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도 展

 

풍뎅이의 복화술

Ventriloquy of a Beetle

 

잡초(Weed)_162.2x130cm_Acrylic, oil on canvas_2025

 

 

호리아트스페이스 1 · 2층

 

2025. 8. 27(수) ▶ 2025. 9. 27(토)

Opening 2025. 9. 4(목) 5pm | *삼청나잇, 11pm까지 운영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7길11 | T.02-511-5482

 

https://horiartspace.com

 

 

낚시(Fishing)_116.8x91cm_Acrylic, oil on canvas_2025

 

 

풍뎅이의 복화술, 한의도의 자기분열과 인식의 시학

 

Z세대가 마주한 자기분열의 거울

한의도의 회화는 20대 중반도 채 되지 않은 젊은 세대의 시각에서 출발한다. 불과 20세, 미술대학 1학년부터 브리즈아트페어를 시작으로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여러 기획전에 참여했다. 화면에 담긴 주제도 단순히 ‘젊음의 취향’이나, ‘트렌드적 캐릭터성’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Z세대가 마주한 사회적 현실-가속화되는 미디어 환경, 분열된 정체성, 선입견과 편견이 교차하는 감정의 풍경-을 솔직하면서도 아이러니한 화면으로 연출하고 있다.

한의도는 아동미술 강사 시절 아이들의 자유로운 시선에서도 영감을 얻었다고 회상한다. 아이들이 그려낸 비정형의 형상은 단순한 미숙함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독창적 감각임을 깨닫게 했다. 이런 단편적 경험들 역시 한의도 작업의 근원 중 하나인 셈이다. 그의 화면에서 ‘재현의 완벽함’보다 ‘인식의 왜곡’을 전면에 배치한 점과 통한다.

이번 전시 제목인 《풍뎅이의 복화술》은 바로 이러한 시선의 비틀림과 다중적 자아를 은유한다. 뒤집힌 풍뎅이의 몸짓은 생존 본능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유머러스하다. 그것은 곧, 불안정한 사회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내면을 투영하는 ‘분열된 자화상’이자, 세대적 감각을 담은 시각적 언어다. 일련의 작품에 등장하는 기괴하면서도 친근한 인물 형상들은, 타인의 시선과 미디어의 영향 속에서 ‘분열된 자아의 내적 충돌’을 보여주는 장치로 해석된다.

 

 

꼬인사람(Twisted Person)_116.8x91cm_Acrylic, oil on canvas_2025

 

 

자기분열의 조형언어와 감각적 장치

한의도의 작업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자기분열(self-fragmentation)’이다. 인식의 왜곡, 일상의 선입견, 정체성의 혼란, 사회·미디어의 조작 등을 자신만의 시각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의 장면이 차용되었으면서도, 그것을 낯설고 불완전한 인물로 재구성하는 의외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림 속 인물들은 일부가 과장되거나 소거되고, 뒤틀리거나 분할되어 나타난다. 배경은 단순하고 투박하게 처리되지만, 인물은 매끄럽고 사실적인 유화 색감의 블렌딩 기법으로 표현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눈’의 묘사는 작품의 핵심이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눈은 관람자와 직접 시선을 교환하는 듯한 강렬한 경험을 제공한다. 제각각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거나, 눈동자를 복수로 묘사해 인물 내면의 다중적 자아를 구현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단순한 회화적 장식이 아니라, 타인과 자아, 현실과 허구가 충돌하는 접점으로 기능한다. 마치 “무엇이 진실처럼 보이도록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한의도는 작품 제목을 중요한 서사적 장치로 활용한다. <조금만 잘라주세요>, <노트북>, <러브버그>와 같은 일상적 언어는, 익숙한 경험을 낯설게 전환해 주는 키워드 역할이다. 이는 관람자가 시각적 이미지를 본 뒤 다시 제목을 통해 재해석하도록 유도하며, 작품을 하나의 열린 질문으로 만들어 준다. 여기에 유머러스한 이스터에그(Easter Egg)적 설정은 시각적 긴장감을 풀어주는 동시에 내면적 자아의 분열을 감각적이고 예리하게 드러낸다.

