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 展
나혜석, 박래현, 박수근, 배운성, 백남순, 백영수, 서진달
임군홍, 이응노, 이종우,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2025. 9. 26(금) ▶ 2026. 1.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https://suma.suwon.go.kr/main/main.do
한국 근현대미술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근현대미술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전시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화가 나혜석의 기억이 응고된 한 권의 사진첩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사진첩의 성격을 드러내는 전시 제목처럼, 낡은 가죽 표지 너머에는 나혜석의 시선이 머물렀던 순간들과 그것을 모으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유영하던 감정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의 사진첩 속에는 찬란했던 순간보다 가족과 지인, 이들과 함께한 평범한 날들의 풍경이 더욱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진들은 나혜석이 의식적, 무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이 사진첩은 나혜석이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겪던 만년에 제작한 것으로,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되찾으려 했던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나혜석이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우회적으로 혹은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사진첩을 매개로 한국근현대미술의 주요 작가 13명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나혜석 作_자화상(여인초상)_1928년 추정_캔버스에 유화물감_89x76cm_수원시립미술관 소장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전시는 4부로 구성됩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사진첩 은 나혜석의 삶 속에 깊이 남은 순간들을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특히 전체 사진의 상당수가 가족과 관련된 이미지라는 점은 그가 가족을 향해 품었던 그리움과 애틋함을 읽어낼 수 있는 단서인 동시에 전시의 출발점이 됩니다. 2부에서는 나혜석을 비롯하여 배운성, 백영수, 박수근, 임군홍, 이중섭, 장욱진의 화폭에 창작 원형으로 등장한 가족을 소개합니다. 식민지와 분단의 시대를 경험한 이들에게 가족은 가장 친밀한 모델이자 그리움의 대상이었으며, 고단한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습니다.
사진첩에 남겨진 또 다른 장면은 여행입니다. 파리, 금강산, 총석정, 해인사 등 나혜석이 머물렀던 장소들은 동경의 대상이자 창작 동력이 되는 곳이었고 때로는 물리적, 정신적 안식처이기도 했습니다. 3부에서는 나혜석의 여정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매개로 그와 마주했던 배운성, 백남순, 서진달, 이응노, 이종우를 함께 조명합니다. 이들은 나혜석이 세계일주 길에 파리에 머물며 교류한 동료들이었으며, 사회적으로 외면당하던 시기에도 그림 그리는 데 진력하던 그의 곁에서 맺어진 인연들이었습니다.
“사람은 하나를 더 보면 더 본 이만치 자기 생활이 신장해지는 것이오, 풍부해지는 것이외다”라는 나혜석의 말처럼,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획득하고 자신을 재발견하는 행위였습니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직접 보고 듣는 경험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북돋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마지막 4부에서는 나혜석 이후 넓은 세계를 경험하며 내면의 자각과 예술적 전환을 이룬 여성 작가 박래현, 천경자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며 그들의 예술적 성취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박래현 作_작품 16_1968년, 종이에 채색_134.5x169.6cm_가나문화재단 소장

임군홍 作_가족, 1950년_캔버스에 유화물감_96x126.5cm_유족소장

배운성 作_가족도, 1930-35년_캔버스에 유화물감_140x200cm_대전프랑스문화원 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