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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표 展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 Experience Betrays the Canvas
김남표 개인전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전시전경_호리아트스페이스_2025
2025. 7. 8(화) ▶ 2025. 8. 23(토)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7길11 호리아트스페이스 | T.02-511-5482
Wave#7_130.3x162.2cm_Oil on Canvas_2025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 대형 캔버스 두 점이 나란히 놓인 작업실 한가운데, 작가는 고요히 서 있다. 한쪽에는 요동치는 파도의 리듬감을 극적으로 재현한 바다 풍경, 다른 한쪽에는 토해내듯 흩뿌려진 격렬한 추상이 마주한다. 그 사이에 선 작가의 모습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두 극단 사이, 그가 서 있는 자리는 곧 작가가 위치하는 회화적 지점이자,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경계 그 자체다. 김남표는 회화의 양극 중 어느 하나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균열의 지점에 서서, 두 힘이 충돌하며 일으키는 진동을 자신만의 언어로 직조해 나간다. 그의 작업은 바다를 닮았지만 단순한 바다는 아니다. 바다는‘그리는 행위’ 그 자체를 드러내는 동시에, 하나의‘그림’으로 환원될 가능성과 그 실패의 위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그래서 작가 김남표는 끊임없이 묻는다. “회화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그리는가?”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본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번 개인전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응답이며, 작가의 태도를 담은 선언이다. 그의 화면 위에 내려앉은 색채의 파편들은 회화가 지닌 긴장과 불확실성, 감각의 진동을 보여준다. ‘바다’로 인식되는 이미지들은 곧 파도이자 터치이며, 응시이자 사유다. 김남표는 경험이 캔버스 위에 온전히 재현될 수 없음을 전제한다. 경험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며, 감각은 재현되는 순간 기만의 가능성을 품는다. 그의 작업은 모사와 설명이 아닌 감각의 진동과 깨달음의 여백에서 존재한다. 그는 회화의 한계를 직시하면서도, 재현이 아닌 배반의 과정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려 한다.
Wave#8_130.3x162.2cm_Oil on Canvas_2025
회화의 ‘현장성’과 ‘양면성’ 김남표의 작업은 감각 중심적이며 물리적이고 시간적인 수행의 장인‘현장’을 기반으로 한다. 그의 작업실, 그의 캔버스는 단순한 재현의 장소가 아니라 감각과 관념이 교차하고 우발성과 질료성이 살아있는 장(場)이다. 회화는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되기 이전에 다양한 상태를 횡단하며 소멸되는 동시에 생성된다. 이러한‘현장성’은 회화의 이중적 속성을 드러낸다. 회화는 작가의 신체가 남긴 흔적이면서, 동시에 타자의 시선 아래에서 고정된 이미지로 기능한다. 즉흥성과 지속성, 물성과 개념이 한 화면에서 긴장감 있게 공존한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대비가 아닌, 회화가 실재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성찰이다. 그에게 캔버스는 단순한 표면이 아니다. 색은‘컬러’가 아닌 물감의 표피이며, 표면은 환영이 아닌 질료의 층위다. 물성은 환영을 낳고, 환영은 다시 감각을 자극한다. 그의 화면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감각과 관념, 재현과 환영 사이의 틈에서 형성된다. 그렇게 회화는‘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놓인 긴장과 밀도의 장으로 확장된다.
5pm landscape#5_179x189.5cm_Oil on Linen_2025
감각과 해석, 그리고 유예의 태도 김남표의 회화는 종종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관람자를 길 잃게 만든다. 형상은 암시가 되고 있지만 이내 사라지고, 색과 선은 아무것도 직접적으로 지시하지 않으면서도 묘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불확정성과 모호함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의 태도다. 그는 단정하지 않고 판단을 유예하며 해석보다는 감각의 파동 속에 머문다. 수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1966)에서“우리는 더 많이 해석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김남표의 회화도 해석보다 지각, 설명보다 감각을 요구한다. 김남표의 회화는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감각의 사건으로 다가온다. 비워진 구도, 중첩된 물감, 덜 닫힌 형상으로 구축된 화면의 언어는 장식이 아니라 작가의 태도이며, 해석을 미끄러뜨리고 감각을 일깨운다. 하지만 그의 회화는 단순히 감각의 순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감각과 인식의 전환, 실재와 환영, 물성과 사유 사이의 지속적인 충돌 속에서 화면은 단순한 시각적 체험을 넘어, 관람자의 사고를 유도하는 감각의 장으로 작동한다. 이는 손택이 비판한 해석의 폭력과는 결이 다르다. 그의 작업은 감각과 해석의 이분법을 넘어서며, 감각이 사유를 촉발하고 사유가 다시 감각으로 환원되는 회귀적 구조를 만든다. 동시에 단순히 해석을 거부하지 않고 그것을 유예하고 미끄러뜨림으로써 감각 자체가 인식의 구조를 조정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손택의 미학적 문제의식은 김남표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유효하지만, 그의 작업은 감각과 사유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동시대 회화의 흐름 속에 더 가까이 있다.
5pm landscape#3_145x180cm_Oil on Linen_2025
전시의 연속성과 회화적 사유의 확장 이번 전시는 성남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열린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Painting?》의 흐름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전시는‘바다’, ‘산’이라는 자연 풍경을 매개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회화적 긴장과 감각의 층위를 탐색하였다. 파도는 정밀하게 묘사된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화면에 겹겹이 쌓인 유화의 흔적이자 추상적 질료로 전이된다. 김남표의 회화는 감각을 배반하고 관념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배반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 즉 또 다른 형태의 회화적 리얼리티를 마주한다. 해석의 권위 아래 무뎌진 감각을 되살려“무엇을 보는가”가 아닌“어떻게 보게 되는가”를 묻는 것— 그것이 김남표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며, 회화라는 오래된 장르가 여전히 낯설고도 강력한 사유의 장으로 남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5pm landscape#3_112.1x145.5cm_Oil on Linen_2025
김남표 개인전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전시전경_호리아트스페이스_2025
김남표 개인전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전시전경_호리아트스페이스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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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표 | Kim Nam Pyo
김남표(b.1970)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부(B.F.A)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M.F.A)학위를 받았다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성남, 2025), ‘The Hole’(옵스큐라, 서울, 2024), ‘TRAVELER : UNMASK’(아트비앤, 서울, 2024), ‘안나푸르나:회화적 리얼리티’(OKNP, 부산, 2024), ‘전해지지못한진심의최후’(나마갤러리, 서울, 2023), ‘Origin, Instant Landscape’(호리아트스페이스& 아이프라운지, 서울, 2022), ‘제주도를 그리다’(교보아트스페이스, 서울, 2022), ‘Instant Landscape - Goosebumps’(가나아트센터, 서울, 2017), ‘Instant Landscape’(가나아트 뉴욕, 미국, 2009), ‘Instant Landscape’(갤러리 현대-윈도우 갤러리, 서울, 2007) 등 국·내외에서 약30여회의 개인전과60회 이상의 단체전을 비롯하여 아부다비(아랍에미리드), 아트센트럴(홍콩), KIAF(서울) 등의 국제아트페어에 참여하였다. 전국대학미전 대상(1997), 창작예술협회 공모전 금상(1998)을 수상하였다.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성남문화재단, 수원아이파크미술관, 대구미술관, 한국수력원자력 등 기관 및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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