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주 展

 

작고 연약한 것들의 춤

 

 

 

스페이스 문정

 

2026. 5. 6(수) ▶ 2026. 5. 31(일)

서울특별시시 용산구 회나무로26길 42, B1

 

www.instagram.com/space_mun_jeong

 

 

 

 

눈은 늘 부드러운 것으로 기억되어 왔다.
내가 알던 제주의 겨울은, 바람 끝이 차가워도 어딘가 따스함이 뭍어났다.
낮게 깔린 구름과, 금세 녹아 사라질 것 같은 눈.
그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

나는 오래도록 그 장면을 믿어왔다.
눈은 세상을 덮되, 지우지 않는다고.
오히려 더 따뜻하게 감싸 안는 것이라고.

그러나 어떤 이야기를 지나오고 나면, 같은 풍경은 더 이상 같은 얼굴로 남아 있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동안, 눈은 덮는 것이 아니라 가라앉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리없이 쌓이고, 저항할 틈도 없이 모든 것을 눌러 앉히는 힘.
그 아래에서 사자리는 것은 형태만이 아니라, 그때의 숨과 온기, 그리고 이름들이었다.

나는 문득, 내가 기억해온 눈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지 않으려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부드럽다고 믿었던 감각은, 어쩌면 내가 선택한 장면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눈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같은 눈을 보고 있지 않았다.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60506-박길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