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 展

 

Protocol

 

duality 030_Acrylic and receipt collage on canvas_90.9x65.1cm_2024

 

 

GALLERY KNOT

 

2025. 7. 9(수) ▶ 2025. 7. 14(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27 갤러리너트 | T.02-3663-7537

 

https://www.galleryknot.com

 

 

duality 026_Acrylic on canvas_116.8x80.3cm_2022

 

 

감정은 우리 삶의 심연에서 솟아오르지만, 언제나 이름 붙일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감정은 정말 사라지는가? 지행 작가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 다.《Protocol》은 감정을 일회적인 정서가 아니라, 시간과 반복, 선택과 망설임, 그리고 무수한 일상의 흔적들 속에서 점차 구조화되어 남는 것으로 바라본다. 감정은 흘러가지만, 그 여운은 우리 삶에 어떤 형식으로든 층을 이루며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행은 그 감정의 잔여를 회화적 언어로 붙잡아낸다. 소비의 순간을 증거하는 영수증을 캔버스로 삼고, 0.5호 세필 붓으로 수천 번의 선을 중첩시키는 행위는 단지 회화적 기법을 넘어서, 감정의 물리적 궤적을 시각화하는 방식이다. 이 반복의 리듬은 감정의 진폭을 수치화하거나 해석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남긴 흔적과 무게, 그리고 침묵의 결을 따라 가려는 실천에 가깝다. 감정이 머물렀던 자리에는, 붓질의 진동과 시간의 퇴적이 만들어낸 ‘피부’가 남는다.

전시 제목《Protocol》은 본래 통신, 외교, 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보 전달의 규칙’이나 ‘표준화된 절차’를 뜻한다. 이 단어가 감정과 예술의 세계에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어긋남 은 오히려 이 작업의 본질과 맞닿는다. 감정이라는 내면의 비형식적 흐름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발화되고 구조화되며, 어떤 방식으로 잔여와 기호로 남게 되는지를 묻는 질문은 현 대사회 속 정서의 ‘프로토콜’을 다시 써 내려가려는 시도다. 이 전시는 감정이 ‘언어화될 수 없음’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형식화하려는 욕망’으로 나아간다.

2020년 첫 개인전 이후 전시기획자로 활동해온 지행에게 있어 이번 전시는 단순한 복귀의 의미를 넘어서 있다. 그것은 타인의 서사를 조율하던 기획자의 자리를 내려놓고, 다시 자신만의 서사를 구축하는 회화적 주체로 돌아오는 전환점이자 자기 선언의 장이다. 그리고 이는 단지 작가의 신분적 복귀가 아 닌, 감정이라는 가장 사적인 차원을 사회적 언어로 번역해 내는 회화적 프로토콜의 구축이기도 하다. 회화의 물성을 설치와 미디어로 확장하며, 지행은 감정과 존재, 소비와 구조 라는 상이한 세계들이 교차하는 지점을 감각적으로 탐색한다. 이 전시는 완성된 형식을 보여주기보다는, 감정의 언어를 구성 해가는 ‘과정’ 그 자체를 열어놓는다. 따라서《Protocol》은 단지 하나의 전시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비가시적 세계를 시각 언어로 번역하고 전달하기 위한, 회화적 실험이자 감정의 새로운 표기법이다.

 

 

duality 028_Acrylic on canvas_91x91cm_2022

 

 

duality 029_Acrylic and receipt collage on canvas_97x97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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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0709-지행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