다.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하루 속에서 문득 마음이 멈춰 섰던 찰나의 기록들이다.
햇살을 머금은 잎, 바람에 흔들리다 잠시 고요해진 꽃의 형태, 그리고 그 사이에 스며 있던 시간의 흐름까지 나는 그것들을 오래 바라보고, 천천히 물을 머금듯 색을 올린다.
수채화는 물과 색이 만나 스스로 번지고 스며들며 예상하지 못한 흔적을 남기는 재료다. 그 과정은 내가 장면을 통제하기보다 그저 곁에 머물며 따라가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내가 느꼈던 그 감정에 가장 오래 머무는 시간이다.
나는 커다란 사건보다 작은 것들 속에 깃든 감정에 더 오래 머문다. 길 위에 떨어진 빛,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들꽃, 말없이 지나가는 계절의 기운. 그 모든 것은 크지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며,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지극히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라’는 중용의 한 구절 처럼, 마음으로 보통의 풍경을 바라보면 그 안에서 조용한 기쁨과 감동이 자란다. 나는 그 미세한 흔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반복해서 그린다.
<꽃으로 쓴 시>는 형태를 묘사한 그림이 아니라 빛이 지나간 자리에서 길어 올린 마음을 색과 물, 그리고 여백으로 적어 내려간 기록이다.
이 그림들은 어떤 풍경이기 이전에 감정의 조각이며, 말보다 느린 언어로 쓰인 시들이다.
보는 이의 하루에도 이 작은 장면들이 잠시 머물러 각자의 기억과 감정 위에 조용히 빛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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