작품 제작 과정 역시 주목할 만한 독창성을 갖는다. 이미 드로잉 단계에서 ‘무의식적 시선’의 이동을 따라 ‘진주 목걸이→신발끈→손가락 주름→하품하는 입’과 같이 단편들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비선형적 규칙은 기괴하고 낯선 형상을 만들어내고, 관람자로 하여금 ‘왜곡된 인식의 시각적 리듬감’을 눈앞에서 경험하도록 해준다.

 

 

풍뎅이(Beetle)_116.8x91cm_Acrylic, oil on canvas_2025

 

 

세대의 경계를 넘어선 공감 언어

한의도의 회화는 단지 개별 작가의 표현을 넘어, 오늘날 젊은 세대가 마주한 사회적 인식의 초상을 그려낸다. 빠르게 소비되는 숏폼 콘텐츠, 알고리즘이 지배하는SNS, 여론과 댓글에 의존하는 가치 판단, 가짜 뉴스가 만들어내는 혼란, 그리고 인공지능(AI)의 확산 등까지 다양한 요인들이Z세대의 감각 속에 뒤엉켜 나온 결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이나 상황들을 단순히 비판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유머와 아이러니로 풀어낸다. 뒤집힌 풍뎅이, 어색한 포즈의 인물, 기괴하게 재조합된 신체들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친근감을 유발한다. 그림을 마주한 관람자는 불현듯 자신의 인식 구조를 의심하게 되며, ‘내가 보고 있는 상황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맞닥뜨린다.

그렇다고 한의도의 작업이 한정된 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대신 관람자가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재적 인식 구조와 편견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뒤집힌 풍뎅이처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지한 몸짓들이 곧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젊은 세대 작가에게 내면적 자아의 관조에 있어 ‘회화가 여전히 유효한 질문의 언어’임을 증명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이 일상화된 시대에, 한의도는 복화술사처럼 유머와 위트를 빌려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익숙한 인식을 흔들리게 만드는 낯선 순간들을 마주한다. 이런 요소들이20대의 젊은 시선에서 출발한 한의도의 작업이 ‘세대와 경계를 넘어선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가 아닐까.

결국 전시 《풍뎅이의 복화술》은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다중적 질문의 장이다. 우리가 겪는 ‘일상의 익숙해진 불안감’은 어느새 우리의 불안정한 내면 풍경을 가장 손쉽게 표현해 줄 언어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한의도의 작품들은 ‘휘발성 소비 감각이 만연한 디지털 감성’으로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참모습을 찾는 여정이 얼마나 소중한 시도이며 값진 용기인지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그 젊은 세대가 되묻는 질문과 가장 예리하면서도 솔직한 응답이자, 우리 모두의 내면을 관조해 줄 조용한 복화술이 되어준다.

 

 

숨바꼭질(Hide and Seek)_65.1x53cm_Acrylic, oil on canvas_2025

 

 

팔로우(Follow)_130.3x162.2cm_Acrylic, oil on canvas_2025

 

 

한의도 개인전 《풍뎅이의 복화술》 전시전경, 호리아트스페이스

 

 

한의도 개인전 《풍뎅이의 복화술》 전시전경, 호리아트스페이스

 

 

 

 

 
 

한의도 | Uido Han

 

한의도(b.2003)는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있다. 작가는 왜곡된 신체와 일상적인 배경을 병치하여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알레고리적인 풍경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심리적 환경으로 야기되는 불안한 정체성과 자아 분열을 드러내는 동시에 오늘날 끊임없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유동적 존재인 ‘자아’를 암시한다. 작가는 알파라운드(서울, 2023), 이랜드스페이스(서울, 2024), 호리아트스페이스(서울, 2025)에서 세 번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문갤러리(서울, 2024), 끼갤러리(서울, 2024), 겸재정선미술관(서울, 2025), 경기상상캠퍼스 공작1967(안산, 2025) 등 다수의 그룹전 및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브리즈 프라이즈 수상(2024), 이랜드 문화재단14기 공모작가로 선정(2024)되었으며 제16회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 우수상(2025)을 수상하였다. 작품은 경기문화재단, 겸재정선미술관, 브리즈 아트페어, 이랜드 갤러리 등 기관 및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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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0827-한의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